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머프, 플란다스의 개, 호호아줌마, 캔디, 아톰 등 이름만 들어도 행복해지는 만화 주인공들..
이 책에 나온 만화를 모두 보았거나 알고 있다면 최소 30대중반일 것이다. 볼거리가 없던 어린 시절엔 TV만화영화는 우리의 즐거움이자 행복이었다. 등교를 하지 않는 일요일에 일찍 일어나는 건 오직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드는 요즘의 만화들은 그 옛날의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시절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만화로 인해 요즘 아이들은 느낄 수 없는 추억이 많은 것 같다.
'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를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고 행복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만화에 이런 말이 나왔었나? 라고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나진 않지만 그냥 그 만화를 내가 알고 있다는 자체가 좋았다. 솔직히 그 많은 만화 중 [슬램덩크]의 대사만 기억난다.
'안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포기하면 시합은 거기서 끝나버리는 거야.'
저 대사는 지금 들어도 감동이다. 그 시리즈를 전부 사서 20번도 더 읽었으니 기억이 안날 수가 없다. 슬램덩크는 내가 읽었던 만화 중 최고이기도 했고, 나의 최애캐가 불꽃남자 정대만이었으니까..
이 책은 만화속 대사와 그에 관련된 작가의 경험을 더해 작가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어서 인지 작가의 생각에 공감이 많이 갔다. 만화를 보던 나의 어린 시절이 연상되면서 작가의 감정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이 책에 톰에 대해 나올때 '아~톰이다! 내가 좋아하는..'이라는 말이 바로 나올 정도로 반가웠다. 어린시절 나의 롤모델은 키다리아저씨의 '주디'와 톰소여의 모험의 '톰'이었다. 특히 톰이 페인트칠하는 일화는 정말 내가 꿈꾸던 장면 중 하나다. 학교에서 나는 모범생처럼 행동했지만 본성은 톰에 가까웠다. 학교가 파하면 톰처럼 온갖 장난을 하며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곤 했으니까..학교에서는 늘 조용히 앉아 공상하며 지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톰도 되었다가 주디도 되었다가..나는 늘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주디와 톰이 부러웠다.
요즘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아 많이 힘들었는데, 작가도 그런 경험들이 있었는지 곰돌이푸우와 독수리오형제의 대사를 담아 풀어놓았다. 사소한 일이, 상대하기 싫은 사람이 내 감정을 그렇게 휩쓸어갈지 몰랐다. 작가처럼 곱씹으면서 생각보다 오래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해 많이 아팠었다. 타이밍 얄궂게도 난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를 모두 견디고 난 후 이 책을 만났다. 그 때 이 책을 만났다면 감정소모를 덜 했을텐데...
곰돌이 푸우의 감사일기 편을 보면서 곰돌이푸우가 한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대사가 마음을 툭하고 때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요즘 왜 이렇게 불행하지라고 생각했지만 순간순간 즐겁고 행복한 일은 늘 있었으니까..이 편을 보면서 얼마전에 산 예쁜 다이어리에 매일매일 감사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이어리에 쓰인 감사편지를 보며 나도 매일매일 행복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나이가 들다보니 어린시절의 추억을 먹고 사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엔 아무 것도 아닌 일도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느껴졌으니까..어른이 된 지금은 그런 감정을 느낄 기회도, 여유도 없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이런 책들이 위로가 된다. '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를 지친 삶에 위로를 받고 싶은 어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