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었다. 추리소설의 시작이 이렇게 안 넘어가던 적이 있었던가.
집은지 이틀이 넘었지만 1/3도 읽지 못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던 탓일까?
100페이지가 되어도 사람이 죽지 않았다고 투덜대기까지 했다.
다른때 같으면 광분했을 교고쿠도의 그 현학적인 대사들이,
-제일 좋아하는 탐정이 그 잘난척 대장 파일로 번스인 내가-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심지어 이 두남자 왜 이렇게 말이 많은거야라고까지 말했다.
대여점에 반납해야 되는날이 크리스마스 이브날,
반쯤 읽은 책을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찜질방으로 챙겨갔다.
그리고 남은 200페이지넘는 분량을 숨도 안쉬고 다 읽었다.
똑같은 책인데 앞과 뒤를 읽는 속도가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다시 읽어보니 앞부분이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다.
결국 내가 문제였다.
복잡한 맘 좀 풀어보겠다고 추리소설을 만만하게 보고 선택했다가 뒤통수 맞았다고 할까...
내잘못인줄도 모르고 재미없다고 욕해서 미안해. 교고쿠도.당신 정말 멋져..
망량의 상자도 기회되면 꼭 읽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