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씽
니콜라 윤 지음, 노지양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감상

모든 것에 영향을 받을 위기에 놓인 소녀는 모든 것이 부정적인 요소로 여겨지는 환경을 피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곳을 벗어나는 것은 커다란 위험이고, 그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주변의 사람들은 그만큼 엄격했습니다. 그로 인해 제한적이고, 세상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통제받는 만큼 순수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새하얀 도화지 같았습니다.

하지만 티 없이 맑고 깨끗할 것 같았던 그녀가 보여주는 어딘지 정신없는 삽화와 메모들은 깨끗함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음을 말하는 것 같아 역설적이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분명 아직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열여덟이 되었어도 아직까지 세상의 전부가 엄마인 어린아이처럼 순수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묘하게 표현되는 그 역설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또 다른 매력은 소제목으로 구분된 단락들입니다. 이 구분을 통해 매우 짧은 호흡으로 내용이 전개됐고, 갑자기 시작된 메신저의 채팅이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이런 과정은 어떠한 예고도 없이 불쑥 끼어들었고, 그만큼 산만하기도 했지만 경쾌했고, 읽기가 수월했습니다.

어쩌면 메신저로 내용을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메신저가 갖고 있는 실시간의 장점이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어느 정도 즉흥적이게 보였고,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들은 흔히 말하는 요즘의 사람들을 그려낸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조금은 유치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귀엽고 발칙했으며, 사소했지만 풋풋했습니다. 설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그들의 첫 만남은 달콤하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전부 그녀의 시점에서 내용이 펼쳐졌고, 그녀의 이야기만 존재했을 뿐이지만 그녀와 그의 감정이 효과적으로 전달됐습니다.

모두 그녀의 시선으로 전개함으로써 온전히 그녀에게 몰입할 수 있었으며, 그녀가 그를 궁금해하듯 도서를 읽는 동안에 독자들도 그를 궁금해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단편적인 모습들만 보이듯 깊이감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집 밖의 공간은 그녀에게 우주와 다를 바 없습니다. 공기를 마시면 폐가 얼어버리듯 죽음에 한발 더 다가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주복만 입고 산다면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이며, 그저 생존해있기만 할 것이기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그러나 편파적 시선은 우주의 존재 여부에조차 의구심이 들게 했습니다. 정말로 우주복을 입어야 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우주복을 입은 사람 그 자체인 그녀에 대해 더 내용을 나아가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건축 선생님이 말한 헬멧을 쓰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이라는 말 자체가 와닿지 않았습니다.

여러 사건 뒤 결과적으로 도서는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반쪽의 마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세상에 나아갔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고통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시간은 조금씩 어머니에게 회복이라는 치유를 줄 테지만 당장은 너무나도 아플 것이며 눈물 흘리고, 불행이라는 감정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과보호와 망상을 변호할 순 없지만 그것들이 온전히 그녀 혼자 만들어낸 것도 아니며, 그녀가 온전하게 책임져야 할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상황이, 현실도피가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뒤로 한 채 '용서'라는 챕터를 보여준 것은 다소 오만했던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그녀는 노력만 할 뿐 결국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걸을 수 있는, 더 이상 어떤 과보호도 필요치 않은 그녀였지만 온전히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녀보다 어머니에게 더 많은 공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녀의 상황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자기 자신의 선택을 한 적도 없었으며, 진정 원하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 삶을 살았지만, 모두 자신의 입장일 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으로 살게 됐지만 자신이 전부였던 어머니를 떼어 놓을 수 없음에도 애써 외면하는 듯 보였고, 그녀의 입장을 단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기에, 한쪽으로만 치우친 듯한 이러한 모습들은 한없이 이기적으로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용서라는 챕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 가족의 이야기가 그대로 끝이 나버렸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곧 그러한 상황과 그녀의 어머니가 처한 상황까지 모두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록 저자가 쓰려 했던 해피 엔딩은 아니었을지라도 더욱 완벽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

  •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한 명의 시선을 기준으로만 내용이 전개됩니다.

각자가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고, 차이점을 보이지만 그녀의 시선으로만 전개됐기 때문에 그녀 외의 인물들에 온전히 몰입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그녀에게는 몰입됐지만, 너무나 1차원적이고 편파적인 전개를 해 나갔고, 결국에는 그녀의 모습 또한 이해할 수 없게 됐습니다.

