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식날 지방에 계셔서 못 오시는 아빠에게 편지를 받았다.
두꺼운 파란색 만년필로 쓴 2장짜리 편지였다. 졸업식에 못와서 미안하다는 말씀과 중학생이 되면 해야할 일등이 적힌 편지였다.아버지에게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였다.그후로도 아빠는 동생들에게 편지를 쓰신 적이 없으니 자식중에 나만 유일하게 편지를 받았다.
아마 그때부터였던것 같다.만년필이 좋아지기 시작한것은....볼펜이나 다른 펜은 거의 검정색만 쓰는 내가 만년필만은 파란색 잉크만을 고집한 것도..
직딩인 난 가방에 필통을 넣어 다니고 필통 안에는 만년필이 있다. 필통에는 순전히 내가 좋아하는 필기구와 연필이 들어있다. 삼실에서 쓰는 모나미 볼펜을 내필통에 넣고 다니는 일 따위는 절대 없다. 필기구에 여전히 난 집착한다. 그래서 지금도 만년필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다.
대학교 4학년때 나는 아빠생일에 펠리칸 m 200을 선물했다. 파카만 쓰시던 아빠에게 좀 다른 만년필을 선물하고 싶어서였다.아빠가 평소 쓰시는 것보다 좀 얇은 듯한 펜이었다. 아빠가 그 만년필을 몇번이나 사용했는지는 난 모른다. 두꺼운 펜을 즐겨사용하셨으니 어쩌면 몇번 사용하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펜은 지금 아버지의 유품이 되어 내방 서랍에 있다. 아버지의 사무실 정리할때 집으로 돌아온 것을 내가 몇년동안 쓰다가 이제는 그저 모셔두고 있다. 그때 받았던 아빠의 편지는 몇번의 이사끝에 어디로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파란색 만년필로 쓰시던 크고도 동그란 아빠의 그 필체는 아직 내 기억에 잘 묶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