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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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건조함과 팍팍함이 있는 문체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에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주변을 분위기나 풍경을 표현할 때였습니다.

표현의 대상이 인물이 아닌 풍경이나 장소들이 될 때 다채로움과 생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며, 저자는 그곳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자가 주변의 모든 것에는 무관심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배경만큼은 좋아하는 모습을 주인공에 투영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무관심은 배경이 되는 학교에서 시작됐고, 그는 그 상태로 반의 친구들을 줄줄이 소개합니다.

길게 작성된 소개 표현이 이어지지만 기억에 남을 어떠한 특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독 한 명, 전학을 온 콘라딘은 달랐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짧았지만 강렬했고 풍성한 묘사였습니다. 아마도 강렬한 기억이나 경험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는 미화됐을지도 모릅니다. 누구보다 현실적이며, 모든 것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는 듯한 주인공 한스는 자신보다 더 뛰어나고 가치가 있다는 판단으로 망설임 없이 그를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내 모든 것에 대한 표현이 부드러워짐이 느껴집니다.

그 대상이 되어버린 한 명의 친구를 바라보는 모습은, 약간의 우월감을 갖고 있지만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라고 판단할 때 자신을 한없이 아래로 내리깔던 그 나이 때의 나와 닮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독서를 할수록 미소가 지어졌고, 떠오르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나이보다 더 어릴 적에 만났던 친구들이지만, 그 감정만큼은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친구가 되고 싶어 노력하는 것까지 꼭 닮았습니다.

하지만 도서에서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깊었는지 표현되는 부분은 아주 짧습니다. 오히려 주변을 묘사하고 친구를 묘사하는데 더 많은 힘을 들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돈독한 관계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더 깊게 공감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그들의 관계도 결국 처한 위치와 사회적 배경의 차이에 따른 갈등을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관계라도 갈등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갈등을 만들어 놓은 시대가 그들을 갈라버립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갈등을 겪습니다. 단지 그들보다 힘겨운 배경과 시대가 아닐 뿐입니다.

한겨울과 같이 차갑고 건조함을 품게 되는 것은 단순한 갈등 이후였습니다. 그는 선택을 강요받았고, 완전하게 둘은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 본인의 의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존재를, 표현하기에 하나의 망설임도 없을 만큼 사랑하던 모든 것들과 부모님을 두고 떠나기에 그는 다시 원래의 현실주의자가 됐을 것입니다.

주변에서 그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를지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한 줄이 더 아련했고, 그런 선택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우정을 위해, 가장 소중한 존재를 되찾기 위해서 그러한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주인공과 달리 스스로 내린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짧지만 강렬하고,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도서는 더욱 슬프게 다가옵니다.

그들의 시간은 분명 짧았습니다. 온전하게 주인공의 감정이 표현될 수 없을 만큼 짧았던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

그리고 지금, 이상 때문에, 처한 상황이 비극이어서 우정을 져버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다행스러운 감정을 느낍니다.


아쉬운 점

  • 중편 소설의 특성상 감정의 표현이나, 상황의 표현까지 생략됩니다.

자칫 감정 이입에 방해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큰 의의를 갖고 있지 않다면 아무런 공감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 시대적 배경 등 다소 불편한 요소화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소설적 배경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역사적 사실이 있기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총평

어딘지 퍽퍽하고 차가움과 풍성하고 아름다움이라는 이질적인 느낌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의 감정과 저자의 태도가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솔직함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감정들이 제대로 묻어 나와 힘들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선택을 강요받은 자와 선택을 한 자의 간극도 함께 묻어 나오는 어려움이며, 그 때문에 그런 떨림이 이해되는, 그렇게 애잔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상세 평점

★ 5개 만점

★★★★ (주제 8 구성 7 재미 8 재독성 8 표현력 9 평균 8)

분명 다른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공통적인 감정의 아이러니와 애잔함.


