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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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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에는 반드시 어떤 유용성이 포함되어있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기왕이면,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다. 적어도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지 50년간 고민해왔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이야기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모두를 담을 수는 없다. 모두를 담는다면 독자는 불편해한다. (그런 걸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의문은 무시하더라도) 그러면 독자는 그런 소설을 찾지 않는다. 읽지 않는다. <가호>에서 가호가 이야기를 만들 때 독자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소재나 진행을 경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현실감각이다.

 

‘독자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되 완전한 현실을 보이지 않는 것. 나는 이것을 ‘가공’이라고 부르겠다. 마치 칼을 가는 것처럼 뭉툭한 현실을 갈아 허구에 담는다. 겉은 판타지지만 내용물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나 독자나 모두 기꺼이 허구의 세계에 몸을 담근다. 그리고 글쓰기가 끝나거나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나면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소설가는 학자처럼 ‘좋은 이야기에는 반드시 어떤 유용성이 포함되어있다’는 식으로, 단정하여 말하지 않는다.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추지 않는다. 은근하게, 독자의 몫도 남겨 놓는다. 그렇다고 독자가 너무 지분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선을 지켜야 한다.

 

<가호>는 여러 경계에 대해 말한다. 현실과 허구, 상상과 실현, 그리고 나는 여기에 소설가와 독자의 경계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의 느낌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판타지의 외피를 쓴 소설을 잇달아 내며 독자들에게 꽤나 시달렸던 거 같다.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자신이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 이번 <가호>라는 느낌이다.

 

납득되지 않는 몇 가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느 정도 와닿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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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희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8
조해진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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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희>에서 인상 깊었던 곳

1. 제이비 류의 아내가 대신 사과하는 장면

내 말에 깜짝 놀란 모니카는 모든 영국인을 대신해 사과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우리 세희>, 142쪽

가끔씩 유튜브에서 우리나라에서 겪은 차별이나 불편에 대신 사과한다는 댓글들을 볼 때가 있다. 즐거운 경험을 하기 위해 모르는 나라에 온 그들이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반면 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무얼 경험하든 관심 없다는 사람도 있고 일부 못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좋은 경험과 관심 없음 사이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다.

모니카는 차별을 할 사람이 아니고, 그런 상황에 대해 어떤 잘못도 없지만 스스럼없이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공동체)으로서의 최소한의 연대감이다. 차별하는 사람이 발생하는 이런 사회를 만든 일말의 책임이 있는 사람(구성원)이 가지는 미안함. 모두가 다 좋을 수는 없지만 기왕이면 나쁜 건 없는 게 좋다.

2. 외가댁에 갔을 때의 환대

그들은 내가 인사를 하면 웃으면서 나를 덥석 안았고, 헤어질 때쯤엔 눈물이 흥건히 밴 눈동자로 엄마를 건너다보다 무턱대고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 세희>, 114쪽

같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공동체의 연대는 찐득하다. 깊고 오래간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자식, 손주라는 이유로 그들은 환대받는다. 잘 왔다. 누구도 그 사이의 어둠을 끄집어내지 않는다. 오직 오늘의 기쁨만을 즐긴다. 그 모습이 나는 왠지 가슴 따뜻해지면서도 슬펐다. 그들이 겪은 아픔 때문 같기도, 지금은 없는 모습이라는 아쉬움 때문 같기도 했다.

이 책의 화자는 ‘욘주’지만 이 책의 제목은 <우리 세희>다. 욘주의 모든 관계는 세희, 즉 자신의 어머니로 인한 것이다. 전 세대가 만든 모든 것을 우리는 오늘 만난다. 그들도 그 전세대가 만든 세상을 살아갔듯 우리가 만든 세상을 우리 자식 세대가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아득하고 무섭다. 걱정되고 불안하다. 걱정되고 불안한 세상을, 우린 지금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시대는 가고 이제 ‘나’의 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로 살았던 삶이 마냥 다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우리를 버리고, 우리를 고치고, 우리를 해체하는 것을 선택한 시대’를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우리를 버리고, 우리를 고치고, 우리를 해체하는 것을 선택한 것에 대한 반작용과도 함께 살아간다. 거듭 말하지만 늘 좋은 건 없다.

<로기완을 만났다>가 사건에 더 가깝다면, <우리 세희>는 삶에 더 가깝다. 그래서 뭔가 더 먹먹하다. 조해진 작가님의 세계가 더 깊어진 거 같은 느낌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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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 로켓
기노시타 유키 지음, uwabami 그림, 장하린 옮김 / 이아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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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은 즐거워요. 양치질은 나에게 이로운 놀이에요. 이야기가 있는 놀이라면 하기 싫은 일들도 두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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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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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원하는 게 과연 나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원하거나 필요해서 이것을 욕망하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이 원하거나 욕망해야하기 때문에 욕망하는 것인지 도무지 모를 때 말이다.


석주의 선택은 주체가 누구인지 애매모호 하다. 하지만 일생의 모든 선택을 어느 누가 '전적으로 내가 한 선택'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석주는 고민하고, 주저하고,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느리지만 성실하고 끝까지 애쓰는 사람이다. 특출나지는 않지만 꾸준하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단단하다. 평범한 사람이 주는 이야기는 범상찮은 사람이 주는 격정적인 감동과는 다른 은근한 감동을 준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는 '무엇'이 되어있다. 그 무엇도 그녀의 선택이 아닌 것 같았지만 지나고 보면 모두가 그녀의 선택이었다. 오직 그녀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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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 문명의 탄생부터 국제 정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김도형(별별역사)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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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지만 새롭지 않은, 무난한 내용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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