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엽서
안느 브레스트 지음, 이수진 옮김 / 사유와공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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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 비극적인 사건 속에는 희생되었던 사람들만큼의 이야기가 있다. 라비노비치 가족도 그 중 하나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이 소설은 2003년 1월의 어느 날 아침 익명으로 배달된 한 통의 우편엽서로 인해 시작된다.

라비노비치 가족은 러시아를 떠나 마침내 프랑스에 정착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건 죽음의 수용소로 가는 기차였다. (1부는 읽기가 좀 힘들었는데) 프랑스 시민이 되기만하면 안전할거라 믿고 가족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 에브라임 때문에 답답하고 화가 났다.
(수용소에 이송된 무리에는 어린아이들과 갓난아기도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줄 물과 음식을 달라는 요구에 취해진 조치는 철조망을 더 ‘촘촘히‘ 설치하는 것이었다.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철조망 사이로 도망치면 안되니까)

전쟁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있고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혐오와 차별은 도처에서 일상으로 침범한다. 나와는 상관없을거라는 안도감과 무관심으로 살아도 괜찮을까? 이렇게 들여다보면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너무나 개인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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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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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다.˝라는 작가의 설명을 들어도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모르겠다는게 문제였다. 첫 번째 단편을 읽을 때까지도 다 사실을 적은거 아닌가 했다는.. 가장 재밌게 읽은건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고 표제작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도 흥미로웠다. 슈바르츠실트가 전장의 포탄속에서 이 특이점을 발견했을 때 ˝이거 블랙홀 아냐?˝라며 덩달아 흥분했었다.
양자역학에 대해 알고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봤던 시기가 있었는데 ‘우리가 이 세상을...‘을 읽고 그때 봤던 영상들을 아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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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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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나)이 남편에게 집착하는 수준은 광기에 가깝다. 남편이 레스토랑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라사냐를 시켰기 때문에 울고, 부부모임에선 나를 귤에 비유했기 때문에 세상이 무너진다. 남편이 자신에게 상처줄 때마다 징벌 노트에 적어놓고 나름의 징벌을 가하지만, 그것 또한 다분히 자기 파괴적이다.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인건 맞는데 은은하게 돌아있는 약자인데다 남편도 만만찮은 도른자였다. 세상에 쉬운 관계는 없구나.

˝내 남편에게는 이제 이름이 없다. 그는 내 남편이다. 그는 나에게 속해있다.˝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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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읽는 법
에린 M. 푸시먼 지음, 김경애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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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기 위한 읽기‘에 관한 내용인데 오랜만에 유익한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고, 글을 쓸 때도 참고해야겠다. (예를들면 부사의 남용이나 상투적인 표현에 주의하는 것) 책을 읽을 때 오독을 두려워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라서 작가처럼 쓰지는 못해도 비판적인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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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장르는 항상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어 우리의 기대에 부응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장르 또한 우리가 장르를 정의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 P23

우리는 <성게>가 실화를 기반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에 <성게>를 읽으면서 (1인칭 시점의 단편소설이 아니라) 작가 이창래의 실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잘 쓰인 창작 논픽션과 마찬가지로 이창래의 이 에세이 형식을 띤 회고록은 단편소설처럼 읽힌다. 왜일까? 이 작품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목을 끈다. 이는 서술적 산문에 대한 중요하면서도 포괄적 진술이기도 하다. - P38

창작 논픽션에서 또한 두 가지 유형의 갈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기반의 이야기에도 서사 아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창작 논픽션의 서사 아크는 소설보다 더 미묘할 수 있으며, 요점이 항상 명확하게 정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사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서사 아크가 있다. - P61

단락은 여백을 만든다. 단락이 마무리될 때 우리는 단어보다 그 단어 주위의 빈 공간에 주목한다. 단락은 생각 하나가 마무리된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리거나 잠깐의 휴식 후 글의 흐름이 변한다는 신호가 된다. 작가가 단락이라는 휴식을 줄 때 독자들은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 P86

선형적 구조는 시간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의 순서를 따른다는 점에서 점진적이기도 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선형적 구조를 가진 이야기들은 보통 하나의 서사 아크로 전개되지만, 반드시 정해진 시간 안에 발생하는 사건의 순서를 중심으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 P90

어떤 경우든, 구조를 위한 독서의 기본은 작가들이 어떻게 독자를 텍스트의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시키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 수단으로는 시간, 장면, 개념, 감정, 이야기의 가닥이나 조각 또는 단락의 끝과 시작 사이에 다리를 놓는 문장이나 문단 등이 있다. - P107

창작 논픽션 ‘서술자-인물‘ 구축의 또 다른 복합성은, 작품을 쓰는 작가와 그 당시를 경험하던 서술자 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창작 논픽션 작가가 작품의 등장인물로서 자신의 모습을 전개하려면 작가는 쓰고 있는 경험 당시의 인물을 불러와야 한다. 그와 동시에 작가는 과거를 뒤돌아보는 사람의 관점을 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 P168

글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서술자가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 이해하고 있는 점을 말해준다. 창작 논픽션에서는 이를 성찰reflection이라고 부른다. - P169

언어를 읽는다는 것은 구두점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으로, 구두점이 구문론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문장이 움직이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정지, 확장) 주목한다는 뜻이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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