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한가운데 정면을 쳐다보고 있는 애꾸눈 고양이가 눈길을 끈다.
'33번째 달의 마법'
이 책은 제목에 홀려 선택하게 되었다.
달의 마법이라...어떤 내용일지 궁금증만 더할 뿐 상상이 안된다.
애꾸눈 고양이 봄이에게는 비밀이 있다.
바로 달의 마법으로 사람이 될 수 있는 있다는 점이다.
의류 수거함에서 옷을 골라 입으면 그 옷의 주인 모습을 3일을 살 수 있다.
그리고 33번째 달이 떴을 땐 완전히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를 읽다보니 아주 어릴 때 보았던 구미호가 오버랩된다.
고양이가 사람이 되어 뭐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봄이는 길냥이다. 외눈박이에 다리까지 저는...거기다 춥고 배고프고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그러니 3일을 살더라도 사람으로 편하게 살고 싶은 것이겠지..
그렇다고 아무 옷이나 입지 않는다.
물론 고르고 골라 입어도 꽝일 때도 있지만...
그 모습들이 참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다 우연히 기억에 있는 옷 냄새를 맡고 꽃장식이 달린 블라우스를 발견하고 그 옷을 입게 되는데
그 옷의 주인은 바로 태이다.
태이는 심장이 아픈 아이인데, 그동안 봄이가 만났던 옷의 주인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봄이는 많이 당황스럽다.
태이의 부탁은 태이의 모습으로 엄마랑 놀이공원에 가고, 꽃구경도 하고, 마트도 함께 가는 것!
태이와 봄이의 대화부분을 읽으면서 태이의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어른스러움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진다.
설마...혹시라도 태이가 죽는 결말은 아니겠지?
오래 기억남기에 새드엔딩을 좋아하는 편인데, 왠지 모르게 이 책은 이런 내 예상이 제발 틀리기를 바라게 된다.
그래서인지 봄이가 태이의 부탁을 들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행복해하는 장면에도 책을 읽는 나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다.
그러다 태이의 어머니를 통해 봄이는 자신과 태이와의 과거 인연을 알게 된다.
다행히 내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지만 봄이의 최종 선택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이라면 당연한 선택이지만, 가족 없이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봄이에게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다행인가?
정말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인데, 이런 책인 줄 몰랐다.
상상도 못한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까지..
90쪽 정도밖에 안되는 이 얇은 책을 읽으면서 온갖 감정들이 파도친다.
웃었다가 슬펐다가 화가 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해피엔딩이지만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봄이에게 어떤 달의 마법이 펼쳐지는지 궁금하다면 '33번째 달의 마법'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