  • 다소 잔인하고 무책임한 설정들이 과도하게 전개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장치일 수 있지만, 서사들을 급격하게 마무리하면서 깊이 있게 감정들을 다루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그들이 처한 상황은 잔혹했고, 그것들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한 상태로 순전히 단 한 명만이 행복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상황이 몹시 불편합니다.

  •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깊이감에 대한 고려가 무척 얕아 보입니다.

힘든 상황들을 각자 갖고 있고, 그들의 고민을, 위기 상황을 나열하지만 특별한 고민이나 인물에 대한 연구가 없이 그저 그 상황들을 전개함으로써 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도구적 형태로만 소모한 것 같습니다. 결국 그들이 처한 모든 상황들은 그녀의 행복한 결말을 위해 이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그 마무리가 완전하다고 느끼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총 평

짧은 호흡과 어딘지 산만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메신저의 특색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또한 도서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낙서와 그림들은 그녀의 순수함과 귀여움을 모두 보여주었고, 그만큼 도서를 읽기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한 명의 시선만을 통해 내용을 전개함으로써 그녀에게는 몰입됐지만, 그 외의 인물들에게 전혀 몰입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그녀에 대한 몰입까지 깨져버리고, 그저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든 설정들이 과하게 느껴졌고, 성의 없이 도구적인 형태로만 소모한 것 같았습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나 그들이 겪었을 아픔에 대해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오로지 그녀의 '행복'에만 집중한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6 재독성 5 표현력 6 가독성 7 평균 5.83)

나의 상처만 신경 써서 나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은 철저하게 무시하는 이기심이 느껴지는.


상세 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73613648


감상자(鑑賞者)

내 눈은 벽이나 문 앞에서 멈추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시간의 시작과 끝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영원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실로 오랜만에 내가 가진 것 이상을 원했다. - P103

내가 확실히 아는 게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건 한 번 원하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더 많은 걸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욕망에 끝이란 없다. - P106

"용감해야 해. 기억해, 인생은 선물이란 걸." - P178

하지만 그는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했다. 진실을 알기 원하는 마음보다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이다. - P219

나는 내 눈에 내 모든 영혼과 진심을 담아서 말없이 빌었다. 칼라 제발 부탁이에요. 이해해주세요. 제발 폭로하지 말아주세요. 인생은 선물이라고 하셨잖아요. - P231

항상 실패하지만 언제나 다시 돌아와서 사력을 다해 해안의 모래를 밀고 또 밀어냈다. 마치 지난번은 기억 안 난다는 듯이, 다음번은 없다는 듯이, 이번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단 한 번이라는 듯이 - P295

이 말이 엄마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었음을 알았다. 엄마의 손 안에 든 선물이 흔들렸다. 이 대화를 얼른 끝내버리고 싶었기 대문에 선물을 잡아채버렸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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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씽
니콜라 윤 지음, 노지양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나의 상처만 신경 써서 나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은 철저하게 무시하는 이기심이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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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일기 브리짓 존스 시리즈
헬렌 필딩 지음, 임지현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감상

명절이나, TV 영화 채널을 통해서 익숙함을 안겨주던 해당 도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꽤나 흥미가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습니다. 물론 그 실행은 차일피일 미뤄졌으며, 결국 원작 소설을 먼저 접하는 것이 더 먼저가 되었습니다.

도서는 영화까지 제작되었기에 특별함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혀 어떠한 특징적인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너무 평이하고 밋밋하게 다가와 지루함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두서없이 전개되는 듯한 그녀의 이야기는 공감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감정 자체가 제대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성별 때문인지, 문화적으로 접점이 없는 타국이어서인지, 그녀만큼 깊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그녀와 내가 어딘지 닮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결국 몰입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번역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원작의 느낌인지 2000년대 인터넷 소설같이 느껴지는 듯한 문체까지 독서를 방해하는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착실하게 일기를 써 내려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부지런했으며, 자유롭고, 주관적이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주변에 늘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분명 30대라는 비슷한 나이대를 갖고 있음에도 나보다 훨씬 더 괜찮은 방향으로 살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남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묘한 쾌감이 느껴졌고, 타인의 비밀을 숨죽이며 훔쳐보는 나름의 즐거움을 느끼며 그녀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다음에 쓰일 일기를 기다리게 됐습니다.

