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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아, 우울해? - 침몰하는 애인을 태우고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하드캐리 일상툰
향용이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 애플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전혀 그렇지 않던 남자친구가 우울증에 걸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둘다 너무 힘들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상봉아, 우울해?’ 이 책은 우울증에 걸린 남자친구를 둔 작가의 일상을 그린 그림에세이다.
작가의 이름은 향용이, 우울증에 걸린 남자친구의 이름은 상봉이.
이것만 봐도 이 책이 작가의 실제 연애담을 담은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화엔 아주 가끔 주인공의 가족이 등장하긴 하지만 거의 둘 밖에 안 나온다고 보면 된다.
주인공이 두명이면 내용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연애기간이 길어서인지 아기자기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평범한 일상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슬프게, 때론 행복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작가 그 자체인 향용이라는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다.
유쾌하면서도 너무 사랑스러워 시선을 끈다.
작가가 자신을 너무 귀염 뽀짝하게 그려놓은 것 같다.
작가님과 다르게 우울증에 걸린 상봉이 캐릭터는 좀 별로였다.
우울증이라 무기력한 건 이해하지만 주야장천 게임만 하는 걸 보면 이해보다는 짜증이 앞선다.
일단 게임 많이 하는 사람을 싫어하기도 하고 ‘먹고 살기 바쁘면 우울증에 걸릴 시간도 없다’라는 편견을 나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나보다.
솔직히 우울증인데 게임은 어떻게 해?! 게임 빼고 다른 걸 하면 우울증이 생기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면 말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향용이는 보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을 처음엔 안쓰러워하고 이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점점 짜증이 날 텐데...
향용이가 이해심이 넓은 건지 아님 지나치게 덤덤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상봉이의 우울증에 잠식되지 않는다.
함께 살지만 각자의 삶을 유지해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둘은 천생연분인 것 같다.
그래서 상봉이도 우울증을 잘 이겨내고 있나보다.
아니였다면 벌써 몇번은 헤어지고도 남았을텐데...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작가가 자신이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그려놓아 공감이 많이 가면서도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든다.
소재가 우울증임에도 어둡거나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도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안 우울하게 그려내는 것도 작가님의 능력인 것 같다.
컷만화 스타일의 그림에세이란 점도 마음에 든다.
단순하지만 명랑만화 스타일의 그림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삽화에 색이 거의 없다. 그래서 더 깔끔하고 내용에 집중하게 만든다.
펜으로 그린 그림에 포인트로 노란색이 가끔 칠해져 있다.
특히 작가님 옷은 거의 다 노란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작가의 밝은 성격을 잘 나타낸 것 같다.
상봉이는 흰색, 회색, 검정색의 무채색으로 표현되어 있어 우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향용이와 상봉이의 달콤쌉싸름한 연애 이야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추한다.
우울한 듯 안 우울한 이상야릇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