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미즈노 케이야 지음, 신준모 옮김, 텟켄(철권) 그림 / 살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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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만화책인줄 알았다.

표지에 그려진 그림이 꼭 만화책을 연상하게 했다.

첫장을 넘기니 옮긴이의 말이 나왔다.

옮긴이의 들어가는 말을 읽고 그냥 글자로 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장을 읽으면서 '어? 뭐지 이건?' 이런 느낌을 받았다.

어른용치곤 글밥도 거의 없고 글자도 꽤 크다. 저학년동화책에 나오는 글자보다도 더 크다.

그림도 크다. 그림체도 독특하다.

책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는 기존에 보지못했던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어렵고 힘들고 지쳐도, 꿈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삶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빛나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강풀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쁘고 세련된 그림은 아니지만 뭐랄까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나의 20대를 떠올리게 한다. 나의 20대는 실패와 절망의 연속이었다.

원하는 대학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대학은 들어갔다.

대학입학 후 나는 새로운 꿈을 꾸었다. 꿈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노력하면 원하던 꿈을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졸업무렵 IMF가 터졌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TV에선 늘 안좋은, 희망이 없는 뉴스만 나왔고, 미래도 꿈도 절망으로 가득했다.

나는 꿈을 포기했다. 그 어떤 것도 꿈꿀 수 없는 암흑기였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나는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그 때의 난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

4년동안 여러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런 시절이었다.

이 나이에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너무 늦지 않았을까? 잘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모습에서 그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TV에서 가끔 취업준비생과의 인터뷰를 보여준다. 암흑기였던 20대 때 내가 겪었던 고통과 비슷한 고통을 그들도 느끼고 있어 마음이 아팠다.  가끔 옛날의 나 자신을 떠올리면 너무나 고통스러워 머리를 흔들곤 한다. 너무 아픈 기억이라 내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예전만큼 고통스럽지 않았다.

책 속의 "산다는 건 그 자체로 빛나는 일이었습니다. 삶, 그 자체가 빛이었던 거예요."라는 마지막 문장이 내 마음을 울렸다.

그 때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테니까...그렇게 느끼니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미즈노 케이야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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