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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월 2일 시작
6월 1일 완독
시처럼 느껴지는 소설
전체적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있고 중간중간 색다른 색깔을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언니/오빠에 대한 상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풍경을 묘사하는 단어의 농도가 짙다. 특히 눈을 묘사하는 부분. 그 부분이 매력 있었다.
"살아온 만큼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그 위태로움을 나는 느낀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 속으로, 쓰지 않은 책 속으로 무모하게 걸어들어간다."
=> 이 부분, 위태로움. 이 단어를 보고 공감을 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 책을 계속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나의 심정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줄타기 하는 사람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주 잘 묘사해줄 수 있는 단어. 그 단어가 위태로움이라고 생각했다.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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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를 꺼내 입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뒷모습에, 무엇인가 견디기 시작한 사람들의 묵묵한 예감이 배어 있다."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하얗게 웃는다."
*"어둠을 안고 타오르는 텅 빈 흰 불꽃들-그것이 삼월에 짧게 꽃피는 백목련 두 그루인 걸까?"
*"이제 그녀는 더이상 단것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따금 각설탕이 쌓여 있는 접시를 보면 귀한 무엇인가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 시간이 모든 기억을 훼손하지 않는다.
=> 고통이 모든 걸 훼손하지 않는다.
*고요에게
"...더이상 허락되지 않을 이 집의 어둑한 고요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밤이 지나가고 커튼 없는 북동쪽 창이 짙푸른 박명을 들여보낼 때,
군청색 하늘을 등진 미루나무들이 서서히 깨끗한 뼈대를 드러낼 때..."
일별하다 : 큰 생각없이 한 번 슬쩍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