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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 이호준의 아침편지
이호준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평점 :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는 정말 단순하게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 '자작나무'
학창시절 책에서 보게된 자작나무라는 이름..
어떤 나무인지 모른채 그냥 이름이 예뻐서 좋아했던, 하지만 한번도 본 적 없던 나무를 우연히 수목원에 갔다가 보게 되었는데..
눈속에 있는 듯 하이얀 껍질의 자작나무가 얼마나 예쁘던지 자작나무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 제목이 좋아 선택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푹 빠지게 되는 그런 느낌..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는 작가 이호준의 이야기이다.
작가 이호준은 이 책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자기 자신이 이야기도 있고, 그가 만나거나 보게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으며, 그가 만난 동물들의 이야기도 실려있다.
여행을 하면서, 인터뷰를 하면서, 촬영을 하면서, 아님 일상생활에서 만난 그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책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만난 사람만큼이나 이야기도 다양하다. 기차안에서 보게 된 부녀나 촬영지에서 만난 감독, 하다못해 길에서 만난 강아지 이야기까지..
누군가의 기억속에선 아무일없는 듯 잊혀지는 것을, 또 누군가는 그냥 무심히 지나치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 그의 글에서 생명을 얻는다. 다시 태어난다.
터키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한 소녀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림 속의 강아지가 심심할까봐 피아노를 쳐주는 소녀의 이야기. 요즘 아이들 참 이기적이고 맹랑하다는 말 많이 하는데, 아직도 이런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이가 있다니..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져오는 것 같다.
명함이 구겨진 까닭이란 이야기도 좋았다. 인터뷰하러 갔다가 만난 와이너리 사내가 작가의 명함을 구기자 기분이 나빠졌는데, 그의 그런 태도가 긴장과 초조함에서 나온 행동이었다는 것을..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많이 갔다. 살다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오해하고 다툼이 생기곤 하는데, 잠깐만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오해할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여행이란 제목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여행은 많이 못 가보았지만 나에게도 가장 행복했던 여행이 있다.
가장 친한 친구들과 떠났던 여행. 어디갈까 고민하다 가게된 부산의 용궁사, 친구들과 처음 갔던 여행이라서 기억에 남는 것도 있지만, 더운날 오랜시간 버스도 타고 많이도 걸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고 웃기만 했던 여행..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기억만으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그러기 힘들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아름다운 예인 송해아저씨의 이야기를 읽고 나도 친구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아버지 친구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친구분 중 어떤 분은 너무 가난해서 모임에 자주 못나오신다고 한다. 돈때문에 친구들을 만나기 힘들다면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나이들어 부담없이 친한 친구들을 만나 늘 맛있는 밥 한끼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에게 실망했습니다.'를 읽고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존경하고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내 뒷통수를 쳤다. 나는 원래 사람을 잘 믿는 스타일인데다 그 전까지 그런 경험이 없어서 그 때의 충격은 참 컸던 것 같다. 그 뒤로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많이 닫았던 것 같다. 작가가 후배에게 '그 사람은 원래 그저 그랬는데, 네가 네 안의 우상으로 키웠던 건 아닐까?'라는 물음에 나도 책 속 후배처럼 아무 대답도 못했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혼자 멋지다고 생각하고 혼자 존경하고, 혼자 실망하고..참 아이러니하다. 그동안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왠지 마음의 벽 하나가 허물어지는 것 같다.
이젠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책 한 권에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 놀랐다.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는 나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책 제목에 자작나무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선택했는데, 참 잘 고른 것 같다. 마치 내가 자작나무 숲속에 와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자작나무 숲 속에 있는 것처럼 힐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