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환승하는 역이 종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기다리느니 옆칸으로 이동을 하는 날이 많다.오늘도 역시 옆칸으로 걸어가는데, 텅 빈 객차바닥에 저 우산이 의자 아래쪽에 살포시 있었다. 빈 객차였으므로 당연히 주인이 깜빡 잊고 내린듯..비호처럼 달려가 우산을 냅다 들고 주위를 살핀뒤 전철에서 내렸다. 들고보니 색깔도 아주 예쁘고 더구나 반자동우산이었다. 내가 들고 온 우산은 완전 수동이었으므로 난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설마 이 우산을 들고 내가 분실물 센타에 가야 된다고 야단 치는 분이 있으면 어쩌지 -_-
삼실에 와서 직원들에게 우산 주웠다고 마구 자랑을 했다.옆에 있던 아가씨가 보더니 선배님 그거 접는 것도 자동같은데요..정말? 우산 손잡이에 화살표가 2개 있잖아요..그게 그뜻이야? 그럴걸요...
펴진 상태에서 다시 눌러보니 정말 우산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스스로 접히는 것이다. 항상 비싸서 마지막 순간에 카트에서 내려지던 자동우산이 드뎌 생긴것이다. 야호 ^^
오늘 아침 우산 잊어버리고 내리신 그분에게는 참으로 미안하지만,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살림에 무지하게 많이 보탬이 됬어요.호호
여기까지는 즐거운 기분이었으나,
원래 메신저 메일 빼놓고는 메일 확인을 열심히 하는 스탈이 아니다.일주일이나 열흘에 한번 들어갈까 말까한데, 오늘쯤 카드 청구서가 메일로 오기 때문에 확인차 들어간 곳에서 발견된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이었으나 더이상 내게 친구가 아닌 사람의 메일이 도착해있었다. 내게 일생일대의 데미지를 입힌 중고등학교 동창의 메일.....옛날일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참 많이 미워했지만, 세월에 묻혀서 조금씩 바래져가고 있는........
답장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잘 모르겠다.내가 그동안 얼마나 아파했는지 조목조목 설명해 주고 싶은 맘이 들기도 하고 그 옛날 못했던 말들을 다 퍼부어주고 싶기도 하고 그냥 쿨한척 센척 답장을 해야 하는지 아님 그냥 모른척 넘어가야 되는지.......날씨도 그렇고 맘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