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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경영 ㅣ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형철 옮김 / 서돌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팀내 서가에 언제부터인가 꽂혀 있던 책인데, 인터넷에서 책을 검색하다보니 삼성 경제연구소에서 CEO가 휴가 때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했다기에 무심코 집어 들게 되었다.
책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일본의 대 기업의 하나인 교세라 그룹의 회장이었다가 은퇴 후 불가에 입문한 이나모리 가즈오씨가 일과 경영에 임하는 철학에 대해 쓴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경영의 철학을 정리하자면 책의 중간에 언급되는 육바라밀 (보시, 지계, 정진, 인욕, 선정, 지혜)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남을 위해 베풀고, 악행을 경계하고 계율을 지키며,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고난에 꺾이지 않고 참고 견뎌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이를 통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자는 것이다. 즉 일과 경영에서 긍정적인 사고방식, 이타심과 배려, 끊임없는 노력 및 성찰 등 마음의 수양과 정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CEO라고 하면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의 승리, 어떻게 하면 조직을 관리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고,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타심과 배려를 통해 기업을 일으키고 성장해왔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목사님이나 스님이 이런 얘기를 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기업의 CEO, 그것도 economy animal로 불리는 일본 대재벌의 CEO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간간이 이런 식의 경영이 현장에서 실제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과, 성과주의와 내부경쟁이 강조되는 요즘 기업의 분위기에서 배려나 이타주의가 자칫 어깨동무 문화, 달빛문화로 낙인 찍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항상 조직원들에게 향후 생존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긴장감을 조성하여 동기유발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 경영혁신의 목적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숭고한 가치의 추구를 통한 자발적인 헌신은 우리 기업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어보이기도 하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순히 남들보다 더 잘살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 공헌하기 위해 일한다는 숭고한 가치를 가지는 것, 단순히 수익을 얼마 달성하자는 구호보다는 우리가 왜 이일을 하고 있는지 비전을 가지는 것이 일을 하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슬로우의 욕구 단계 중 최하위단계인 생존/안전의 욕구에 기반하여 일하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아를 실현하고 남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는 가슴 뛰는 목표를 안고 일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가장 행복한 일터가 아닐까?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가 있다는 데 대해, 일본 기업의 저력을 새삼 확인하며, 어떤 경외감이 느껴졌다.
이 책을 통한 개인적인 소득이라면, 회사의 전사 혁신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면서 나 스스로 어떻게 일해야 하고, 현장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긍정적 사고 방식, 일을 통한 수양 및 정진 등 내 스스로 일의 가치를 발견하고 즐거운 맘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 받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