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은 기울어진 사회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의 태도에 권력의 입장에 암묵적인 동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말이다. 분노 없이 온건한 투쟁은 관성에 젖은, 그리고 현실에 만족하는 이들에겐 결코 가닿지 않는다. 어느 하나가 아프고 찔려봐야 그 전보다 더욱 실감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는 것을 인간이라면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 공간에서 페미니스트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은 무척이나 완전한 모습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계속 검열을 요구하며 불편투성이인 사회를 쉴틈없이 뒤집어 엎는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두려운 마음도 클 것이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 일시적인 평화를 부수고 투쟁한다. 그런 현상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도 급진적인 투쟁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필요함을 느낀다. 그 시대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자신이 정말로 싸우지 않기를 원한다면 표면적인 '싸우지 마세요' 만을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폭력적인 문화를 바로 잡아나가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음을, 문화의 관성에 어쩔 수 없이 휩쓸리고 자신이 원하는 욕망에 솔직한 텍스트들은 그녀가 얼마나 인간적인지를 보여준다. 록산 게이의 에세이는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두드려댄다.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기에 그녀의 외침은 더욱 인간적이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그러니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그녀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목소리를 내보자.

나를 따라다닐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를 환영한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니까. 그래서 엉망진창이니까.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완벽하려 하지 않는다. 내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전부 옳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지지하고, 이 세상에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내 글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온전히 나 자신만으로 남고 싶을 뿐이다. - P14

그의 사생활에도 불구하고 그의 탁월함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니 그렇다고 나에게 말해 왔으나, 그 여인이 받은 상처를 상상했고 그 상처에 대해서는 우리가 거의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 P47

모든 종류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에서 여성을 다루고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정말 알 것 같은 여성이 나오는 건 몇 편이나 있는가? - P124

하지만 운동선수, 감독, 범죄, 침묵과 관련해서 아직도 분노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이 새긴다. 그런데 우리 문화에서는 운동선수들을 신처럼 떠받들고 있으며 그들이 설령 죄를 짓는다 해도 우리가 숭배한 대가이니 넘어가야 한다. 아멘. - P146

우리는 억압이나 처벌의 공포 없이 자신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표현할 자유는 없다. - P167

체면의 정치란 흑인이 (혹은 소수 인종이) ‘문화적으로 용인된‘ 방식만으로 행동하고 주류 사회 문화를 모방하기만 한다면 인종 편견에 시달리는 일이 적어질 것이라는 개념이다. 그러나 체면의 정치는 제도상의 인종 차별주의, 즉 현재의 교육 제도, 복지 제도, 사법 제도가 흑인 사회의 문제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 P243

우리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란 사람에 대해서 알아야 할 건 알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삶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었을까. 어떻게 사랑하고 사랑 받았을까. 누가 그들을 어떻게 애도했을까. 죽기 바로 전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리는 그저 하루에 한 사람에 의해 77명의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살인자는 살아 있다. 이런 현실은 잔인할 뿐이다. - P257

자신의 젠더를 잘못 수행하면 직간접적으로 그에 따른 대가를 받게 되고 사회가 입력한 대로 젠더를 잘 수행했을 때는 옳은 일을 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마치 젠더 정체성의 본질이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 주디스 버틀러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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