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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내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10년전이었다.
지인이 재밌다며 추천해준 '공중그네'를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밤새워 읽었다.
학창시절 이후 참 오랜만에 책읽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고 너무 재밌어 면장선거, 오 해피데이 등등 그의 소설들만 계속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남쪽으로 튀어를 제외하곤 200~300쪽 남짓되는 소설만 읽었던 터라 처음엔 이 책의 두께에 놀랐다.
이걸 언제 다읽나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책은 빨리 넘어간다. 글자도 많고 책도 두꺼운데, 신기하게도..
아마 내가 좋아하는 그의 문체 탓일것이다.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말이 잔뜩 쓰여있거나 수식어를 많이 사용한 긴 문장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 이해가 안되 다시 읽다보면 몰입도 안되고 짜증만 난다.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쉬우면서도 간결한 문체를 사용하여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늘 그렇듯 그의 소설은 아무리 두꺼워도 일단 첫장을 넘기면 이야기에 몰입되어 손을 뗄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서스펜스 소설이다.
나오미는 아오이 백화점의 외판부 직원, 가나코는 대형가전업체에서 일하다가 결혼을 계기로 전업주부가 되었다.
둘은 친구사이이다. 가나코는 남편 다쓰로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오미는 자신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어머니의 무기력한 모습을..
나오미는 친구인 가나코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를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을 찾는다.
우연히 자신의 거래처에서 가나코의 남편과 똑같은 모습을 한 중국인을 만나게 된 나오미는 가나코가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묘안을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남편을 제거하는 일...
두 여자는 가나코의 남편 마쓰로를 살해하기로 공모한다.
그녀들의 계획은 남편을 살해한 후 야산에 묻고, 남편을 닮은 중국인 린류키를 이용하여 마쓰로가 고객의 돈을 횡령하다 중국으로 도망쳐서 행방불명된 것처럼 꾸미는 것..
하지만 마쓰로의 회사동료 야마몬토와 가나코의 시누이 요코의 의심으로 일을 점점 꼬여만 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들의 범죄행각이 들킬가봐 주인공인 그녀들보다 읽고 있는 내가 더 긴장되게 만든다.
매 장마다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글자만으로도 이렇게 긴장되게 만드는지..
이 책을 읽는동안 예전에 보았던 "델마와 루이스'가 떠올랐다.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 당시의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계속 가면 죽음만 있을 뿐인데 절벽에서 차를 계속 몰고 가는 장면...
어떻게 그런 희망차고 멋진 표정으로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지...
델마의 "계속 가는거야"라는 대사가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나오미와 가나코도 델마와 루이스처럼 계속 간다. 델마와 루이스와는 또 다른 의미로..
그녀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믿고 읽게 되는 작품 오쿠다 히데오의 새로운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 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