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1 - 남자의 눈으로 본 남성문화
수요자 포럼 지음,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기획, 허주영 엮음 / 호랑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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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회가 구축해놓은 집단적인 남성문화 속에서 그런 문화에 대해 반성하고 내부고발식으로 이루어지는 글들을 엮은 책이다. 은밀하게 진행되던 그들의 문화는 성매매와 성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켜 놓았으며 사회 초년생들의 욕망을 사로잡아 동지로 만든다.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동업자로서 네트워크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나간다.


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과도한 욕망을 불러온 것일까. 대한민국은 성매매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자연스러운 성매매 공화국이 되어 있었다. 원인을 뜯어보려면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이제는 사회의 인식이 변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뿌리깊게 박혀있던 근본적인 인습과 우리들의 의식을 조금씩 걷어내야할 것이다. 또한 남성이라는 틀에 갇힌 이미지를 이제는 깨야할 순간이 되었다. 사회는 미약하게나마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의식도 이런 의심과 대화를 통해서 더욱 성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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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감정의 철학 -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김희은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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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철학을 가까이 하면 할수록 스스로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힘들다. 왜냐하면 이 순간의 내 생각이 온전한 생각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이 '순간'에 대한 시간성의 개념에서는 완벽하게 나의 생각이겠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타자적으로도 누구에게도 온전한 생각으로 다가갈 수는 없다.) 어쩌면 정(正)으로 치부되는 온전한 생각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의 주장은 늘 분명하지 않다는 유연한 의식을 동반한채 개진되어야 하지만 과연 그 주장을 주장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일까. 물렁한 사고는 물렁한 신념을 만들며 물렁한 신념은 연약한 주관을 만든다. 이 앞에서 나는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허무해졌다.


우리는 스스로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는다 라고 떳떳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내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들이 누군가를 무의식적으로 차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근원적인 사고가 나의 우와열을 가르는 무의식적인 감정상태에서 온다는 이야기에 부끄러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다른 책이었다면 우리는 차별적인 의식을 감추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결말을 제시하고 다소 찝찝한채, 위선적인 감정을 내재한 채 주제를 마무리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감정의 근원에 대한, 인간의 의식에 기어코 발을 들여놓는다. 그래서 무척 부끄러우면서도 통쾌했다.


차별적인 언어들. 우리 인간의 무의식에 공통으로 자리한 이 의식들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책이 제시한 마무리가 어떠한 맹목적인 방향과 이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능동적인 태도와 의식에 맞물려 열어두었기에 무척 깔끔하고 많은 생각이 든 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기에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생각해야한다.


p 10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성격 측면이 없다면 인간은 인생의 향방을 정하거나 자기 주위의 세계에 영향을 주는 것조차 하지 못하리라. 사실 인류가 공격성을 천성으로 부여받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지배적인 위치에 도달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며, 하나의 종족으로 살아남는 것조차 불가능했으리라. - <인간의 공격성> 스토

p 10
온갖 악의와 그 표출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를 떠올리며 현실을 한탄할 것이 아닐, 우리 마음에 자리 잡은 악의와 싸우며 그것이 폭주하지 않도록 단단히 제어하는, 이러한 노력 속에서 생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인간의 악의를 천편일률적으로 말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악의가 있기에 삶이 풍요롭다. 이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p 36
그들에게 전혀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도 엄연히 있다. 이 경우,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 사회에서 배척되거나, 거짓말을 계속해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대부분이 후자를 선택하리라. 원래부터 S에게 생리적으로 불쾌감을 느꼈더라도, 공교롭게도 S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불쾌감을 밝힐 수 없게 되고, 그 대신 전혀 불쾌하지 않은 듯이 행동할 것이다. 여기에는 기만적 태도에서 풍기는 악취가 진동한다. 이 악취를 없애는 것이 가능할까?

