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장르는 항상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어 우리의 기대에 부응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장르 또한 우리가 장르를 정의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 P23

우리는 <성게>가 실화를 기반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에 <성게>를 읽으면서 (1인칭 시점의 단편소설이 아니라) 작가 이창래의 실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잘 쓰인 창작 논픽션과 마찬가지로 이창래의 이 에세이 형식을 띤 회고록은 단편소설처럼 읽힌다. 왜일까? 이 작품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목을 끈다. 이는 서술적 산문에 대한 중요하면서도 포괄적 진술이기도 하다. - P38

창작 논픽션에서 또한 두 가지 유형의 갈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기반의 이야기에도 서사 아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창작 논픽션의 서사 아크는 소설보다 더 미묘할 수 있으며, 요점이 항상 명확하게 정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사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서사 아크가 있다. - P61

단락은 여백을 만든다. 단락이 마무리될 때 우리는 단어보다 그 단어 주위의 빈 공간에 주목한다. 단락은 생각 하나가 마무리된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리거나 잠깐의 휴식 후 글의 흐름이 변한다는 신호가 된다. 작가가 단락이라는 휴식을 줄 때 독자들은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 P86

선형적 구조는 시간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의 순서를 따른다는 점에서 점진적이기도 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선형적 구조를 가진 이야기들은 보통 하나의 서사 아크로 전개되지만, 반드시 정해진 시간 안에 발생하는 사건의 순서를 중심으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 P90

어떤 경우든, 구조를 위한 독서의 기본은 작가들이 어떻게 독자를 텍스트의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시키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 수단으로는 시간, 장면, 개념, 감정, 이야기의 가닥이나 조각 또는 단락의 끝과 시작 사이에 다리를 놓는 문장이나 문단 등이 있다. - P107

창작 논픽션 ‘서술자-인물‘ 구축의 또 다른 복합성은, 작품을 쓰는 작가와 그 당시를 경험하던 서술자 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창작 논픽션 작가가 작품의 등장인물로서 자신의 모습을 전개하려면 작가는 쓰고 있는 경험 당시의 인물을 불러와야 한다. 그와 동시에 작가는 과거를 뒤돌아보는 사람의 관점을 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 P168

글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서술자가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 이해하고 있는 점을 말해준다. 창작 논픽션에서는 이를 성찰reflection이라고 부른다. - P169

언어를 읽는다는 것은 구두점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으로, 구두점이 구문론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문장이 움직이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정지, 확장) 주목한다는 뜻이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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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 나의 오늘을 춤추게 하는 철학의 한마디
김수영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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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우는 것은 철학Philosophie이 아니다. 오직 철학 함Philosophieren이다.˝ - 칸트 -

철학과 친해지고 싶지만 어렵고 막막해서 망설였던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한번쯤 들어봤거나 접해 본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철학이 그저 배우고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왜 필요한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차갑고 냉소적으로 느껴졌던 철학자들이 사실은 누구보다 삶을 열심히 사랑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온 삶을 바쳐서 배워야 한다.˝
- 루키우스 세네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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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 나의 오늘을 춤추게 하는 철학의 한마디
김수영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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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하는 "아모르 파티".는 엎질러진 물을 앞에 두고 우는 아이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 먼 길을 떠나려 신발 끈을 조이는 아이에게 전하는 용기의 메시지입니다. 네가 선택하는 길, 그것을 믿어라. 네가 목표로 삼은 지점까지 갈 힘을 지녔다는 사실, 그것을 믿어라. "아모르 파티".는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빛나는 미래를 열어갑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P.31-32) - P31

플라톤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철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이론들을 남겼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플라톤의 책을 펼치면 무수한 질문과 논쟁이 발견될 뿐, 우리가 생각하는 이론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좀 당황스럽기까지 하죠. 그래서 예전에 플라톤 연구자들은 플라톤에게는 이른바 ‘쓰이지 않은 이론‘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략)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제 이 주장은 힘을 많이 잃었습니다만, 이런 주장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철학은 항상 어떤 이론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철학이 반드시 정교한 이론의 형태를 띠는 것은 아닙니다. 철학은 세상에서 벌이는 활동이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며 세상을 향한 어떤 자세와도 같습니다. - P52

