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스런 느낌의 표지가 눈길을 끈다. 아주 옛날에 출간된 잡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릴 때 보던 만화책이나 잡지들이 저런 느낌이었는데...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땐 90년대 출간된 동명소설을 만화로 한 작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만화 아홉살 인생'
이 책은 1979년도 국민학교 2학년생인 영우를 중심으로한 성장만화이다.
작가의 어린시절을 그대로 풀어놓은 듯한 이야기로 주인공 영우의 모습은 책의 맨 앞장에 소개된 작가의 어린시절 모습과 똑닮았다.
이 만화로 유추하자면 작가님은 50대이신데 국민학교 2학년때 기억이 이렇게 디테일하다니 좀 놀랐다.
난 어릴 때 기억은 거의 안나는데...특히 저학년때는...
작가님보다 어리긴 하지만 국민학교 출신(?)이라 책 속 이야기에 공감대가 많이 갔다.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한동한 생각하지 않았던, 기억속에 묻혀져 있던 옛시절의 추억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진다.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 뽑기, 흑백TV, 비디오가 아닌 TV로 봤던 우주전함, 슈퍼맨, 쌍쌍바, 난로에 도시락 데우기, 탐구생활 등등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70년대생이라면 핵공감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어릴 땐 만화에 나온 것처럼 한번도 똑같이 쪼갠 적이 없었던, 지금도 좋아하는 쌍쌍바나 방학때마다 방송을 보며 풀어야했던 지긋지긋했던 탐구생활, 뽑기 운이 없어 맨날 꽝이나 꼴등 미니잉어를 뽑았던 것까지...
특히 각종맨들 중 가장 좋아했던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좋아했던 배우라 그의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참 설레면서도 좋았다.
다 읽고 나서도 책을 덮기 아쉬워 앞뒤로 왔다갔다하면서 읽고 또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추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살짝 서글프기도 하다.
참 복잡미묘한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되는 것 같다.
그 시절엔 아주 사소하고 조그마한 것에도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는데...
어른인 지금은 그 시절보다 훨씬 풍족함에도 그때처럼 행복하긴 쉽진 않으니까...
70년대로 여행을 떠나게 하는 책 '만화 아홉살 인생'을 어른들에게 추천한다.
그 시절의 추억을 한껏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