p 44
장애를 노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당사자를 노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노멀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 장애가 있든 없든 똑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할 때 이미 그 사회의 원리 자체가 변하기 시작한 셈이기에, 사회는 기존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어진다. -- 노멀라이제이션은 순응하거나 동화하라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습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 노멀라이제이션, 생명윤리란 무엇인가 - 다테이와 신야

p 50
유대인 차별이나 피차별 부락 차별 등 역사적, 문화적인 배경이 있는 차별의 경우, 그들에게 혐오감을 느끼더라도 그 감정이 개인적인 감정과는 몹시 동더어진 경우가 많다. 그러한 차별 감정은 배워서 습득된 것들로, 우리는 그 배운 감정들을 점차 확고하게 구축한다. 이 경우 내가 G를 혐오할 만한 대상으로 규정하는 동기는 전혀 ‘내부적‘이지 않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받는 교육을 통해, 또래와의 지적 전파를 통해, 서적이나 영화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해 ... 나는 G가 혐오할 만한 대상이라는 ‘외부적‘ 동기를 부여 받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G는 나에게 싫어할 만한 대상이 되었다. 혐오의 감정도 (다른 모든 감정과 마찬가지로) 온전히 나의 생각마으로 생기지 않는다.

p 51
한편, 관념적인 차별 감정을 뒤집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차별 감정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사람은 사실을 들이밀어도 관념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피차별 부락 출신 사람들이 ‘보통‘사람이라는 실증적 근거를 들이밀어도 ‘피차별 부락‘이라는 말이 지닌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는다. 한편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에 교육을 통해 관념을 바꾼다면, 혹은 자연히 바뀐다면, 차별 감정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p 58
이러한 재편성을 아카사카는 ‘공동성을 위배하는 공포가 공동성 자체를 성립시키는 구조‘라고 말한다. 집단은 적이 명확한 동안에는 그 집단 구성원들의 ‘공동성‘이 평온하게 유지된다. 그래서 집단의 안녕을 꾀하는 정치가들은 공산주의자나 유대인 같은 상징적인 적을 확보하려고 혈안이었다. 그런데 집단 밖에서 그 적을 찾기 힘들 경우, 각 구성원들은 집단 안에서 ‘제물‘을 찾아낸다.

p 61
위의 논의들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차별 감정으로서의 혐오가 강한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주어진 상황에 둔감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몹시 민감한 사람들이다. 그중에서 ‘정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강하고, ‘의례적 무관심‘을 가장해 자기 주위에 이상한 사람이 없는지 탐색해서 찾아내고 고발하는 사람이다.

p 62
그 사회의 가치관에 완벽하게 부합해서 차별에 분노하는 사람은, 어딜 가든 ‘옳다‘는 평가를 받기에, 더욱 자기비판적이어야 한다. 그 분노가 ‘옳다‘고 간주되기에, 더욱 섬세한 정신으로 자신의 분노에 편안함과 안전함이 잠재되어 있음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p 71
차별 감정이 강한 사람이란, 일반적으로 남을 싫어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감정에 따라 남을 미워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또한 관념적으로 사람을 싫어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며, 어떤 사람을 향한 자신의 혐오감에 대한 자기비판 정신이 없는 사람이다.

p 77
어째서 서구 열강은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이유의 중심에 도덕적 이유를 놓았을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개한 민족이라 할지라도 미개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학살하고 그들의 땅에서 몰아내는 행동이 쉽게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죄책감이 남는다. 그런데 문명의 빛을 전한다는 명목이라면 죄책감이 옅어진다. 게다가 문명의 빛을 통해 도덕적으로 열악한 민족을 도덕적으로 높여준다는 이유라면 정당성이 확보된다.

p 82
장애인을 무시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들으면 곧바로 분노하고, 사회적 약자를 조금이라도 경멸하는 낌새라도 풍기면 물고 늘어지고, 치한 행위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사회 분위기와 똑같은 색으로 온몸을 물들인 ‘강경‘ 차별 반대 운동가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몸을 완전히 내맡긴 ‘선량한 시민‘이며, 그런 의미에서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p 90
여기에 이르러 알 수 있듯, 특히 비교적 균질적인 사람들의 집단으로 이루어진 현대 일본에서는, 고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고상하지 않은 타자를 만들고, 그 사람들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정한 고상함을 확고히 하려고 한다.