그 일기 속 그녀의 상황들은 언제나 유쾌했습니다. 우울하고 어두워야 하는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쳐났으며, 한편의 시트콤 같은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태생이 밝고 긍정적이었을지도 모를 그녀는 때론 너무나 하찮은 행동을 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다른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립하려는 듯 보였고, 스스로 자립심을 전혀 갖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만 이어졌습니다. 어떤 힘겨운 상황이나 괴로운 상황에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심만 느껴졌습니다. 자신을 한없이 깎아내리는 듯했지만, 결국 타인에게 원인을 돌리는듯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녀의 이런 태도가 현대 여성들이 마주하는 남성적 가치관과 사회적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은 환경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주변에서 아무리 그런 강압적인 시선을 보내고 강요하더라도 온전히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변화와 자신의 태도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을 것이며, 긍정적인 면을 치우고 어두운 부분을 통해 살아가는 삶의 선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이미 완벽하고 더 이상 변화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어떤 행운이나 계기로 변했다고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해피 엔딩이 마냥 반갑지 않았습니다.

분명 그녀는 그런 행복을 맛볼 자격이 있는 온전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도서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시선들이 그녀가 그런 행운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어느 순간 쉽게 읽히고 유쾌한 상황이 이어지며, 몰입도도 생기게 했던, 우리의 어떤 모습들과는 닮아 있던 그녀였지만, 과한 설정과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좋지 못한 선택을 하거나, 안 좋은 상황에 놓이거나, 무엇인가 불편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성 중심 세계에서 억눌려 발생한 것이라는 편향적인 시선을 노골적으로 내비쳤으며, 그저 기득권층과 남성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감만을 갖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유발하는 상황들이 그저 도구적으로 소모되는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약했고, 분명 상향되고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내용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시선이 옳다는 강압적인 태도를 강요한다면, 이전에 엉망이 되어버린, 이제는 썩어서 냄새만 나는 오물이 되어버린 파이를 그저 최고급 포장지와 리본 등으로 포장해서 선물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브리짓 존스라는 최고급 포장지와 리본이,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최고급 편지지와 만년필로 쓰인 편지인 해피엔딩이 몹시도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봤자 오물이 되어버린 내용물에서 나는 악취는 절대로 감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점

  • 몰입이 온전하게 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나 평이하고 특별하지 않은 듯해서,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자유분방한 문체가 어딘지 유치하고 촌스럽던 2000년대의 인터넷 소설 같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이야기에 웃음 지으며,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 과도하게 노골적인 편파적인 시선이 몹시 불편합니다.

어떤 좋지 못한 상황이나 선택, 불편한 모습들이 보일 때 남성 중심 세계에서 억눌려 발생했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저 기득권층과 남성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감만을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유쾌하고 매력적인 모습들을 그저 도구로 소모하게 만들었습니다.


총 평

초반의 산만함과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 때문에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유쾌함과 어딘지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편파적이고 맹목적인 듯한 혐오감을 계속해서 풍김으로써 그녀의 모든 매력을 그저 도구로써 소모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충분히 주도적이고 매력적인 그녀의 모든 선택을 마치 어쩔 수 없이 강요 당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녀의 가치를 깎아내려버린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7 재독성 4 표현력 6 가독성 6 평균 5.67)

매력적인 요소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려버리는 맹목적이고 편파적인 혐오감.


상세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65722830


감상자(鑑賞者)

일어나서 집을 나설 때까지 2시간하고도 35분이나 걸리는 건 너무 심하다. 다음에는 눈을 뜨자마자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고, 세탁 방식도 완전히 뜯어고치기로 했다. - P119

그러면서 나는 계집애들이 분명히 한번 해보고 싶어 할 나의 완벽한 새 남자친구에 대한 당혹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자부심과 우쭐함을 느끼는 동시에, 신물 나게 완벽한 남자인 척하는 성차별주의자 주정뱅이가 우리 여권주의자들의 규탄대회를 망친 데 대한 격분을 느끼고 있었다. - P162

마크 다시는 매우 감동할 것이고, 곧 깨닫게 될 거다. 내가 결코 평범하거나 무능력하지 않다는걸. - P318

8.35 p.m. 맙소사! 닭고기를 꺼내려고 냄비 뚜껑을 열었더니 수프가 밝은 파랑이다. - P336

죄책감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끔찍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편으로는 매일매일의 똑같은 일상이 중단되었다는 묘한 기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 P342

