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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밭 너구리 ㅣ 큰곰자리 15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책읽는곰 / 2015년 3월
평점 :
왠지 이 책을 읽으면 어린시절 읽었던 피터팬이 생각난다.
'피터팬'을 읽고 팅커벨 같은 요정이 마을주변 숲 속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찾으러 다니곤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웃기지만 그 시절엔 작가의 상상력을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쓴 거라 착각하곤 했기 때문이다.
화가처럼 외딴 곳에 살면 너구리같은 동물들이 찾아와 말을 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책곰의 신간 '참깨밭 너구리"는 달고개 마을 외딴집에 사는 화가와 그에게 찾아오는 물리학자 너구리의 이야기이다.
어두운 파란색 하늘과 땅위에 세워진 나팔모양의 물체, 그리고 남자와 너구리 한마라가 그려진 표지.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썩 끌리는 표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별 기대감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이 책을 몇장 읽지 않아 사라졌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삽화가 내용이랑 너무 잘 어울려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표지를 다시 보니 표지가 새롭게 다가왔다.
'참깨밭 너구리'의 주인공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물리학자 너구리이다.
화가아저씨는 그림에 쓸 장면을 찾다가 달고개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너구리 한마리가 찾아와 참깨를 언제 수확할 것인지 물어보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너구리는 다른 너구리들과는 다른 면이 많다.
어찌보면 현실에선 없는 존재하지 않는 동물.
사람과 대화를 하고, 우주의 미래가 달린 연구를 하는 너구리는 세상에 없으니까..
자칭 137억살 물리학자 너구리는 우주의 미래를 위해 연구를 한답시고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화가는 너구리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간식도 챙겨주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둘은 점점 친구가 된다.
그러다가 점점 연구를 핑계로 너구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참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너구리사냥에 나선다. 너구리는 결국....
이 책엔 희로애락이 다 담겨져 있다. 재밌는 장면도 있고, 화가 나는 장면도 있으며, 슬픈 장면도 있다. 티격태격하는 화가아저씨와 너구리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너구리가 양육비 걱정을 하며 화가에게 물고기를 빌리러 오는 장면은 명장면이다. 너구리가 유부남임을 알게 된 화가가 웃음을 터트리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유부남 너구리라니...예상외의 반전에 웃음이 났다. 아이들은 몰라도 어른들은 이 장면을 공감할 것이다. 너구리가 연구를 한답시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장면이나 화가에게 뻔뻔하게 행동하는 모습에선 화가 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책 읽기 좋은 따뜻한 봄날, 우주의 미래를 위해 자칭 물리학자 너구리를 만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