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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씽
니콜라 윤 지음, 노지양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감상
모든 것에 영향을 받을 위기에 놓인 소녀는 모든 것이 부정적인 요소로 여겨지는 환경을 피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곳을 벗어나는 것은 커다란 위험이고, 그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주변의 사람들은 그만큼 엄격했습니다. 그로 인해 제한적이고, 세상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통제받는 만큼 순수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새하얀 도화지 같았습니다.
하지만 티 없이 맑고 깨끗할 것 같았던 그녀가 보여주는 어딘지 정신없는 삽화와 메모들은 깨끗함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음을 말하는 것 같아 역설적이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분명 아직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열여덟이 되었어도 아직까지 세상의 전부가 엄마인 어린아이처럼 순수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묘하게 표현되는 그 역설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또 다른 매력은 소제목으로 구분된 단락들입니다. 이 구분을 통해 매우 짧은 호흡으로 내용이 전개됐고, 갑자기 시작된 메신저의 채팅이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이런 과정은 어떠한 예고도 없이 불쑥 끼어들었고, 그만큼 산만하기도 했지만 경쾌했고, 읽기가 수월했습니다.
어쩌면 메신저로 내용을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메신저가 갖고 있는 실시간의 장점이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어느 정도 즉흥적이게 보였고,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들은 흔히 말하는 요즘의 사람들을 그려낸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조금은 유치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귀엽고 발칙했으며, 사소했지만 풋풋했습니다. 설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그들의 첫 만남은 달콤하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전부 그녀의 시점에서 내용이 펼쳐졌고, 그녀의 이야기만 존재했을 뿐이지만 그녀와 그의 감정이 효과적으로 전달됐습니다.
모두 그녀의 시선으로 전개함으로써 온전히 그녀에게 몰입할 수 있었으며, 그녀가 그를 궁금해하듯 도서를 읽는 동안에 독자들도 그를 궁금해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단편적인 모습들만 보이듯 깊이감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집 밖의 공간은 그녀에게 우주와 다를 바 없습니다. 공기를 마시면 폐가 얼어버리듯 죽음에 한발 더 다가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주복만 입고 산다면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이며, 그저 생존해있기만 할 것이기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그러나 편파적 시선은 우주의 존재 여부에조차 의구심이 들게 했습니다. 정말로 우주복을 입어야 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우주복을 입은 사람 그 자체인 그녀에 대해 더 내용을 나아가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건축 선생님이 말한 헬멧을 쓰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이라는 말 자체가 와닿지 않았습니다.
여러 사건 뒤 결과적으로 도서는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반쪽의 마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세상에 나아갔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고통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시간은 조금씩 어머니에게 회복이라는 치유를 줄 테지만 당장은 너무나도 아플 것이며 눈물 흘리고, 불행이라는 감정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과보호와 망상을 변호할 순 없지만 그것들이 온전히 그녀 혼자 만들어낸 것도 아니며, 그녀가 온전하게 책임져야 할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상황이, 현실도피가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뒤로 한 채 '용서'라는 챕터를 보여준 것은 다소 오만했던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그녀는 노력만 할 뿐 결국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걸을 수 있는, 더 이상 어떤 과보호도 필요치 않은 그녀였지만 온전히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녀보다 어머니에게 더 많은 공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녀의 상황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자기 자신의 선택을 한 적도 없었으며, 진정 원하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 삶을 살았지만, 모두 자신의 입장일 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으로 살게 됐지만 자신이 전부였던 어머니를 떼어 놓을 수 없음에도 애써 외면하는 듯 보였고, 그녀의 입장을 단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기에, 한쪽으로만 치우친 듯한 이러한 모습들은 한없이 이기적으로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용서라는 챕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 가족의 이야기가 그대로 끝이 나버렸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곧 그러한 상황과 그녀의 어머니가 처한 상황까지 모두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록 저자가 쓰려 했던 해피 엔딩은 아니었을지라도 더욱 완벽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한 명의 시선을 기준으로만 내용이 전개됩니다.
각자가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고, 차이점을 보이지만 그녀의 시선으로만 전개됐기 때문에 그녀 외의 인물들에 온전히 몰입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그녀에게는 몰입됐지만, 너무나 1차원적이고 편파적인 전개를 해 나갔고, 결국에는 그녀의 모습 또한 이해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다소 잔인하고 무책임한 설정들이 과도하게 전개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장치일 수 있지만, 서사들을 급격하게 마무리하면서 깊이 있게 감정들을 다루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그들이 처한 상황은 잔혹했고, 그것들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한 상태로 순전히 단 한 명만이 행복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상황이 몹시 불편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깊이감에 대한 고려가 무척 얕아 보입니다.
힘든 상황들을 각자 갖고 있고, 그들의 고민을, 위기 상황을 나열하지만 특별한 고민이나 인물에 대한 연구가 없이 그저 그 상황들을 전개함으로써 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도구적 형태로만 소모한 것 같습니다. 결국 그들이 처한 모든 상황들은 그녀의 행복한 결말을 위해 이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그 마무리가 완전하다고 느끼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총 평
짧은 호흡과 어딘지 산만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메신저의 특색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또한 도서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낙서와 그림들은 그녀의 순수함과 귀여움을 모두 보여주었고, 그만큼 도서를 읽기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한 명의 시선만을 통해 내용을 전개함으로써 그녀에게는 몰입됐지만, 그 외의 인물들에게 전혀 몰입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그녀에 대한 몰입까지 깨져버리고, 그저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든 설정들이 과하게 느껴졌고, 성의 없이 도구적인 형태로만 소모한 것 같았습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나 그들이 겪었을 아픔에 대해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오로지 그녀의 '행복'에만 집중한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6 재독성 5 표현력 6 가독성 7 평균 5.83)
나의 상처만 신경 써서 나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은 철저하게 무시하는 이기심이 느껴지는.
상세 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73613648
감상자(鑑賞者)
내 눈은 벽이나 문 앞에서 멈추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시간의 시작과 끝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영원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실로 오랜만에 내가 가진 것 이상을 원했다. - P103
내가 확실히 아는 게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건 한 번 원하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더 많은 걸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욕망에 끝이란 없다. - P106
"용감해야 해. 기억해, 인생은 선물이란 걸." - P178
하지만 그는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했다. 진실을 알기 원하는 마음보다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이다. - P219
나는 내 눈에 내 모든 영혼과 진심을 담아서 말없이 빌었다. 칼라 제발 부탁이에요. 이해해주세요. 제발 폭로하지 말아주세요. 인생은 선물이라고 하셨잖아요. - P231
항상 실패하지만 언제나 다시 돌아와서 사력을 다해 해안의 모래를 밀고 또 밀어냈다. 마치 지난번은 기억 안 난다는 듯이, 다음번은 없다는 듯이, 이번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단 한 번이라는 듯이 - P295
이 말이 엄마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었음을 알았다. 엄마의 손 안에 든 선물이 흔들렸다. 이 대화를 얼른 끝내버리고 싶었기 대문에 선물을 잡아채버렸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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