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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 - 문맹과 문해맹 아이들을 위한 한글 수업
홍인재 지음 / 에듀니티 / 2017년 12월
평점 :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 제목을 보는 순간 한 아이가 떠올랐다.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는 순간 떠올라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규때 4학년 담임을 했었는데, 책 제목에 해당하는 아이를 만났었다. 쓰는 건 전혀 안되고, 받침없는 글자만 겨우 읽을 줄 아는 아이..부모님은 맞벌이를 하며 밤늦게 퇴근하는 편이었고, 아이를 봐줄 상황이 전혀 안되었다. 아이는 쓰기도 안되고, 구구단도 못 외웠기에 매일 1~2시간씩 쓰기와 구구단지도를 했었다. 시행착오를 참 많이 겪었던 것 같다. 모음표를 가지고 지도하기도 했고, 1학년 쓰기책을 가지고 지도하기도 했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쓰기 지도할 수 있는 학습지까지 구해서 쓰기를 많이 시켰다.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늘 제자리였다. 시간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아이를 보며 이전 담임탓을 하기도 하고, 아이나 그 부모의 탓을 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1시간 동안 가지, 나비, 다리를 연습했는데, 다음날이면 다시 가르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나마 쓸줄 알았던 단어도 방학이나 휴일이 길어지면 다시 제자리였다. 1년동안 그 아이가 쓸 줄 알았던 단어는 가지, 나비, 다리 이 세단어뿐이었다.
은성이와 동찬이의 지도일지를 읽으면서 그 아이 생각이 많이 났다. 고학년 담임을 했었던터라 그 아이처럼 글자를 아예 못쓰는 아이는 다시 만나지 않았지만..이 책을 읽고 그 아이를 만났더라면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도 나처럼 시행착오를 많이 했다.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아서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아이와 함께 했던 수업을 일일이 기록하고, 반성하고, 다시 적용하고,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졌다. 지도방법과 아이와 함께 했던 대화내용까지 상세하게 쓰여있어서 꼭 현장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방법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몇 개 있다. 하나는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이다. 그림책을 워낙 좋아해서 신규때 매달 그림책을 샀었는데, 왜 그 아이에게 적용하지 못했을까? 그 부분을 읽으면서 후회가 많이 남았다. 좋은 자료를 두고도 활요할 생각을 못했다니..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수업했으면 아이가 더 즐거워했을텐데..5학년이 되기 전에 기본글자쓰기를 시켜야겠다는 욕심에 쓰기연습만 하는 아이의 힘듦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수업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넘기는, 아이에게 맞추는 수업이었다. 그림책읽기 쓰기를 싫어하게 된 동찬이와의 수업내용이었다. 동찬이의 말과 행동, 또는 관심있는 것을 재료삼아 하는 수업방법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수업내용으로 하니 동찬이에게 무척 즐거운 수업이었을 것 같다. 즐거워야 더 잘 기억하고, 열심히 하게 되니까..
그 때 나는 왜 이런 방법들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내 욕심에 아이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통해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을 성장하게 하고, 함께 발전해가는 선생님이 존경스러웠다. 다시 그 아이와 같은 상황의 아이를 만난다면 그 때처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학급에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꼭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