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손 지우'
제목 참 특이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책 제목만 보고 선택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이 책 너무 재미있다.
'파마 임금님', '숙제 손 지우', '맞혀 맞혀 다 맞혀' 총 3가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세 이야기 모두 수호, 지우, 다해 이 세 아이의 속상한 감정을 다루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 모두 다 재미있고 교훈이 넘친다.
보통 이런 단편들 중 몇 가지는 좋고, 몇 가지는 별로인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 책은 세 이야기 모두 좋다.
'파마 임금님'은 멋진 파마를 하고 싶은 수호가 미용실이 아닌 동네 아주머니네 집에서 파마를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어릴 때 미용실에서 본 파마막대기가 신기해하며 파마종이를 감고 고무줄로 장난치곤 했었는데, 아마 작가님도 그런 경험이 있나보다. 수호가 막대기에 하얀 파마종이와 고무줄로 망또를 만들어주면서 파마 막대기 모두 파마 나라의 임금으로 변신한다. 심지어 말도 하고, 파마도 한다.
'무슨 임금님이 이렇게 많아요? 임금님은 하나여야죠!'라는 수호의 말에
'귀한 임금들 모두 힘을 모아 멋진 파마를 한다오.'라고 대답한 말하는 파마나라 임금님들의 대답 부분이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임금님은 하나여야 한다는 수호처럼 나도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으니까.
임금님이 여러 명이면 어때? 함께 힘을 합해 일하면 되지?
이 단편 하나만으로도 작가님의 팬이 되어 버렸다.
두번째 이야기는 '숙제 손 지우'다.
다쳤는데도 엄마가 숙제만 운운하자 속상한 지우의 몸에서 숙제하는 손을 제외하고 나머지 신체가 모두 사라지게 되면서 겪는 일들을 담고 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엄마의 잔소리가 그날따라 지우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지우의 속상함이 내게까지 전해져와 울컥했다.
다행히 엄마가 반성을 하면서 지우의 신체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그 과정이 참...뭐랄까..아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 이야기는 '맞혀 맞혀 다 맞혀'는 학급 피구 경기에서 다해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해는 운동을 잘 못한다. 피구도 마찬가지.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운동실력이 없다보니 다해네 반 최강자 예리를 맞추지 못한다.
그 때 담임선생님이 '에이, 그걸 못 맞혀?'라는 한마디에 다해는 무너진다.
그러다 우연히 수업시간에 만난 빌헬름텔 아저씨를 통해 맞히고 싶은 거 다 맞힐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능력은 다해를 다소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능력을 제대로 사용한다.
선생님이 낸 문제를 푸는데 사용할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내 예상을 빗나갔다.
그래도 좋았다. 다해의 마음이 위로받았으니까.
'우와~~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작가님 상상력 대박이다.
시작도 좋고, 내용도 좋고, 마무리까지 훌륭하다.
단편이라 아이들에게 읽어주어도 좋고,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다보니 책을 읽고 이야깃거리도 많아 더 좋은 것 같다.
수호, 지우, 다해의 에피소드에 푹빠져보고 싶다면 '숙제 손 지우'를 강추한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