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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노는 애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 - 아이들의 관계 맷집을 키우는 놀이 수업
얼씨구 지음, 최광민 그림 / 한울림 / 2018년 10월
평점 :
개그맨 신동엽이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놀이총량의 법칙이 있는데, 어렸을 때 많이 놀았던 사람들은 크면 안 놀고 어렸을 때 못 놀았던 사람이 커서 놀게 된다."라고...나는 그 말을 듣고 참 공감했던 것 같다. 어린시절 나는 정말 미친듯이 놀았다. 방과후에 숙제를 마친 후 집에 가면 바로 가방을 마루에 던져놓고 나가 잠자는 시간외에는 거의 밖에서 놀았던 것 같다. 들판, 뒷산, 학교운동장, 시냇가 등등 가릴 것 없이 아무데서나 놀기도 했다. 밤에는 동네 아이들과 모여놀기까지 했으니까. 어릴 때 너무 놀아서인지 지금은 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잘 노는 애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이 책을 쓴 저자는 놀이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요즘 아이들은 놀아달라고 하면서도 막상 뭐할까 물어보면 뭐할지 대답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는 방법도 잘 모르는데다 방과후에도 학원 다니느라 아이들끼리 놀 시간도 없다. 내가 어렸을 땐 놀면서 싸우기도 하고, 바로 화해하고 또 놀고...동네에 나가면 언제나 놀거리가 있었고, 모르는 아이들과도 서슴없이 놀기도 했었는데..요즘 아이들은 그런 것들이 잘 안되는 것 같다. 놀 시간이 없으니 친구 사귀기도 힘들어하고, 아이들끼리 생각없이 하는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그런 과정도 성장의 한 과정인데...그런 과정이 없다보니 학교폭력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작가가 요즘 아이들을 보며 느낀 감정들에 공감이 많이 갔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즘 아이들이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놀 줄 모르니까..그 재밌는 놀이를 할 줄 모르니까.
이 책에는 전래놀이나 기타 여러 가지 놀이를 소개하면서 이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성장해나가는지 그 과정들을 상세하게 설명해놓았다. 깡통술래잡기, 개뼈다귀놀이, 호랑이굴놀이, 비석치기, 딱지놀이 등등 재미난 놀이가 참 많았다.
그 중에서도 "깡통술래잡기"는 초등학교다닐 때 밤 마다 동네 아이들과 모여 했던 '다방구'와 비슷한 놀이같다. 그리고 '개뼈다귀놀이'는 어렸을 때 많이 했던 '여의봉'과 비슷하고..책에 소개된 놀이를 보니 어린 시절 했던 여러가지 놀이가 떠오른다.
이런 단순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니 참 신기하면서도 놀이가 참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저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건만..아이들의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 역할을 한다니..나도 아이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학교에 있을 때 거긴 운동장이 흙과 모래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땅놀이를 많이 했다. 사방치기, S놀이, 달팽이놀이 등등..너무 재밌게 노니 주변에서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그러다 학교를 옮기면서 놀이를 못했던 것 같다. 요즘 학교 운동장은 농구장이 있거나 잔디등이 깔려있어서 땅놀이를 하기 쉽지 않다. 잘 그려지지도 않고, 함부로 그릴 수도 없고..이 책에 소개된 놀이판이 있는 학교운동장이나 마을이 참 부럽게 느껴졌다. 주변 놀이터나 학교에도 쉽고 간단하게 땅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판이 그려져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다음주부터 일주일에 2번씩 이 책에 나오는 놀이 몇가지 함께 해보자고 하니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무척 기대하는 눈치다. 제일 먼저 '호랑이굴'놀이를 해보려고 한다. 다행히 학교에 축구장이 있어서 원을 따로 그리지 않고 센터서클을 활용하려고 한다. 아이들수에 딱맞을 것 같다. 그 다음엔 깡통술래잡기를, 그 다음엔 개뼈다귀놀이를 할 생각이다. 책에 소개된 놀이 하나씩 차근차근 해보아야겠다. 놀이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려주는 책 '잘 노는 애,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를 교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이들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