상세 내용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079427439

나는 세세한 것들 하나하나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 - P22

유대인 의사의 아들, 랍비의 손자이고 증손자이자 하찮은 상인과 가축 장수들의 혈통인 내가 이름만으로도 내 마음을 경외심으로 가득 채운 그 금발 소년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 P30

10시에 쉬는 시간이 되었을 대 콘라딘은 흥미를 잃어버린 듯 내게 눈길도 주지 않고 교실에서 나가 버렸다. 그렇더라도 나는 행복했다. - P49

봄이 와서 온 천지가 벚꽃과 사과꽃, 배꽃과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어우러진 꽃들의 모임이 되었고 미루나무들은 그 나름의 은빛을, 버드나무들은 그 나름의 담황색을 뽐냈다. 슈바벤의 완만하고 평온하고 푸르른 언덕들은 포도밭과 과수원들로 덮이고 성채들로 왕관이 씌워졌다. - P56

나는 불이 난 것을 보지도, 가정부와 어머니의 비명 소리를 듣지도 못했다. 단지 다음 날 시커멓게 그을린 벽과 타버린 인형들, 뒤틀린 나무에 뱀처럼 매달려 있는 숯이 된 그네 줄을 보았을 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 P66

그것이 내 세상, 내가 전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꼈고 영원히 지속되리라 확신했던 내 세상이었다. - P80

내게 진정할 시간을 주었고 5분이 지나자 돌아서서 내게 미소를 지어 보인 것이었다. 내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같이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도록. - P96

그들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나에게까지 오려면 아직 10미터 정도가 더 남아 있었다. 어디로도 피할 길은 없었다.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가 5미터, 4미터로 좁혀졌다. - P112

마음속으로 여전히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내가 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이때에 나를 도와주고 위로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서. 하지만 내가 학교를 나섰을 때 길은 겨울날의 백사장처럼 싸늘하고 텅 비어 있었다. - P132

나는 조그만 인명부를 집어 들고 막 찢어 버리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내 손을 멈췄다. 그런 다음 마음을 굳게 먹고 떨면서 H로 시작되는 페이지를 펼쳐 읽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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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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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다른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공통적인 감정의 아이러니와 애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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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니체 (10만 부 양장 리커버 에디션) -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장재형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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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철학, 니체 이 두 가지 말만 들어도 바로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들을 한 번에 관통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읽어야 그런 어려움이 없는 상태로 독서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적당한 때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철학은 언제 읽어도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당 도서가 니체의 철학에 대한 요약본이기도 하며, 설명서로 다가와 마음이 놓였습니다.

거기다가 중간중간 삽화를 삽입하여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덜어주었습니다.

이것이 단락을 끊어내는 소제목과 함께 휴식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해당 도서는 시작부터 죽음을 언급합니다.

그만큼 무게감 있는 이야기가 이어질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공통된 사항이며, 어느 누구도 빠지지 않고 매일 죽음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 중요성을 이 설명서에 담았다고 한다면, 독서를 이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답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이 설명서는 그 답에 이르는 힌트를 제공해 줄 뿐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 생각, 인생이 다르게 때문에 정답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인생은 평생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독서를 끝내면, 사실 그 힌트는 모두 내 안에 있다고 판단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어려운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는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맞춰 살기 때문입니다.

사실 해당 도서를 읽지 않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물 위의 배가 조금씩 움직이듯, 삶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방향이 내가 원했던 방향인지, 그렇지 못한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곳을 바라보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내 삶이라는 배의 주인이자 선장은 바로 '나'입니다.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를 움직이다 보면 여러 난관들에 부딪힙니다. 큰 파도와 암초 태풍 등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잠시 멈춰서 보기도 하고, 다른 해결 방안들을 찾아보라고 도서는 이야기합니다.

배의 선장으로 하는 결정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모든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결정을 제대로 내리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서는 이야기합니다.

한, 두 번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계속되는 반복으로 주입시킵니다.

각 장마다 마치 다른 이야기들을 언급하는 것 같지만, 독서를 모두 끝내고 돌아보니 알게 됐습니다.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할 뿐이며, 그 표현이 조금씩 다를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그리고 니체는 과거와 내면,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죽음과 같이 모두에게 같습니다.

그것이 현재의 나를 존재하게 하는 기원이며, 소중한 자산입니다.

물론 과거에 얽매여 살면 안 되고, 그렇지 않기 위해 내면을 보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좋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그럴 때 감정이 같이 변화한다면, 우리는 그냥 다혈질의 사람이 될 뿐입니다.

때로는 주사위의 눈금이 1이나 내가 원치 않는 숫자일 수 있고, 대로는 6이나 내가 원하는 숫자입니다.

