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공동체의 연대는 찐득하다. 깊고 오래간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자식, 손주라는 이유로 그들은 환대받는다. 잘 왔다. 누구도 그 사이의 어둠을 끄집어내지 않는다. 오직 오늘의 기쁨만을 즐긴다. 그 모습이 나는 왠지 가슴 따뜻해지면서도 슬펐다. 그들이 겪은 아픔 때문 같기도, 지금은 없는 모습이라는 아쉬움 때문 같기도 했다.
이 책의 화자는 ‘욘주’지만 이 책의 제목은 <우리 세희>다. 욘주의 모든 관계는 세희, 즉 자신의 어머니로 인한 것이다. 전 세대가 만든 모든 것을 우리는 오늘 만난다. 그들도 그 전세대가 만든 세상을 살아갔듯 우리가 만든 세상을 우리 자식 세대가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아득하고 무섭다. 걱정되고 불안하다. 걱정되고 불안한 세상을, 우린 지금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시대는 가고 이제 ‘나’의 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로 살았던 삶이 마냥 다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우리를 버리고, 우리를 고치고, 우리를 해체하는 것을 선택한 시대’를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우리를 버리고, 우리를 고치고, 우리를 해체하는 것을 선택한 것에 대한 반작용과도 함께 살아간다. 거듭 말하지만 늘 좋은 건 없다.
<로기완을 만났다>가 사건에 더 가깝다면, <우리 세희>는 삶에 더 가깝다. 그래서 뭔가 더 먹먹하다. 조해진 작가님의 세계가 더 깊어진 거 같은 느낌이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