아리스토텔레스는 돌연 길이 사라지면, 우리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하여 놀라고 이를 극복하려고 철학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나요?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한 분야에서, 실상은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당혹스러운 경험. 이런 놀라움이 철학의 시작점입니다.
여기서 놀라움은 새로운 것이 갑자기 나타나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낯익은 것이 사라져서 생기는 감정입니다.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철학적인 놀라움이 시작됩니다. - P56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나 매가 아니라 부엉이가 지혜의 상징인 이유는, 어두움 속에서도 사물들을 잘 구별할 수 있는 특징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세상은 늘 어둡습니다. 밝고 환한 상태에서 세상의 변화를 판단하고 싶지만, 세상은 늘 자신의 참 모습을 가리고 있지요. 우리에게 참된 의미의 지적 도전이 요구될 때는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암흑의 시간입니다. 지혜는 낮의 덕목이 아니라 밤의 덕목입니다. 세상에 지혜가 귀하고 가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주변이 어두워 분별하고 인식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P60

개인은 자신의 주요 권리를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사적 제제는 포기하고 해당 권한을 국가에 위임합니다. 따라서 권력은 본래 시민을 보호해야 하며 시민은 자신들이 양도한 권력이 올바르게 행사되지 않을 때 이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홉스는 이렇듯 사회의 성립과 유지의 근거를 자기 권리를 공적 주체에 양도한 시민들 사이의 계약에서 찾습니다. - P102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의 유명한 주장입니다. 여기서 인간은 보편적 인간이 아니라,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이 다수 연구자의 해석입니다. 그러니까, 각 사람이 자신만의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나의 기준과 너의 기준, 우리의 기준과 그들의 기준이 다르니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겠죠. 이런 입장을 우리는 흔히 ‘상대주의‘라고 합니다. - P174

민주주의는 상대주의를 옹호합니다. 거꾸로 말해서 상대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토양에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생각과 취향에서 완전히 독립된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부정합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의존하는 제도이고, 다수결은 서로 다른 생각과 취향 들을 충분히 존중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즉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라는 말로 상대주의를 강하게 옹호했던 프로타고라스는 당시 민주주의의 핵심 정신을 잘 표현한 셈입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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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없는 집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1
알렉스 안도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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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을 어떻게 줘야할지 한참 생각했다. 뒤통수를 후려칠 정도의 반전은 아니어도 나름 재밌었고 영화화 된다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문제는 주인공인데 보통 시리즈물은 주인공을 계속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야하지 않나? 등장인물 중 주인공이 제일 비호감이면 어쩌자는건데. 다른건 차치하더라도 일하는 내내 전남편무새인건 좀 난감했다. 앞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과거의 부부관계도 밝혀질테지만 그걸 모르고 읽는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진입 장벽이었다. 욕하면서 읽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 사건 예고를 보고 한 번만 더 속아볼까?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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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주요 전범들이 자신들의 아버지나 친척 어른이다 보니, 전후의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일왕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전쟁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해방 직후에 한국의 지도층이 자신들의 친일 행각을 감추기 위해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독재 정권, 권위주의 정권에 끊임없이 충성하며 친일 청산에서 벗어난 과정과 유사하다. - P54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기에 모타니의 지적 중에 특히 새겨들어야 할 점이 많다. 그중 하나는 인구 감소가 수요 감소를 유발하기 때문에 일본의 역대 정권들이 추진해온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업의 영업이나 생산활동, 투자 등을 도와주더라도 인구 충격에 따른 수요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발상을 180도 바꾸어 수요 위주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주는 것이다. - P66

역대 자민당 정권은 공급 사이드 위주의 정책으로 기업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이익만 잔뜩 쌓아두고 좀처럼 투자를 하지 않았다. 소위 ‘낙수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 P68

문제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IMF 논문에 따르면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일대일로 경쟁하면 한국은 최대 피해국이 된다. 10년에 걸쳐서 GDP가 6%나 하락하는 분석 결과를 보여주었다. (P.219-220)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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