차라리 숫자의 값에 따라 좋은, 혹은 나쁜을 평가하는 게 아닌 어떤 값에라도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고, 모든 값이 원하는 것이 되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을 것 같습니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니체는 그래서 평생 이러한 이야기들을 반복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되는 반복 속에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를 원했고, 주도권을 쥐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빠뜨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의 표현인 '신은 죽었다'도 종교를 부정하기보다는 현재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았습니다.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내세나 천국 등의 죽음 이후의 삶보다 지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종교에서 말하는 내세나 천국 등은 존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불확실하며, 그렇기에 두렵습니다. 두려움은 내면에서 나오는 감정입니다.

우리가 잘 살아보고자 하는 욕망이나 욕심도 결국 내면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이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의욕도, 발전할 의지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적절하게 다스리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니체는 지독한 현실주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자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니체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깨달았기에 이 도서를 반복의 도구로써 이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같으면서 다른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특별한 결론이나 맺음이 없이 끝이 납니다.

아마도 어떤 이의 철학이나 의지가 단순하게 결론지어질 수 없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극복해야 하는 삶이랑 닮았기에 이러한 미완성의 느낌이 더 완벽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쉬운 점

  • 내용의 특성상 무겁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아무리 쉽게 풀어쓴다고 해도 이는 정해진 수순입니다. 조기에 독서를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지만, 결국 같은 말의 반복입니다.

물론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습니다.

  • 같은 말의 반복이라고 생각하여, 독서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체 이야기의 중요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반강제적인 독서를 유도하는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 무엇인가 결론지어지길 원하고 이 도서를 보았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커녕 어떠한 것도 확실하고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불편한 내용들이 존재합니다.

크게 다루지 않더라도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기 때문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독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독한 이상주의자라면 해당 도서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 도서를 접하는데 약간의 방해가 될 것 같습니다.


총평

과거, 현재, 감정에 대한 내용들을 니체의 저서를 통해 접근하고 풀어가는 이야기는 무겁습니다.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반복을 통한 전달 방식은 매우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아니라면 반감이 들 수도 있는 내용들이지만, 스스로 한 번쯤은 되돌아보기에는 아주 적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해당 도서를 통해 앞으로의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세 별점

★ 5개 만점

★★★☆ (주제 8 구성 8 재미 6 재독성 9 표현력 7 평균 7.6)

마흔이 아닌 지금 당이라도 읽으면 도움이 될 니체 설명서.


상세 내용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076556680


감상자(鑑賞者)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하루를 더 살든 50년을 더 살든 중요한 것은 인생의 정답이 아닌 질문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P5

"모든 삶의 순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 P9

과거의 것들과 결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계기는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변화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나 기회를 의미한다. 계기는 다른 말로 터닝 포인트, 즉 전환점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 어떤 상황이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그 지점에 서는 날이 누구에게나 예정되어 있다. 터닝 포인트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로 인해 발생한다. 또한 터닝 포인트는 누군가가 나 대신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 P22

그래서 마흔이 넘어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열심히 살았지만 왜 이리도 무의미한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삶의 주인이 아닌 노예의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 - P29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삶은 어쩌면 니체의 말처럼 오류투성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오류들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 P62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과거를 받아들여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니체는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상실하고 또다시 자신을 발견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 P72

이 순간이라는 성문에서 두 개의 골목길이 만난다. 내가 서 있는 곳 저 뒤쪽으로 기다란 골목길 하나가 뻗어 있다. 이 골목길은 바로 우리가 걸어온 과거이다. 내가 서 있는 곳 앞쪽으로 뻗어 있는 골목길은 끝까지 가본 사람이 아직은 없는, 걸어가야 할 미래이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인 현재 이 순간에 서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시간의 영원한 흐름 속에서 지속된다. - P76

우리는 가끔 옆길로 샌다든지, 망설인다든지 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잘못된 길로 접어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니체는 오히려 자신의 목표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을지라도 거기에서 자신의 최고로 현명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삶을 바라본다면 그동안의 실수들조차 나름대로 의미와 가치가 생긴다. - P95

‘너는 이제까지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했는가?‘

‘무엇이 너의 영혼을 끌어당겼는가?‘

‘무엇이 너를 지배하는 동시에 행복하게 했는가?‘ - P103

우리는 일단 시도해야 하고 그 길 위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물음, 그리고 물음에 대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삶에서 최악의 상황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시도하는 사람은 언젠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얻게 될 것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꿈꾸는 자만이 삶을 변화할 수 있다. - P115

