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것처럼 - 아무 일 없지 않지만
설레다(최민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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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지 않지만 아무 일 없는 것처럼'이란 제목이 마음을 끌었다.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이랑 똑같은 제목이라니..

책을 처음 보는 순간 파란색과 흰색의 바탕에 그려진 토끼 한마리를 보고 나는

"아! 토끼가 안 귀엽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토끼가 왜 안귀여울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갔다.

직장생활에 찌들면 절대 네버 귀여울수 없다는 것을..

얼마전 TV에서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근로시간이 두번째로 길다는 뉴스를 접했다.

근로시간은 길지만 생산성은 그만큼 안되는걸 보면 그만큼 사람들이 일에 치여 지쳐있나보다.

여유가 있고, 휴식이 있고, 즐거워야 일의 능률이 오르는데..어느 하나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 일 없지 않지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이 책은 직장인 설레다 토끼의 이야기다.

 주인공 설대리는 직장에 다니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일에, 야근에,  직장사람들에 치여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

직장생활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들어나있다. 부드러운 표현없이, 사실 그대로.

나는 이런 문체의 책이 좋다. 적나라한 것 표현이 좋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책이 좋다.

어쩜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가 간 것처럼 저렇게 똑같이 묘사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취직하기 전의 나는 별로 속상한 일도,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는 늘 웃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직장에 취직한 뒤의 난 늘 욕 배터지게 먹고, 무능력함에 죄절하고, 내 능력 밖의 일을 자꾸 떠 맡으면서

성격도 많이 변했던 것 같다.

잘 웃던 나였는데, 얼굴에서 웃음도 사라지고, 무표정한 얼굴을 점점 더 많이하게 되고,

늘 지쳐있었던 것 같다.

그놈의 일이 뭔지, 내가 일인지, 일이 나인지 구분가지도 않는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내가 바라던 직장이었는데, 꿈과 현실은 전혀 달랐다.

늘 챗바퀴돌며 하는 일인데,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기보다 점점 더 힘겹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에 치여 사는 설레다 토끼를 보며 그 때의 아픔이 떠오른다.

그 해엔 몸도 많이 상해서 아픈데다 일에 치여 살다보니 아주 나쁜 생각도 했을 만큼 힘들었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느샌가 설대리의 모습에서 그 시절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의 모습이 아닌 다소 우스깡스런 토끼의 모습인데도 힘겨워보이는 설대리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일에 치여 있는 모습이나 얄미운 상사의 모습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는 설대리의 뇌구조를 보고 빵터지기도 하고..설대리의 일상은 나의 일상과 어쩜 그리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신기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거의 마지막 장에 있는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이건 진심이야. 우린 정말 수고가 많았어."

친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나눌 수 있는,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그 말..

그 따뜻한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때론 힘들고, 지쳐도 위로해 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다면...

아무 일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설대리, 수고가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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