p 105
발전을 바라는 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발전을 바라는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차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는 한, 자신은 그저 ‘발전‘을 바랄 뿐 타인을 전혀 낮추어 보지 않는다는 기만적인 생각을 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p 109
그러므로 내 생각에는, 한 인간이 자신을 정당하게 존중할 수 있는 최고점까지 자신을 존중하는 참된 ‘고매‘란, 한편으로 진정 자신이 소유했다고 말할 수 잇는 것이라곤 자신의 여러 의지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밖에 없고, 칭찬을 받거나 질책을 받는 것도 자신이 의지를 잘 쓰는지 잘못 쓰는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의지를 잘 사용하려는 확고하고 불변한 결의를 자신 안에서 느끼는 것, 즉, 스스로 최선이라 판단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어떠한 경우에도 버리지 않겠다는, 다시 말해 완전히 덕을 따르고자 하는 확고하고 불변한 결의를 자신 안에서 느끼는 것이다. - 방법서설

p 125
근대사회에서는 출신, 신분, 성별, 인종 등에 따른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모두가 소리 높여 말한다. 그런데 지적능력에 바탕을 둔 차별만은 거침없이 통용되고 있다. 대학과 기업도 지식이나 판단력 등을 기반으로 하는 지적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원한다. ... 학습능력을 중심으로 하는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자칫 ‘인간으로서 부족하다‘고까지 여겨진다. 이 격차에 대해서는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아무런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인이라면 약자이자 피차별 후보자이기에 현대사회에서는 정중하게 보호 받는다. 그런데 단순히 학습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부조리 앞에서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는 수밖에는 없다.

p 128
A군의 자각 안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우월감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신이 사회적 우위에 있다는 점에 부채 의식을 느끼고 있지도 않다. 자신의 사회적 우위는 그대로 둔 채, 하위 사람들을 편견 없이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며, 이는 지극히 쉬운 일인데, 그 쉬운 일로 ‘겸허‘하다는 찬사를 들으면서도 그 점에 대해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지극히 교활한 사람이다.

p 137
그렇기에 정체성을 확립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사랑‘한다. 집단이 모욕을 당하면 분노하고, 침해를 당하면 방어한다. 그 행동에는 비난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자신이 소속된 집안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면 -아무리 악의가 없더라도- 차별감정을 키우는 온상이 된다.

p 143
가족 절대주의로부터 ‘안식‘을 얻은 사람은 이토록 평온하기에, 두뇌가 단순해지고 마비되어,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비혼자와 가족관계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심지어 그 사실에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둔감하다.

p 148
단순히 인간관계가 친밀한 사회를 바라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모두 함께‘하는 삶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행복과 맞바꿔, 친밀한 인간관계를 바라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묵사한다. 오히려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 타인을 속박하지 않는 사회, 타인을 길들이지 않는 사회, 타인에게 가급적 기대하지 않는 사회를 실현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는 다양성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소 능률이 떨어지고 불아정 요소가 많아지더라도, 이질적인 존재들을 동화시킬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존재들끼리 ‘공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고독하고 싶은 사람에게 고독할 자유를 주고, 불행에 빠져 좌절했지만 타인의 도움을 바라지 않는 사람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p 159
사회 부적격자는 공정하게 싸우면 질 것이 뻔한데도, 조금이라도 불공정한 행동을 하면 경멸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도 여기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고 간주된다. 이토록 가혹하고 기만적인 상황이 또 있을까?

p 161
인간을 인간들 사이에서 훌륭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모두 가면이다. - 로마서 강해, 칼 바르트

p 167
이러한 상황에서 나의 궁극적인 의문은 ‘자신의 신념에 대한 성실성을 지키면서 타인의 행복을 위할 수 있는가?‘이다.

p 169
첫 번째는 시선이다. 시선을 타자에게 향해서 자신과의 차이를 식별한다. 차이를 인식한 시선은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타자에게 보냈던 시선은 순식간에, 그 순간의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을 나눈다.
그런데 시선은 차이를 식별하는 데 멈추지 않고 더 앞으로 향한다. 시선은 그 차이에 역학관계를 적용한다. 상하, 우열, 귀천, 정상과 이상, 중심과 주변, 완전과 결여, 어느 쪽이든 시선은 한 쪽의 정체성에는 가치 부여적으로, 다른 쪽의 정체성에는 가치 박탈적으로 작용한다. 시선이 권력관계를 만들고, 관계의 양단에 있는 인간 총체를 경사적으로, 비대칭적으로 규정할 때 차별이 완성된다. - 차별과 시선, 구리하라 아키라

p 189
이 경우, 성실하고자 하는 나에게는 어떠한 선택지가 있을까? 내 감성에 충실하게, 혐오감과 불쾌감에 약간의 망설임을 담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 성실한 것일까? 아니면 전혀 알아채지 못한 척을 하며 서둘러 그를 추월하는 것이 성실한 것일까?
직감적으로 어느 쪽도 ‘틀렸다!‘는 절규가 들려온다.

