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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다고? ㅣ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5월
평점 :
* 보물창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르셀 뒤샹, 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다고’
이 책은 세계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인 마르셀 뒤샹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작가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는데, 아주 옛날 미술 관련 책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처음 그 작품을 보았을 땐 작품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변기를 작품이라고 해서...거기다 서명이 되어 있어서 직접 제작한 줄 알았다. 하지만 변기를 그가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기성품이라는 점에 한번 놀랐고, 그 작품의 제목이 ‘샘’이라서 한번 더 놀랐던 것 같다. 유명한 작가라고 들었는데, 남이 만든 변기에 자기 이름을 써서 출품한 것도 그렇고 변기를 보고 ‘샘’이라는 제목을 지은 것도 그렇고 좀 당황스러웠다. 현재의 내가 봐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작품이 나왔던 1917년엔 더 그랬을 것 같다.
이 책은 소변기를 ‘샘’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한 날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어떤 평가를 받았으며 그의 작품 소재와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세계하면 떠오르는 단어 ‘레디메이드’에 대한 내용과, 당시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까지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작품활동을 그만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체스를 두게 된 이야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표지를 넘기면 녹색과 검정색이 조화로운 체스판 무늬가 나오는데, 처음엔 뜬금없이 체스무늬가 왜 나오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인생은 체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
책에 나온 그의 작품들을 보면 요즘의 기준으로도 하나같이 다 파격적이다. 시대를 얼마나 앞서간 사람일까? 작품도 제목도 무엇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그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황당함과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예술이 맞나? 내겐 장난과 예술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듯한 모습이다. ‘샘’이라는 작품도 그렇지만 솔직히 L.H.O.O.Q라는 작품도 충격 그 자체다. 모나리자 그림에 연필로 콧수염을 그리다니. 이건 그냥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무덤에서 일어날 만큼 파격에 파격을 더한 작품인 것 같다. 특히 L.H.O.O.Q작품은 장난을 넘어 조롱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대작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우스갯거리로 만들다니. 그의 머릿 속엔 뭐가 들었을까? 궁금해진다. 이런 독특한 작품세계 덕에 ‘개념 미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간 건 아닐까? 솔직히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을 접할 때 비평가나 도슨트의 설명이 아닌 작가 자신에게 작품의 의도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마르셀 뒤샹은 인터뷰 제1호다.
이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표지를 포함하여 딱 3가지 색깔만 사용했다는 점이다. 흰색, 검은색, 녹색이다. 거의 99%가 검정과 흰색이고, 책 제목과 체스판 무늬엔 녹색을 사용했다. 흑백 삽화라 더 강렬하게 다가오고 이야기에 좀 더 몰입하게 된다. 삽화스타일은 초 단순하다. 이렇게 사람을 단순하게 표현한 작품은 처음 본다. 어린아이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말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다.
책에 나오는 그의 작품과 이야기를 보며 어릴 때 접했던 그의 작품은 떠올리며 그때 느꼈던 감상이 새록새록 떠올라 기분이 묘했다. 아이들에게 그의 작품을 보여주면 어떤 감상평을 내놓을까 궁금해진다. ‘변기’를 새로운 예술 분야의 한 영역을 창조해 낸 마르셀 뒤샹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강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