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정말 충동적으로 오사카와 교토 나라지방을 여행했다. 패키지 여행이라는 것이 내맘대로 어떻게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치명적 단점을 지녔지만, 나처럼 일본어라고는 이찌,니,밖에 못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긴 했다.
그나마 이번 여행에는 3박4일중 하루의 일정이 있었다.물론 내보기엔 엔화가 자꾸 오르지만 여행비용을 대폭 올리면 사람들이 안갈테니 비용절감차원에서 생긴 자유일정이겠지만...
자유일정으로 간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나온 후 , 그 근처에 있다는 페리항구를 찾아갔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건너편에 있는 산토리 뮤지움으로 곧장 가는 배를 타러가기위함이었다. 물론 전철 환승을 하면 갈 수 있었지만, 배로 10분인 거리를 뭐하러 복잡하게 말도 안 통하는데 타러 갈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페리를 탈 수 있는 곳이 보이지를 않았다. 전날 가이드에게 물어봤지만 가이드가 오히려 그런 배가 있냐고 나에게 물었으니, 자력갱생할 수 밖에....일본어를 모르니 물어볼 수 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었으나 역앞에 인포메이션 센타가 보였다. 안되긴 영어라고 모 더 뾰족한 수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길은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용감하게 들어갔다.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일본인 아줌마에게 더듬더듬 영어로 말하니 당황하긴 그아줌머니도 마찬가지...더듬더듬 하시며 지도를 꺼내 설명해주신다.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대충은 알아들은듯해서 나와 찾아가니 멀리서 배가 들어와있어서 또 열나 뛰어갔다.
그렇다. 이것이 배에서 찍은 산토리 뮤지움이다. 안도 다다오가 만든...오사카에는 안도의 그 유명한 빛의 교회가 있으나, 자유일정으로 가기엔 시간상 무리가 있었고, 같이간 일행이 원한건 유니버셜이었다. 나 나름으로 유니버셜 뒤의 일정으로 산토리 뮤지엄과 그 옆에 있는 해유관이란 수족관이었다. 배로 들어가면서 보지 않았으면 저렇게 정면으로 볼 수 없다는걸 몰랐는데 운이 좋았다.편하게 갈 생각으로 탄 배에서 저렇게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으니....
산토리 뮤지움의 안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미리 찾아본 갤러리일정이 내가 볼만한 것이 없어서 안을 들어가 보는건 무리였고, 솔직히 말하면 일본어가 안되는게 제일 문제였지만, 맨 아래있는 화장실을 들어가 보는 것으로 산토리 뮤지움은 통과다.ㅋㅋ
해유관이라는 수족관은 정말 안갔으면 후회했을 것이다.3층부터 8층까지 건물에 수족관이 있는데 그중 4층부터 7층의 4개층을 통으로 만들어서 그 안에서 10미터가 넘는 고래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처음으로 내 눈앞에서 헤엄치고 있는 고래를 발견했을 때 들은 느낌은 아.름.답.다 라는 생각뿐이었다. 파란 물속에서 있는 고래가 그렇게 아름다울줄은 몰랐다. 물속에서 날쌔게 헤엄치는 돌고래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도 무척 신기했다. 그저 아쿠아리움을 생각하고 간 수족관에서 정말 상상이상을 느꼈다. 근데 왜 사진이 없냐고? 그건 그렇게 신기하고 도도해 보였던 고래와 가오리 등등이 찍사의 능력부족으로 후레쉬가 터지고 유리에 반사되면서 찍어온 사진들에서는 그저 죽어있는 생선들처럼 보이는 참극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때의 그 아름다운 광경들은 그저 내가슴에 모셔둘 수 밖에.....다른 한편으로는 그저 거대한 수족관에 갇혀있는 저들도 저리 나에게 감동을 주니 정말 바닷속에서 저들을 만나면 얼마나 경이로울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