p 190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혐오에서 존경으로의 굴절‘이 얼마나 교활한지도 알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억혀있다. 그의 인생을 일괄적으로 ‘가혹한 인생‘이라고 결정지을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결정짓는 행위 자체가 차별 감정이니, 가혹한 인생을 ‘존경‘하는 감정도 사실은 차별 감정의 표현이라는 판단들이 머릿속에서 웅성거린다.

p 205
왜냐하면, 그떄 당신은 ‘고지‘에 있기 때문이다. 그 ‘고지‘에 이르지 못한 타인을, 한순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행위에 차별 감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확신에 빠져 있는 한, 사람은 차별 감정과 진지하게 마주할 수 없다. 어떠한 ‘성역‘도 없다. 가혹하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 차별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 역시 차별하는 감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그리고 차별과 전력을 다해 싸우는 사람, 차별이라는 잔호간 현상에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속에, 생생하리만치 ‘고지에서 내려다보는‘ 경향이 잠재되어 있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 어떠한 차별 반대론자도 믿을 수 없다.
문제는, 이른바 ‘낮은 곳‘이 이미 ‘높은 곳‘이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낮은 곳에 있는 자의 복종이 악취를 풍기는 오만이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 로마서 강해, 칼 바르트

p 206
차별 감정과 진지하게 마주한다는 것은 ‘차별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그 마음을 열어서 파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 차라리 모두 내던지고 죽고 싶다고 바랄 저도로, 즉 차별로 괴로워하는 사람과 ‘대등한 위치‘에 이를 때까지 자기 안에 숨은 나태함과 눈속임과 냉혹함과 끊임없이 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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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헌법 토론 - 미래를 바꾸는 헌법 사용 설명서
서윤호.오혜진.최정호 지음 / 다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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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용어들을 10대들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썼기에 수월하게 읽히는 느낌이었다. 정작 10대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이정도면 나름 친절하고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려는 느낌에 배려감이 느껴졌다. (사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는 중학생 수준으로써 상당히 수준높은 토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말이다..) 최근 사회 전반에 이슈가 되는 소재들로 여러 쟁점을 제시하고, 개진되는 의견들을 보며 읽는 이들의 자유로운 사고에 좋은 밑바탕이 되어주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p 91
민주 : 노동가능인구도 늘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뭐 이런 얘기니? 보건복지부 개정안에 여성들이 화가 난 게 바로 이런 이유잖아. 언제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더니, 하나만 낳자고 하다가 저출산이 문제되니까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고 말이야. 여자가 애낳는 기계도 아니고. 지난번에는 전국의 가임기 여성 지도를 만들더니 이제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면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협박하는 거잖아. 국가가 나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권리를 통제하는데 루마니아 상황이랑 다를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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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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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프랑스 시민들은 이렇듯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인문학적인 삶을 추구하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그리고 자본의 논리로부터 벗어나기위해 열심히 살아가자고 마음먹은 내 삶의 방향성을 찾은 느낌이었다. 이토록 자유분방하고 존중적이며 자기주관적인 사회가 있었다니. 조금 더 빨리 이 책을 접했으면 했던 아쉬움과 함께 두근 거리는 가슴으로 프랑스라는 나라와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다.

삶 속에서 자신을 무척 중시하고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그들에게 시크하다라는 말이 참 멋드러지게 어울린다.

p 55
줄거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인간이 이기고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은 인간이 도전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버거운 존재임을 은연중에 바탕에 깔고있다. 인간의 의지가 자연보다 강하다는 오만은 과연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어쩌면 죽음과 노화를 받아들이고, 한 세대가 오면 이전 세대는 소멸하는 것을 당연시 하면서, 죽기 전에만 느깔 수 있는 감정인 사랑과 함께 즐기고 숨쉬면서 살아가는 태도가 더 멋지게 잘 사는 방법은 아닐까?

