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일기 브리짓 존스 시리즈
헬렌 필딩 지음, 임지현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감상

명절이나, TV 영화 채널을 통해서 익숙함을 안겨주던 해당 도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꽤나 흥미가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습니다. 물론 그 실행은 차일피일 미뤄졌으며, 결국 원작 소설을 먼저 접하는 것이 더 먼저가 되었습니다.

도서는 영화까지 제작되었기에 특별함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혀 어떠한 특징적인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너무 평이하고 밋밋하게 다가와 지루함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두서없이 전개되는 듯한 그녀의 이야기는 공감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감정 자체가 제대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성별 때문인지, 문화적으로 접점이 없는 타국이어서인지, 그녀만큼 깊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그녀와 내가 어딘지 닮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결국 몰입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번역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원작의 느낌인지 2000년대 인터넷 소설같이 느껴지는 듯한 문체까지 독서를 방해하는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착실하게 일기를 써 내려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부지런했으며, 자유롭고, 주관적이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주변에 늘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분명 30대라는 비슷한 나이대를 갖고 있음에도 나보다 훨씬 더 괜찮은 방향으로 살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남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묘한 쾌감이 느껴졌고, 타인의 비밀을 숨죽이며 훔쳐보는 나름의 즐거움을 느끼며 그녀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다음에 쓰일 일기를 기다리게 됐습니다.

그 일기 속 그녀의 상황들은 언제나 유쾌했습니다. 우울하고 어두워야 하는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쳐났으며, 한편의 시트콤 같은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태생이 밝고 긍정적이었을지도 모를 그녀는 때론 너무나 하찮은 행동을 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다른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립하려는 듯 보였고, 스스로 자립심을 전혀 갖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만 이어졌습니다. 어떤 힘겨운 상황이나 괴로운 상황에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심만 느껴졌습니다. 자신을 한없이 깎아내리는 듯했지만, 결국 타인에게 원인을 돌리는듯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녀의 이런 태도가 현대 여성들이 마주하는 남성적 가치관과 사회적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은 환경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주변에서 아무리 그런 강압적인 시선을 보내고 강요하더라도 온전히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변화와 자신의 태도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을 것이며, 긍정적인 면을 치우고 어두운 부분을 통해 살아가는 삶의 선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이미 완벽하고 더 이상 변화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어떤 행운이나 계기로 변했다고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해피 엔딩이 마냥 반갑지 않았습니다.

분명 그녀는 그런 행복을 맛볼 자격이 있는 온전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도서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시선들이 그녀가 그런 행운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어느 순간 쉽게 읽히고 유쾌한 상황이 이어지며, 몰입도도 생기게 했던, 우리의 어떤 모습들과는 닮아 있던 그녀였지만, 과한 설정과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좋지 못한 선택을 하거나, 안 좋은 상황에 놓이거나, 무엇인가 불편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성 중심 세계에서 억눌려 발생한 것이라는 편향적인 시선을 노골적으로 내비쳤으며, 그저 기득권층과 남성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감만을 갖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유발하는 상황들이 그저 도구적으로 소모되는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약했고, 분명 상향되고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내용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시선이 옳다는 강압적인 태도를 강요한다면, 이전에 엉망이 되어버린, 이제는 썩어서 냄새만 나는 오물이 되어버린 파이를 그저 최고급 포장지와 리본 등으로 포장해서 선물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브리짓 존스라는 최고급 포장지와 리본이,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최고급 편지지와 만년필로 쓰인 편지인 해피엔딩이 몹시도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봤자 오물이 되어버린 내용물에서 나는 악취는 절대로 감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점

  • 몰입이 온전하게 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나 평이하고 특별하지 않은 듯해서,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자유분방한 문체가 어딘지 유치하고 촌스럽던 2000년대의 인터넷 소설 같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이야기에 웃음 지으며,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 과도하게 노골적인 편파적인 시선이 몹시 불편합니다.

어떤 좋지 못한 상황이나 선택, 불편한 모습들이 보일 때 남성 중심 세계에서 억눌려 발생했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저 기득권층과 남성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감만을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유쾌하고 매력적인 모습들을 그저 도구로 소모하게 만들었습니다.


총 평

초반의 산만함과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 때문에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유쾌함과 어딘지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편파적이고 맹목적인 듯한 혐오감을 계속해서 풍김으로써 그녀의 모든 매력을 그저 도구로써 소모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충분히 주도적이고 매력적인 그녀의 모든 선택을 마치 어쩔 수 없이 강요 당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녀의 가치를 깎아내려버린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7 재독성 4 표현력 6 가독성 6 평균 5.67)

매력적인 요소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려버리는 맹목적이고 편파적인 혐오감.


상세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65722830


감상자(鑑賞者)

일어나서 집을 나설 때까지 2시간하고도 35분이나 걸리는 건 너무 심하다. 다음에는 눈을 뜨자마자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고, 세탁 방식도 완전히 뜯어고치기로 했다. - P119

그러면서 나는 계집애들이 분명히 한번 해보고 싶어 할 나의 완벽한 새 남자친구에 대한 당혹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자부심과 우쭐함을 느끼는 동시에, 신물 나게 완벽한 남자인 척하는 성차별주의자 주정뱅이가 우리 여권주의자들의 규탄대회를 망친 데 대한 격분을 느끼고 있었다. - P162

마크 다시는 매우 감동할 것이고, 곧 깨닫게 될 거다. 내가 결코 평범하거나 무능력하지 않다는걸. - P318

8.35 p.m. 맙소사! 닭고기를 꺼내려고 냄비 뚜껑을 열었더니 수프가 밝은 파랑이다. - P336

죄책감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끔찍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편으로는 매일매일의 똑같은 일상이 중단되었다는 묘한 기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 P342

아, 선물 같은 거 없이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면······ - P364

믿을 수 없게도, 엄마는 마크 다시가 엄마를 위해 한 그 모든 수고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는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사건, 즉 줄리오의 임대 아파트 사기 사건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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