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빠는 당신이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목포상고를 나오셨다는 것이 일생의 큰 자랑거리셨다. 경찰공무원인데도 불구하고 매번 선거에서 몰래 "선생님"을 찍으셨고, 치매 초기로 글자를 잘 못 읽으실 때도 부득불 "선생님"의 당에 투표를 해야 한다며 투표장으로 향하셨다.
그렇게 존경하던 선배가 드디어 대통령이 되셨을 때 , 그 역사적 선거에는 정작 투표하지 못하셨다. 그저 멍한 눈으로 하루종일 텔레비젼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
글쎄 아빠와 같은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왜 그 연배의 어르신들이 그렇게 한맺히게 목포의 눈물을 불렀는지는 아마 죽을때 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저 그 구심점에 김대중 대통령이 계셨을 거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이제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들을 한해에 모두 잃었다.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목놓아 울어 줄 수 있는 그런 전직 대통령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참으로 박복한 국민이다.
그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