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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 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긴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본문중에서
;오랜만에 경쾌한, POLO의 시원함을 안겨준 소설을 만났다. 1980,90년대를 몸으로 느끼며 살아온 작가는 역사교과서보다 정확한 통찰력을, 기사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만연한 '프로페셔널'이 아닌 '프로'ism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인생은 '프로'가 아니다. '아마추어'라 아름답고, 슬프고, 짜증나고, 화날 수 있는 것이다. 간혹 LOTTO의 짜릿함을 기대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