아, 선물 같은 거 없이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면······ - P364

믿을 수 없게도, 엄마는 마크 다시가 엄마를 위해 한 그 모든 수고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는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사건, 즉 줄리오의 임대 아파트 사기 사건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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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일기 브리짓 존스 시리즈
헬렌 필딩 지음, 임지현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매력적인 요소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려버리는 맹목적이고 편파적인 혐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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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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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이슬람교 문화권의 나라는 각종 영화와 매체 등을 통해 익숙한 서구권 문화보다 생소합니다. 그 생소함은 해당 문화권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얕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인식 자체가 부족해 해당 도서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하였습니다.

분명 불안감 속에서 시작된 본문은 집을 시작으로 그곳에 포함된 공간, 주변 등을 세심하게 표현했습니다.

그 결과 묘사되는 모든 곳들이 갖고 있는 자체의 아름다움과 공간이 품고 있는 미학적 측면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들이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간을 표현함에 있어 문득 내레이션이 포함된 음악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딘지 치기 어린, 혹은 철없고 못나고 비열했을지 모를 어린 날의 모습을, 그러면서도 순수하고 두려움에 떨었을 그 태도들이 연관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만큼 풍부한 표현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어쩐지 공간은, 장소는 이 소설의 이야기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최소한 저자가 그 공간을 그 문화를, 그 나라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애정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우려는 더 짙어졌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배경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지던 장소와 문화였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문들을 뒤로 한 채 어느 순간 그들의 공간은 변화했습니다. 단지 시간이 경과하고 계절이 변했을 뿐이었지만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그들의 체계가, 사상이, 사회적 분위기가 또 다른 환경으로써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같지만 다른 세상에 살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친구가 웃음을 잃게 되었다는 그 '겨울'이 더 차갑고 시리게 다가왔습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무엇인가가 벌어진다면, 이 아름다운 곳에서 벌어진다면, 더욱 잔혹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가 최대한 감정 없이, 객관적인 시야로 바라보고, 관망하며, 그저 상황을 전달하고자 하는 듯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아름답지만 잔혹함을 느끼게 하는 극명한 대비를 주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간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환경적 등 상황과 동일시함으로써 탁월하게 감정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스스로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가 그 갑갑함과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택한 최선의 선택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느낀 갑갑함은 탱크 안에서 맛보았을 감정이 분명했고, 이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그들의 관계가,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애원했을 그 아이가, 모든 것을 짊어지기로 한 자신의 아이를 보며 눈물 흘리고 화냈을 한 아버지가, 형제라고 부르던 존재를 한순간에 잃게 되어 강인한 모습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만들 눈물을 거리낌 없이 흘리는 또 다른 아버지가 느꼈을 감정일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그들의 문화권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분명 달랐지만 그들은 지금의 나와, 우리와 닮아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오고, 상황들을 마주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처럼 어렸고 비겁했고, 잔혹하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결국 고통, 선택에 대한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그도 분명 그랬을 것입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였을 때는 그 짐에 억눌리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 아래에 묘사되는 비극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 그것들을 잊고 살지, 해소할지의 또 다른 선택에 놓일 뿐입니다. 그는 결국 정신적 성장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극적이기도 하면서 덤덤하게 시작됐습니다. 그가 몰랐던 어떤 과거는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그가 용서를 빌고자 했던 이의 태도는 엄청나게 감정을 쏟아낼 것이라는 기대를 무시한 채 잔잔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더 먹먹했습니다.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결국 도서는 끝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결말이 쉽사리 다가오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흐르다가도 그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듯 울부짖음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결국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았습니다. 연을 날리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처럼 말입니다.

그에게 있어 연은, 그리고 이 도서에서 보여주는 연은 여러 가지의 모습을 갖고 우리들을 비추는 거울 같았습니다. 때로는 아버지와의 관계이기도, 이제는 친구라고 부르기도 힘든 우정, 그것을 쫓는 맹목적인 사람들이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아무런 이유 없이 연을 날리며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때로는 엉키기도 하며, 내 손에 상처를 낼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리고 시간과 함께 상처는 아물 것입니다.

