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치적 결정이란 이성적인 판단처럼 보여도 의사 결정권자의 인격이 강하게 영항을 미쳤다.˝ (P.504) 700 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에도 가독성이 좋아 금방 읽었다. 전개가 빠르고 어떤 장면들은 영상을 보는 것 같았는데 알고보니 작가가 영화 촬영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배경 중 하나가 콩고(분쟁지역)이다 보니 잔인한 장면 묘사가 제법 있어서 힘들었고 언젠가 읽었던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이 생각났다. (르완다 대학살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 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터라 읽고나서 한동안 멘붕이었다.) 다시한번 느끼지만 인간이 가장 잔인하다. 분량이 방대함에도 흔히 말하는 ‘떡밥회수‘는 충실히 된 것 같고 책의 내용처럼 인간에게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13계단‘을 재밌게 읽어서 기대감도 있었고 그걸 해치지 않을 정도의 재미도 있었다. 근데 정말 인간 어쩌면 좋지...
스테드먼은 아내에게 입을 맞추고 술을 한 잔 만들어주었다. 그는 묘한 입장에 처했다. 자기가 사기꾼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그림이 형편없다는 걸 알았고, 좋은 그림이 무엇인지, 좋은 화가가 어떤 것인지 알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결코 그 사실을 아내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코닐리아가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다는 건 그녀의 취향이 형편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스테드먼이 가진 가장 귀중한 것이기도 했다. (사기꾼들 中) - P337
그는 자신이 예술적으로 실패한 것을 알면서도 여러 해 동안 즐겁게 살아왔다. 수중의 현금으로 실패를 덮으며 잘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실패가 아주 노골적이고 극적으로 드러날 것이고,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기꾼들 中) - P345
"메리 크리스마스.""음, 이봐," 그가 말했다. "조금 있다가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멍청이가 우리 모두에게 줄 선물을 잔뜩 가지고 지붕 위로 종을 딸랑이며 날아올 거야.""네, 그럴 겁니다.""꼬마 사슴에게 채찍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테지.""네, 그럴 것 같네요.""젊은이, 자네가 내게 좀 알려주겠나? 이 빌어먹을 콘테스트는 대체 뭐하는 행사지?" (세상이 잠든 동안 中) - P164
"조명 장식을 보고 싶답니다." 집사가 말했다.임무가 밝혀지자 해클먼은 굉장히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러고는 중얼거렸다. "우리가 그 빌어먹을 멍청한 위원회 소속이거든.""심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는 줄 알았는데." 그리번이 말했다. "그때까지는 켜지 않을 계획이었어…… 이 지역사회를 기분좋게 놀래줄 생각이었지.""독가스 생성기야?" 해클먼이 말했다."알았어, 잘난 척하는 놈 같으니." 그리번이 거만하게 말했다. "오늘밤 너는 J. 스프레이그 플리트우드가 어떤 시민인지 알게 될 거야." (세상이잠든동안 中) - 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