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님 서재에 갔다가 현충사 이야기가 나와서 갑자기 옛날일이 떠오랐다..

사학과에서는 1년에 한번 또는 2번 정도 답사를 떠난다.(요즘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공식적으로는 교수님도 모시고 가기 때문에 답사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팔도유람이다.계획이나 일정을 모두 과학생회에서 하기때문에,  그야말로 3학년 맘이었다.그래도 공식적으로는 절이나 문화유적지를 많이 다녔기 때문에, 절이나 산에 있는 입장료가 무시못할정도였다. 2박3일 일정에  절 몇군데 가면 여비의 상당부분이 지출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때문에 머리를 써서 과에서 공문을 하나 만들어서 학장님 도장을 하나 꽝 찍어서 (이래야만 뭔가 뽀다구가 나기 때문에)  절의 주지스님앞으로 보내기로 했다..학생들이 공부의 연장으로 모월모일모시에 그 절을 방문하니 입장료와 문화재보호기금을 안내게 해달라구 애절한 공문을 보내는 것이다. 무료로 해주면 고맙구 아니면 할수 없으니까...

그리하여 과사무실에서 일하던 내가 그 공문을 만들었다. 1,2,3학년에서 각각 가다보니 절들도 참 전국방방곡곡으로 다양했다.  주지스님앞 하면 성의가 없어보이니까   **사 주지스님께 라고 멋있게 여러장을 만들어서 단과대 학장님 결재를 받으려고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그때 옆에서 나랑 가치 일하던 선배언니가 "아이구 두야 ..쯧쯧 "하며 혀를 차며 나를 봐라보는게 아닌가.내가  언니 뭐 잘못됬어여 라고 말하자 선배언니 말없이 나에게 공문한장을 돌려주셨다..받아든 나 언니 이게 뭐가 잘못됬냐니까 하자..

"현충사에 주지스님이 어디있어? 애가 정말...."

그때까지도 난 언니가 하는 말이 무슨말인지 모르고 눈만 동그랗게 뜨고 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 현충사는 절이 아니었다 ㅠㅠㅠㅠㅠㅠㅠ   만약 내가 그 공문을 현충사로 보냈다면 아마 현충사가 뒤집어졌을것이다.ㅠㅠㅠㅠㅠㅠ 내가 더 황당했던건 내가 현충사를 한번 가보기까지 했다는 사실이다.이건 차마 선배언니한테는 하지 못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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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12-1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랄랄라 재밌어요. 게다가 님의 댓글은 간혹 마태우스님이나 부리님 서재에서 봤지만 님의 페이퍼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

paviana 2004-12-16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페이퍼는 오래간만이지요? 매일매일 다른 서재 마실하기도 바빠서 글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답니다..오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마로아버님이 걱정입니다.. 조선인님과 마로가 든든히 뒤에 계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마실만 다니다 보면 저는 서재주인들을 잘 아는듯하지만 그분들은 절 모르실테니까 댓글 남기기도 쑥스럽거든요.그래서 댓글도 마태님 빼놓고는 없었구요..조선인님 주소남겨주시면 예쁜 마로에게 카드보내구 싶어요.^^

2004-12-1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20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5-02-20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학과? 저도 사학과 나왔는데? 이야... paviana님과 저의 공통점이 무지하게 많네요. 그중에서 가장 큰 공통점은 미녀라는 것....(앗, 돌날라온다. 도망가자! =3=3=3)

paviana 2005-02-2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학과 나왔다는 사실이 저의 아킬레스건이랍니다..사람들이 사학과 하면 가지는 그 원대한 이상을 감당할수가 없답니다...님도 잘 아시겠지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