그들의 연날리기는 끝내 완전한 결말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연처럼, 떨어진 연을 쫓아 내달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언젠간 엉킨 실타래를 모두 풀고 완벽하게 날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했지만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

  • 다소 잔혹한 표현과 묘사들이 나타나 독서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내용을 구성하기에 필수적인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충분히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장르적 특성상으로도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힘든 단계일 수 있습니다.

  • 낯 선 문화가 주는 이질감이 과도한 폭력성을 보입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며, 그들과 다르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겪었을 것이며, 다시 혹은 반드시 겪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 꽤나 많은 분량에서 오는 호흡 조절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변화나 성장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늦게 나타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고구마 같은 전개'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무척 적절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총 평

생소하다면 생소할 수 있는 문화와 정치적 상황 등이 펼쳐짐에도 온전하게 집중하며, 어느 순간 어렸던 나의 이야기들과 겹쳐지며 몰입도가 올라갑니다. 더 이상 구분할 필요 없는 그의 이야기는 강렬했고, 아팠으며, 잔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를 응원하게 됐으며, 그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다가오길 기대하게 됐습니다. 연을 날리기 전, 엉켜있는 실타래를 바라보며, 그것을 잘라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정성스레 풀어나가며, 손에 피가 흐르는지도 잊은 채 자유로운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그 노력이, 그 연의 모습이 그들과 너무나 닮아, 부럽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나이기 때문에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9 구성 7 재미 8 재독성 7 표현력 9 가독성 8 평균 8)

엉켜버린 실타래를 방치하기도 했지만, 결국 차근차근 풀어나가 하늘에 띄우려 하니 흡족스럽다.


상세 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60689200


감상자(鑑賞者)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눈을 통해서만 마음을 드러낼 수 있었던 알리에게는 그보다 더 맞는 말이 없었다. - P16

하지만 지금까지,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1분 중 하나였다. 1초 1초가 무겁게 다가왔다. 초와 초 사이가 영겁으로 느껴졌다. 공기는 무겁고 축축했다. 아니 거의 고체 같았다. - P50

어쩌면, 정말 어쩌면, 드디어 나는 내 어머니를 죽인 죄를 용서받게 될지 몰랐다. - P88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리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그 이후 그가 그처럼 태연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본 건 26년 후,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서였다. - P104

"이제 만족하나요? 기분이 좋아졌나요?"
그는 몸을 돌려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오열했다.
"하산, 내가 너를 어떻게 해야 하니? 어떻게 해야 하니?"
눈물이 바닥날 때쯤, 나는 언덕을 터벅터벅 내려왔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서. - P143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바바 앞에 섰다. 나는 내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부터 이러한 고통을 남에게 줄 수 있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 P161

그러나 나는 내 입장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바바를 위해 더 이상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 나는 바바를 기쁘게 하려다가 나 스스로를 파멸시켰었다. - P208

나는 입을 열어 내가 어떻게 하산을 배반하고 거짓말을 하고 그를 쫓아내고 바바와 알리 사이의 40년 우정을 파괴했는지 털어놓을 뻔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소라야가 여러 가지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용기는 그중 하나였다. - P255

라힘 한은 전화를 끊기 직전에 말했다.
"오거라.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어."
막 생각이 난 것처럼 지나가듯 덧붙인 말이었다.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니. - P295

하산은 너에 관해 많은 걸 물었다. 네가 결혼했는지, 자식은 있는지, 얼마나 키가 컸는지, 아직도 연을 날리고 영화관에 가는지, 행복한지 등등. - P317

하지만 나는 하산과 알리를 집 밖으로 몰아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결과도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지나친 걸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바바가 그들까지 데리고 미국으로 갔을지 몰랐다. 어쩌면 하산은 지금쯤 집도 있고 직장도 있고 가족도 있고, 그가 하자라인인지 아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나라에서,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자라인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잘 살고 있을지 몰랐다. - P344

나는 내가 어느 지점에서 웃기 시작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웃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웃으니 아팠다. 턱도 아프고 갈비뼈도 아프고 목도 아팠다. 하지만 나는 웃고 또 웃었다. - P441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렇게 좋은 친구가 아니었단다. 그러나 나는 네 친구가 되고 싶다. 너한테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겠니? 그래도 되겠니?" - P468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시작과 끝, 캄야브(행복)와 나캄(불행), 위기 혹은 카타르시스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먼지가 자욱한 코치(유목민)의 마차처럼 인생은 앞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는 것이다. - P549

용서는 그렇게 싹트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 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552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 P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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