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첫 장에 나오는 문구가 참 인상적이다.
첫장을 넘기면 왕이 눈을 치켜뜨고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모든 국민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 그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 말을 제대로 실천하는 왕이라면 국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독재라면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독재를 일삼는 권력자들이 그렇듯 이 책의 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만약에 내가'는 독재자의 횡포에 맞서지 않는 방관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장의 문구를 보고 이 책이 '만약에 내가 왕이라면~' 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이 책의 왕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백성들을 핍박한다.
장애인이나 노인은 두말할 것도 없고 때론 황당한 이유로 백성들을 괴롭힌다.
왕의 독재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지만 이 책의 화자는 자기의 일이 아니기에 방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도 똑같은 일을 경험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랬든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듯
"만약에 내가 잠자코 있지 않았다면. 만약에 내가"
라며 말한다. 하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늦은 것을...
이 책은 삽화가 참 독특하다.
삽화의 반은 왕의 독재의 심각성을 표현하듯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있고 배경은 어두운 느낌으로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나머지 반은 그 반대다.
'만약에 내가' 라고 상상하는 부분으로 화사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무척 행복해보인다.
단순하면서도 딱딱한 느낌의 삽화가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이 그림책 한 권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을 다 읽었는데도 먹먹한 마음이 접히지가 않는다.
그만큼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림책이라 하면 저학년이 읽으면 좋을 것 같지만 이 책은 고학년 아이들에게 강추한다.
특히 독재나 민주항쟁에 대해 배우는 6학년에게 어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