우리는 노력한 만큼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배웠다. 대체로 노력과 결과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성립하지만 삶이 늘 인과 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의외의 변수가 존재한다. - P142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야말로 가상의 세계이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쓸데없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질 때 현재 지금 여기에 충실할 수 있다. - P179

과거의 기억에 매여 있는 삶은 모든 것의 기준이 과거가 된다. 몸은 현재를 살면서도 마음은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아니면 좋지 않은 기억이든 거기에 구속되고 자유롭지 못하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없다. - P181

‘아폴론적인 것‘은 조형 예술, 즉 조각과 시각 예술에서 구현되는 힘이다. 반면 디오니소스는 무질서, 도취, 황홀, 강한 생명력 등을 표상하므로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비조형적 음악 예술에서 구현되는 힘이다. - P200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하나가 없다면 다른 하나도 없다. 삶의 끝에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사건은 삶을 끝내는 어두운 단면이 아니다. 삶을 완성한다. - P260

살면서 남긴 수많은 삶의 오점은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실패했을 때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로 절망감에 빠져 괴로워한다면 남은 인생마저 망쳐버릴 수 있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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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니체 (10만 부 양장 리커버 에디션) -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장재형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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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아닌 지금 당이라도 읽으면 도움이 될 니체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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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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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

도서 표백의 표지는 흑과 백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한 얼굴이 대칭되어 있습니다.

삶과 죽음은 백과 흑으로 표현하지만 항상 함께 하듯, 두 얼굴이 서로 같지만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도서는 죽음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누군가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그 뒤에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죽음 그 자체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야기인지 지켜보게 됩니다.

자칫 죽음이라는 주제는 무겁고 어두워 그 호흡을 따라가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거기다가 뉴스 기사 형태로 본문이 시작되고, 1인칭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사실감 있게 느껴집니다.

다행히 숫자로 세부 내용을 나누었고, 엉뚱한 숫자와 소제목으로 이루어진 문서들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호흡이 짧고 간결하게 느껴져 독서의 어려움이 많이 줄어드는 편입니다.

이 문서들은 때로 표백을 설명하기도 하며, 문체가 달라 본문과 다른 내용을 전개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비유하자면 창문 밖에서 어떤 방을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그 방에 있는 물건들을 보다가 손을 뻗어 문을 열고, 문밖의 또 다른 공간을 다시 보는 것 같습니다.

왠지 계속해서 새로운 공간이 나타날 것 같은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그 안에 계속해서 다른 인형을 품고 있는 듯 보입니다.

물론 인형들의 정체는 초반부에 밝혀집니다.

본문과 연결되고 도서 전체를 가로지르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때부터는 그 죽음에 대한 궁금증과, 죽은 이들에 대한 새로운 비밀이 무엇인지 탐구하게 됩니다.

그 탐구 속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특정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20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읽는 것은 3분 정도도 채 되지 않았겠지만, 마치 실제로 그 시간을 겪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중요한 약속시간에 다가가게 되면, 초조한 마음으로 시계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시간을 확인하는 빈도가 늘어납니다.

이와 함께 온갖 상상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생각에 매료되고, 시간에 지배됩니다.

그러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문체의 느낌을 보자면 아주 냉소적이고 회의적입니다.

그렇지만, 소설을 진행하는 그는 후반부에 변화합니다.

초반의 그는 투정 부리는 고집쟁이 같고, 그 모습을 들키기 싫어 강한척합니다.

그런 그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그를 응원하게 됩니다.

소설이 끝나도 그가 계속 싸우기를 바라고, 진정한 싸움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는 몹시 나와 닮았으며, 우리 같았기에 그의 변화가 또 다른 희망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의 태도는 죽음을 전파한 그녀가 만들어 낸 어떤 의도일지도 모릅니다.

표지의 대칭처럼 그들은 닮았지만 분명 달랐고, 그녀는 사실 그를 부러워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혁명가처럼 보이고, 또 다른 싸움꾼이자 여전사처럼 보였지만, 결국 약한 존재였습니다.

두려워했고, 떨었으며 흔들렸습니다.

물론 그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둘은 엄연히 달랐습니다.

그는 살기를 원했고, 그녀는 죽기를 원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사이비 교주 같은 게 아닐까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죽음을 강요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그를 제재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여러 시간들을 이겨내고 그녀에게 맞서게 됩니다.