p 88
"백인은 마지막 나무가 죽어야 깨달을 것인가? 황금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p 95
나는 적어도 3년에 한 번 정도는 파리를 방문해서 친구들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그들은 한결같이 차가웠다. 인사치레라도 왜 연락이 없었느냐,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저 항상 같이 있었고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던 것처럼 그냥 헤어지기 바로 전날로 돌아간다.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은 것처럼 내 빈 자리가 금세 채워지는 것이다. 나는 프랑스 친구들의 이런 우정 표현을 ‘차가운 우정‘ 이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 붙였다.

p 102
실제로 프랑스 속담에 ‘정확한 계산이 좋은 친구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서로 간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관계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상대편이 있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살가운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오히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프랑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차가운 우정‘의 뿌리가 아닌가 싶다.

p 112
이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솔리대리테solidarite가 넘치는 사회를 지향한다. 즉 모든 사람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 프랑스 중세의 한 마을처럼 긴 테이블 위에 막 추수한 풍성한 음식과 와인을 차려놓고, 주위에 죽 둘러 앉은 사람들과 철학, 미술, 인생에 대해 상대편이 내 편인지 적인지 신경쓰지 않고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사회다. 이것이 프랑스인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공생의 개념이다.

p 127
하지만 프랑스인의 그런 모습은 ‘쿨‘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꽉 차 있고, 심지어 배우자나 가족일지라도 타인을 자기 중심에 두지 않는 ‘이기주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 남 신경 쓸 것 없이 자기 만족도가 높은 삶을 좋게 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프랑스인의 이기주의는 전자에 해당된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서로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는 나름의 균형과 질서가 있는 것 같다.

p 193
꿈은 이루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꿈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꿈을 꿈으로 남겨둘 용기가 없는 사회는 자꾸 사람에게 ‘꿈을 이루어라‘라고 말하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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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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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산 삶이란 무엇일까. 훌륭한 삶이라고 일컫기에는 각 개인의 삶에 대해 시비를 가리는 것 같아 거창하고, 내 자신의 소명에 맞게 즐겁게 살았다란 말을 전하려면 '잘'이라는 수식어만큼 적절한 단어는 없다. 어떻게 인생을 헤쳐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다가올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일상을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좋은 물음들이 오갔다.

나는 내 소명에 맞게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가. 나를 옭아매는 부정적인 가치가 무엇일까.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하여 어떠한 자세로 임할 것인가. 그리고 최종적으로 귀결되는 질문. 행복한 오늘을 보내고 있는가에 이르며 삶에 대한 여러 화두에 질문을 제시한다. 유시민 작가님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삶을 토대로 내 인생에 대한 설계가 진행이 된다. 그의 이야기는 결코 잇아을 강요하지 않으며 허황된 꿈을 좇지도 않는다.

그것이 아직도 유시민 작가님의 책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이겠지.

p 29
청년기의 핵심 과제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 46
영생은 축복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의미를 말살한다. 영원히 산다면 오늘 만난 사람들, 그들과 나눈 대화와 교감, 함게한 일들이 의미가 없어질 것만 같다.

p 55
삶의 목표와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엄한 개인의 고유한 권리이지만, 그 자유의지를 발현하는 데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키려고 노력해야 마땅한 이성의 원리 또는 도덕법이 있다. 이 문제는 뒤에서 다루기로 하자. 그러나 ‘그것은 네 책임이 아니다.‘라고 용역 폭력에 가담한 대학생을 위로할 수 없다는 것, 그렇게 위로함으로써 그가 자신과 남에게 준 상처를 치유하거나 인간적 존엄을 회복하게 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해두자.

p 89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

p 134
그들이 선택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존엄이었다.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나날들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 263
그러나 논리 이전에 마음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불편한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비용이 들고 고생이 되는데도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하고 당당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은 문명과 교육의 산물만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 본성의 발현이다. 나와 유전적으로 무관한 타인의 고통을 함게 느낄 수 있는 능력, 그들의 복지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의 사적 자원을 기꺼이 내놓으려는 자발성, 이 모두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재능이며 본능이다. 이런 이타적 본성, 공감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나는 연대라고 부른다. 연대는 일, 놀이, 사랑과 더불어 삶을 의미 있고 존엄하고 품격 있게 만드는 제 4원소이다.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연대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지금 이곳의 행복이 그들의 것이리라!"

p 275
신앙이나 이념은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잇다. 다른 이념과 다른 신앙에 대한 관용을 갖추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 신념은 삶을 풍요롭고 기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이 이념의 도구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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