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시화 에고 1

천일시화 에고 1 ㅣ 천일시화 에고 1
정다혜 그림, 현우철 글 / 우철 / 2015년 11월

'천일시화 에고'는 시와 그림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다.

책제목을 보고 초등학교때 읽었던 천일야화가 떠올랐다.

 천일야화는 1001일 동안의 이야기지만 시인 현우철님이 지은 시는 1000일동안 1000편이다.

그 중에서 100편이 이 책에 실려 있다. 한권에 100편씩 총 10권의 시집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보통 미술작품을 보다보면 어떤 작가의 작품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 화가만의 개성이 나타나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시도 마찬가지다.

거의 매일 시를 지어서 그런지 몰라도 작가만의 스타일이 느껴진다.

작가는 같은 단어나 문장을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의 시가 많다.

형식이 비슷한 시가 많아 다른 책에서 작가의 시를 만난다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완전히 다른 형식을 취한 작품도 있다. '밥상위에는' 과 '꽃잎의 흔들림' 이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1000일 중 그 날만 마음이 변했는지, 아니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처럼..

그동안의 형식을 버렸다. 그래서 좀 더 산뜻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주제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일상의 일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가장 많은 것은 시(詩)다.

시를 쓰면서 작가가 얼마나 시에 대해 고민했는지 알 수 있다.

하루라도 시를 쓰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것 처럼..

정해진 기간동안 시를 쓰느라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느껴진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내면 속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이 책에 나오는 시에는 그에 어울리는 그림도 그려져있다. 그 그림들은 에고작가 정다혜씨가 모두 그렸다.

첫번째 페이지를 넘기니 시보다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림이 독특하면서도 개성이 넘쳐 보였다.

개인적으로 클로드 모네나 앙리 루소의 그림들을 좋아해서 처음엔 정다혜씨의 작품을 보고 멈칫했다.

내가 상상했던 작품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엔 시와 그림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림을 보고, 시를 읽고, 다시 보고, 다시 읽고를 반복하다보니

왜 작가가 자기의 시에 어울리는 작품을 그려줄 사람을 그녀로 선택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았다. 

정다혜 작가의 작품 속 캐릭터 '에고'를 보면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때묻지 않은 어린시절의 나 자신, 순수한 나 자신이 느껴진다.

그래서 현우철시인은 정다혜작가의 그림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하나 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모두 들어간 시 '지치고 지쳐도'

왼쪽페이지엔 환환 웃는 얼굴의 양쪽 입꼬리에 매달린 에고 두 녀석이 그려져 있다.

환한 웃음이 그려진 그림을 보며 미소가 지어진다.

일, 공부, 삶, 사람에 지쳐도 마음 한구석에 희망의 불씨와 환한 웃음 하나는 남겨두자고 한다.

행복의 날들이 올테니까..

이 한편의 시가 내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많이 지쳤었는데, 많이 힘들었는데..

찌푸렸던 얼굴이 펴지고, 슬며시 마음이 편안해진다.

원래의 내 모습을 찾은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이 시를 읽나보다.

그런 의미에서 현우철시인과 정다혜작가의 콜라보는 성공적인 것 같다.

에고작가 정다혜님과 노력시인 현우철님의 환상의 콜라보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