그와 그녀들의 이야기는 마무리됐지만, '사이트 개편 공지'와 함께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 사이트는 분명 적그리스도가 만들 사이트와 대척점에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은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내가 응원하는 쪽이 옳기를 바라봅니다.


총평

무겁고 우울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짧은 호흡과 중간중간 들어간 문서들이 그 분위기를 조절하게 합니다.

사실적인 표현들과 몰입하게 하는 요소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충분합니다.

다만 하나의 내용임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여러 이야기들이 산재되어 있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완벽해진 세상 속에서 오점이 되지 않기 위한 저항으로 세상의 오점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한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그들의 대척점에 서기로 한 그의 선택과 또 다른 저항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세 별점

★ 5개 만점

★★★☆ (주제 8 구성 7 재미 7 재독성 8 평균 7.5)


상세 내용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067838814


감상자(鑑賞者)






그런데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왜냐하면 이 책은 나에 관한 것이 아니니까.

이 책은 나의 후배인 세연에 관한 이야기다. - P14

나는 패배자가 되는 게 너무 무서웠고, 지금도 두려워. 내가 받은 교육이라고는 어떻게 하면 패배하지 않느냐에 대한 것뿐이었지. 그래서 승리도 하지 않고 패배도 하지 않는 안전한 방법을 익히고 그대로 살고 있어. - P36

복수와 정복은 결코 완성되어서는 안 되었다. 이뤄지는 순간 그 과제는 곧 거대한 공허로 변해버릴 테니까. 그 목표는 언제나 두어 발 앞에서 빛나고 있어야 했다. 아마 최선은 복수와 세계 정복을 눈앞에 두고 한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운명 때문에 좌절하는 것이리라. - P53

조수석에 앉은 추는 흐느적거리며 자기가 집 쓰레기통에서 거미를 기르고 있다는 둥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해댔고, 나는 데이비드 린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 P65

한꺼번에 수백 편의 글을 올리는 것보다 매일 꾸준히 서너 편씩 게시물을 올리는 게 홈페이지 방문자 수를 늘리는 데에는 더 도움이 될 터였다.

이런 속도로 글을 올리면 언제쯤 업로드를 마치게 될까? - P242

나는 수면 부족과 만성적인 숙취, 그리고 9월 초의 땡볕 아래 벤치에서 백일몽에 빠졌다. 깨어서 햇볕을 받으며 길을 걷고 있다가 나는 마치 꿈을 꾸듯 공상에 빠졌다. 대학 동창 녀석들이 나타나 "내가 메리다. 너도 이제 슬슬 자살할 준비를 해야지"라고 말했고, 세연이 "사실 그때 연못에서 죽은 건 내가 아니야. 나는 당연히 살아 있었지. 이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말고 달리 누가 있겠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휘영이 "내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기사도 썼어. 뭐가 잘못됐나?"라고 말했고, 추와 병권이 번갈아 나타나 "감쪽같이 속았지? 내가 운영자였어"라며 웃었다. - P263

육체를 의지로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형 선고가 죄수들에게 기괴하게 삶에 대한 집착을 부추긴다고 들었다. 우리 모두가 사형 선고를 받고 태어나는 셈인 걸 감안하면 이상한 일이다. 죽을 날을 미리 아는 게 축복이라고 여기며 불치병에 걸려 죽기를 바란 적까지 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두려움 역시 수치스럽다.

이번에도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거겠지. - P281

왜 그렇게 안달이냐고?

...

세연이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아서지.

...

그래서 내가 삐친 거고, 세연이 하려는 일에 재를 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야. 그런데 나는 제 꾀에 넘어가 처음에 와이두유리브닷컴을 인터넷에 홍보하는 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지. 그래서 더 삐쳤어. - P300

하지만 너희도 지금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해야 해. 이건 너희가 생각하듯이 멋있는 주장이나 투쟁이 아니야. 그냥 세상을 향한 집단 분풀이일 뿐이야. 정말 위대한 생각은 말이지, 어쩌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한테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어. 그래도 위대한 정신이라면 그 고독을 견뎌내지. - P320

그녀는 문과대 뒤 학교 연못으로 향하면서 다른 학생들을 마주칠 때마다 속으로 빌었다.

당신들도 나처럼 상처받길 바라요. 당신들도 나처럼 상처받길 바라요.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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