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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TV를 켜놓은 채 책을 읽다가 밝은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와 고개를 들었다. TV를 쳐다보니 새로 상영하는 영화의 예고편이 나온다. '안녕, 헤이즐'이란다. 여자 주인공 이름이 참 예쁘다. 예고편에 코에 호흡기를 낀 여자에게 남자가 다가가 이름이 뭐냐고 묻고, 여자가 왜 빤히 쳐다보냐고 묻자 남자가 '예뻐서'라고 대답한다. 그 장면을 얼핏보고 시한부 여자주인공과 그냥 잘생긴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라 생각했다. 쉐인 웨스트, 맨디 무어 주연의 '워크 투 리멤버'같은...하지만 내용은 내 예상과 달랐다.
"The Fault in Our Stars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이 책은 미국의 유명작가 존 그린의 소설이다. 그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대사를 이용하여 지었다고 한다. 책 제목이 참 이쁘다. 제목만으로도 따뜻함이 전해진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호흡기를 항상 차고 다니는 말기암 환자 헤이즐 그레이스와 골육종으로 의족을 차고 있는 소년 어거스터스 워터스의 사랑이야기이다. 담당의사의 권유로 일주일에 한번 암환우의 모임인 서포트그룹에 하는 헤이즐은 어느 날 안암환자 아이작과 함께 온 어거스터스를 만나게 되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내용이다.
‘헤이즐 그레이스’와 ‘어거스터스 워터스’ 그 둘은 너무나 다르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헤이즐은 책읽기를 좋아하고, 특히 피터반 호텐의 소설 ‘장엄한 고뇌’를 너무나 좋아하여 수십번 다시 읽곤 한다. 그에 비해 어거스터스는 게임을 좋아하며 비디오 게임을 소설화한 ‘새벽의 대가’를 좋아한다.
그리고 둘은 사랑과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다르다. 사랑에 대해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하기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반면 헤이즐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랑에 빠지는 걸 두려워한다. 또, 죽음에 대해 어거스터스는 죽은 뒤에 자신이 잊혀지는 걸 두려워한며, 누군가를 위해 죽는다던가 아니면 선을 위해 죽어야 자신의 죽음이 의미있고,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헤이즐은 잊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특별한 삶을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렇게 너무나 다른 둘이지만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밤하늘의 별처럼 빛났다.
나는 특히 헤이즐이 자신의 죽음으로 부모가 큰 슬픔에 빠져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부분이 무척 공감이 되었다. 사랑과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도 어거스터스보다는 헤이즐 쪽에 가깝다. 난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만큼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것도 두렵다.
존 그린은 남자인데 어떻게 16살 여자아이의 심리를 이렇게 잘 표현할까?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천재성에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의 나이가 십대라 그런지 대사도 행동도 사랑도 무겁지 않아 좋다. 헤이즐은 너무나 쿨하고, 어거스터스는 유머러스하고 자신만만하다. 자칫 지나치게 슬프고 무거워질 수 있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유쾌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놓아 좋았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 같진 않지만 마음 한 구석이 아파온다.
이 책에는 시나 인용문들이 많이 나오지만 나는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어거스터스가 보낸 마지막 편지가 마음을 따뜻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