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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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구독하는 신문을 읽다가 우연히 알게된 '광수생각'

만화책을 좋아하는 나에겐 독특하게 느껴졌던 신뽀리캐릭터에 푹빠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광수생각에 포함된 그의 글귀는 어느 날은 웃음을 또 어느 날은 슬픔을, 매번 감동을 주었다.

신문에 연재된 광수생각 하나하나를 오려서 스크랩했던 기억이 난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걸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거기다 그의 유명한 글씨체를 매번 따라하곤 했었다.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무규칙 이종 격투 문화가 박광수의 작품이다. 이번에도 작가가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됐다.

이 책은 가끔은 흐림, 비온 뒤의 무지개, 안개주의보, 오늘은 맑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삶을 날씨에 비유했다.

매일 매시간 변화하는 날씨처럼 우리들의 하루도 매일매일 변화한다.

이 책에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도 있고, 지인의 이야기, 매체를 통해 들은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풀어놓았다.

기억에 많이 남는 이야기는 작가의 친구가 꿈이 뭐나고 물은 이야기와 작가가 미술학원에서 실기강사로 있을 때의 일화, 그리고 전쟁 중 아들이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은 한 어미니의 이야기이다..

술자리에서 작가의 친구가 "광수야~너 이다음에 크면 뭐가 되고 싶냐?"는 이야기는 공감이 많이 갔다.

나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기 떄문이다. 어릴 때 꿈은 뭐였냐고 묻는 경우는 있어도 지금 꿈이 뭐냐고 묻는 사람은 없으니까.

몇년 전 한 꼬마아이가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 순간 얼어붙은 듯 아무 대답도 못했었는데..

그 날밤 난 나의 꿈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의 꿈은 막연했던 어릴 때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작가가 미술학원에서 실기강사로 있을 때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이 그리는 중간중간에 그림을 고쳐주며 이해를 돕지 않는다고 아이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을 때 했던 행동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요즘 학부모중 헬리콥터맘, 잔디깎기맘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미래를 위해 미리 계획하거나 아이들이 평탄한 길만을 가도록 해주는 부모가 많은데, 그건 잘못된 생각인 것 같다. 스스로 해보고 실패도 해보아야 그런 경험들이 나중에 살아가는데 아이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는 강한 멘탈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많은 남았던 전쟁 중 아들이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은 한 어머니의 이야기는 가슴시리도록 마음이 아팠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아들을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천사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언제의 아들을 만나고 싶으신가요?"

어머니는 아들이 어릴 때 큰 잘못을 한 뒤 울면서 달려오던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 때 혼내느라 아이를 안아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문구에

"당시 앞에 천사가 나타나서 당신의 시간을 되돌려 준다면 당신은 언제 쯤의 엄마를 안아 드리고 싶나요?"라는 문장이 있는데,

그 문장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어릴 땐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안긴 것이지 안아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왜 이리 마음이 아픈지..

옛날에 TV프로그램에 나온 작가를 본 적 있는데, 광수생각으로 한참 인기를 얻고 있을 때여서 꿈을 이룬 듯한 그의 모습이 참 부럽기만 했다. TV속 그의 모습에선 고생없이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처럼 보였는데, 이 책을 보니 그의 삶도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땐 정말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 즐거웠는데, 어른이 되면서부터 삶은 녹녹치 않은 것 같다. 책 제목 처럼 쉬웠던 날은 없는 것 같다. 쉬는 날 조차 문득문득 걱정거리가 떠오르고, 그 이전에 겪은 일들을 되새김질하며 화도 났다가, 짜증도 났다가 슬펐다가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니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에 공감이 많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묵은 감정들도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다.

내일 하루도 쉽지 않겠지만 전과는 다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흐린 뒤에 다시 햇살이 비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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