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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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프랑스 시민들은 이렇듯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인문학적인 삶을 추구하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그리고 자본의 논리로부터 벗어나기위해 열심히 살아가자고 마음먹은 내 삶의 방향성을 찾은 느낌이었다. 이토록 자유분방하고 존중적이며 자기주관적인 사회가 있었다니. 조금 더 빨리 이 책을 접했으면 했던 아쉬움과 함께 두근 거리는 가슴으로 프랑스라는 나라와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다.

삶 속에서 자신을 무척 중시하고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그들에게 시크하다라는 말이 참 멋드러지게 어울린다.

p 55
줄거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인간이 이기고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은 인간이 도전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버거운 존재임을 은연중에 바탕에 깔고있다. 인간의 의지가 자연보다 강하다는 오만은 과연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어쩌면 죽음과 노화를 받아들이고, 한 세대가 오면 이전 세대는 소멸하는 것을 당연시 하면서, 죽기 전에만 느깔 수 있는 감정인 사랑과 함께 즐기고 숨쉬면서 살아가는 태도가 더 멋지게 잘 사는 방법은 아닐까?

p 88
"백인은 마지막 나무가 죽어야 깨달을 것인가? 황금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p 95
나는 적어도 3년에 한 번 정도는 파리를 방문해서 친구들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그들은 한결같이 차가웠다. 인사치레라도 왜 연락이 없었느냐,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저 항상 같이 있었고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던 것처럼 그냥 헤어지기 바로 전날로 돌아간다.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은 것처럼 내 빈 자리가 금세 채워지는 것이다. 나는 프랑스 친구들의 이런 우정 표현을 ‘차가운 우정‘ 이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 붙였다.

p 102
실제로 프랑스 속담에 ‘정확한 계산이 좋은 친구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서로 간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관계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상대편이 있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살가운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오히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프랑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차가운 우정‘의 뿌리가 아닌가 싶다.

p 112
이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솔리대리테solidarite가 넘치는 사회를 지향한다. 즉 모든 사람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 프랑스 중세의 한 마을처럼 긴 테이블 위에 막 추수한 풍성한 음식과 와인을 차려놓고, 주위에 죽 둘러 앉은 사람들과 철학, 미술, 인생에 대해 상대편이 내 편인지 적인지 신경쓰지 않고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사회다. 이것이 프랑스인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공생의 개념이다.

p 127
하지만 프랑스인의 그런 모습은 ‘쿨‘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꽉 차 있고, 심지어 배우자나 가족일지라도 타인을 자기 중심에 두지 않는 ‘이기주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 남 신경 쓸 것 없이 자기 만족도가 높은 삶을 좋게 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프랑스인의 이기주의는 전자에 해당된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서로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는 나름의 균형과 질서가 있는 것 같다.

p 193
꿈은 이루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꿈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꿈을 꿈으로 남겨둘 용기가 없는 사회는 자꾸 사람에게 ‘꿈을 이루어라‘라고 말하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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