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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튤립이에요 ㅣ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호원숙 지음, 박나래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0년 5월
평점 :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항상 튤립이었다.
그 무렵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도 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였을 정도로..
꽃을 그리라고 하면 늘 튤립을 그렸고 왕관같은 모양의 꽃봉오리를 매번 그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니까.
예쁜 정원이 있는 주택의 마당 깊숙히 심어져 있는 알뿌리 하나.
표지에 그려진 깔끔한 삽화가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삽화가 참 좋다.
이렇게 글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삽화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계절의 변화가 자연스레 느껴지는 정원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여자라면 누구나 꿈꿔본 싱그럽고 푸르름 가득한 정원..
'나는 튤립이에요.'는 알뿌리가 튤립꽃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뉴욕에 사는 로사할머니는 서울에 사는 비아 할머니에게 택배를 보낸다.
그 안에는 알뿌리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주인공 '나'가 할머니가 아니라 이 알뿌리이다.
하지만 주인공 나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
양파나 마늘을 닮았다는 것밖에..
주인공 '나'는 초겨울에 심어져 무럭무럭 자란다.
자신이 무엇이 되는지 궁금해하면서...기대하면서..
따뜻한 봄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꽃봉오리가 올라온다.
그 때 할머니가 꽃의 이름을 부른다.
'튤립'이라고..
튤립은 자신을 보고 행복해하는 할머니와 민아를 보고 행복해한다.
이 책을 보는 나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 김춘수님의 '꽃'이 생각난다.
특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이 부분..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던 튤립이 할머니의 부름으로 자신이 누군인지 알게 되는 과정이 이 시를 떠올리게 한다.
예쁜 정원의 풍경과 튤립 향기 가득한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나는 튤립이에요.'를 추천한다.
이 계절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책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