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이은선 옮김 / 홍익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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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은 결코 연인사이에서만 한정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연인을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듯이. 가족을 따스한 마음으로 걱정하듯이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것이 바로 사회에 필요한 사랑 이라는 개념이다.

 

현대 사회는 sns를 통한 무조건적이며 즉각적인 소통방식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일상의 보금자리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언제든 연락가능한. 다시 말하면 매우 친밀한 사이로 승격시킴과 동시에 그만큼 일상적이고 빈번한 관계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기에 서로의 관계는 과거만큼 귀하고 소중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그런 관계로 치부되곤 한다. 관계에 대한 손쉬운 접근성은 서로의 관계를 종잇장만큼 가볍게 만들었고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음에도 더욱 외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혼자 있는 것이 편하고 주변인들을 피해 마찰을 최소화하는 현대인들의 우울감은 나날이 치솟는다. 사람과의 관계가 일상으로 근접해왔듯이 업무 스트레스 또한 치명적이게 근접해있다. 그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또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하여 각자의 불안을 감추어내고 미소만으로 버텨가며, 속앓이는 더욱 깊어지게 된다. 우리는 주변인의 불안을 들여다보려 한 적이 있을까? 자기 혼자 살아나기도 벅찬 와중에 레오 버스카글리아 교수는 주변인에게 마음을 나누고 '함께'라는 가치로 공생을 이야기한다.

 

내가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누구도 손 내밀어주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인을 사랑해야 하지만 가장 먼저 나를 사랑해야한다. 내 스스로를 존중해가며 세상을 배우고 그 지혜들을 주변인들과 나눔으로써 사랑의 전달이 가능해진다. 그렇기에 사랑은 어찌 보면 무한 동력이다. 사람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사랑을 하는 것은 주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무척 이로운 현상이다. 어찌 보면 맹목적인 사랑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타인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난다면 개인은, 그리고 공동체는 한 층 더 활기를 띄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버스카글리아 교수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신의 생각을 아끼지 않고 타인들에게 널리 베풀며 이 책은 여러 번의 개정을 거쳐 지금의 우리에게 이르렀다. 꽤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버스카글리아 교수의 사랑학 개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p 19
나는 사람이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가르침의 효용성마저 의심한다. 내가 아는 사실은 단 하나뿐, 배우려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란 온갖 지식들을 죽 늘어놓고 그게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것인지를 설명한 다음에 한번 맛을 보라고 권하는 도우미에 불과할지 모른다.

p 59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매사가 자연스럽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본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되찾는 걸 세상 그 무엇보다도 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밝히고,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는 어린아이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이 정한 원칙과 당위의 노예로 전락하는 바람에 원래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잊어버렸습니다.

p 67
"주위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우리는 외로움으로 죽어가고 있다..."

p 81
가르침이란, 상담이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 그 사람만의 독특함, 그 사람 속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말입니다.

p 129
죽음은 무서운 게 아닙니다. 인간은 죽음을 통해서 시간의 가치를 배웁니다.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습니다. 영원히 이 세사에 존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 함께 머무를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p 160
"잠깐만요! 몸은 ‘나‘를 담고 있는 그릇이에요. 원하는 곳, 원하는 시간에 제대로 도착하려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죠. 몸을 존중하세요. 소중한 것들을 담고 있는 그릇이잖아요."

p 172
부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천하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아무런 기대 없이 묵묵히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이미 바라는 모든 걸 손에 넣은 셈입니다.

p 190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난 뒤에 집에 돌아왔다고 칩시다. 소중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겠죠. 물통 뚜껑을 열고 국자를 담그려는데 개미 한 마리가 둥둥 떠다니는 겁니다. 화가 나겠죠? 감히 소중한 내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그러면서 개미를 눌러 죽입니다. 이게 바로 집착입니다. 하지만 개미를 죽이려다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죠. 오늘 하루는 무척이나 더웠는데, 개미도 너무 더워서 물에 들어가 있었구나. 어쨌거나 다치지 않게 물을 떠 마시는 겁니다. 이게 바로 중용입니다." .... "물 속에 있는 개미를 보는 순간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하는 생각 없이 그냥 한 덩이의 설탕을 개미에게 주는 겁니다. 이게 바로 사랑입니다."

p 214
"아, 그건 남편 거예요. 남편이 옷가지를 바닥에 늘어놓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냥 놔두는 거예요. 아침에 이걸 입을까 저걸 입을까 하면서 남편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p 277
삶이 우리에게 던진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우리에게 가해진 이 상처는 내가 바라는 나와 지금의 나 사이를 끊임없이 파고든다.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평생 나를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p 299
길을 가는데 누가 도와달라고 하면, 그냥 도와줍니다. 누가 고속도로에서 끼어들려고 하면, 그냥 끼워줍니다. 누가 울고 있으면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도울 방법이 있을가요? 제가 이렇게 말했더니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묻더군요. "어떤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는데 상관하지 말라고 대꾸하면 어떻게 하죠?"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뭘 잃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보답을 바라기에 사랑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p 327
"우리의 가장 커다란 의무는 바로 남을 돕는 것입니다. 만약 남을 도울 수 없다면 부디 상처를 입히는 일만이라도 피해주시겠습니까?"

p 332
여러분 주위를 한번 둘러보십시오. 그리고 바로 곁에 있는 외로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보십시오. 결코 엄청난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 생기는 겁니다. 작은 일부터 천천히, 천천히 말입니다.

p 359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각자 고독하게 있게 하라.
기타 줄은 외롭게 혼자이지만 하나의 음악을 울린다.

p 381
사랑이란 하루 종일 손님들과 실랑이를 하느라 지친 웨이트리스에게 ‘고맙습니다. 잘 먹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p 390
죽음은 왜 있는 걸까요? 고통은 왜 있는 걸까요? 아이들이 왜 죽어야 하나요? 인간은 왜 절망을 겪어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답장을 씁니다.
"제가 왜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까?" 저보다 더 위대한 사람들도 수백 년 동안 던져온 질문이고 해답을 찾지 못한 물음인데, 제가 그 이유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지만 아주 오래전에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질문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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