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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이로 넘나들다
김헌 외 지음 / 서울포럼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서울 1)포럼 의 기획으로 건축가 조성룡의 60을 기리며 23젊은 친구들이 만든 책이라고 표지에 씌여 있었다. '제목' 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부제가 더욱 궁금하게 만들어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건축이란 삶의 태도다. 수많은 '사이' 를 넘나들 수 있는 축복받은 삶의 태도다. -'서언' 중에서"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자연, 지구, 도시, 학교, 사회, 알고 보면 건축과 살고 있다. 건축이 만들어 내는 공간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사이월드(cyworld)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만..
산소처럼 대하고 있는 '건축' 을 각 분야의 전무가들이 '사이' 를 넘나들며 글을 썼다. 전문가들은 건축에 몸을 담고 잇거나, 한 쪽만 걸치고 있거나, 혹은 전혀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건축' 과 2)'그것' 들을 잘 엮어 나간다. 마치 '날줄' 과 '씨줄' 처럼..
난 지금 '국어' 쪽을 공부하고 있기에 '함성호' 씨가 쓴 '텍스트' 와의 '건축' 사이가 흥미로웠다. 마침 그가 졸업한 학교와 같은 곳을 다니고 있기에 기분은 묘했다. 그는 입시 원서를 쓰려고 보니 이과 반에 있어서 미대를 갈 수 없기에 건축과로 지원했다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로 인하여 문학과의 만남은 시작되는데,,, 건축과를 가고 싶었으나 쓸데없는 이유로 국어교육과에 온 나를 보는 것 같아 또 기분이 이상해졌다. 지금의 난 '문학' 도 '건축' 도 둘다 잘 모르지만 나에겐 충분히 흥미있는 분야이기에 꾸준히 공부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든 것이고,,,
이야기가 한쪽으로 편중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은 각기 저만의 안경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건축' 과 '여러 분야' 와의 '사이'를 훔쳐 보는 일은 흥미진진했다. 또,인상깊었던 것은 '안상수' 씨의 글을 본 것인데, 그는 '이상' 을 흠모하고 글자체 자체의 매력을 탐구하고 있었다. 띄어쓰기 대신 방점을 쓰는 그의 그자 쓰기 관습도 흥미로웠다. '이상' 의 재현일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23인의 전문가들의 글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이 책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만 봐도 '건축' 이란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1)포럼 : 공공의 장소에서 전문가가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발표한 다음에 청중과 질의-응답식으로 토의를 벌이는 것.
2)그것 : 조형, 모형, 그림, 사진, 영화, 텍스트, 디지털, 인터넷, 게임, 자동차, 물건, 가구, 요리, 글자, 간판, 음악, 공연, 돈, 권력, 전쟁, 언론, 믿음 등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