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직장인 열전 - 조선의 위인들이 들려주는 직장 생존기
신동욱 지음 / 국민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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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한다. 특히 한 시대의 정신세계를 재구성하는 지성사와 한 개인의 안팎의 삶을 재현하는 평전을 매우 선호한다. 그러나 암기식 공부를 좋아하지 않아서 국사시간을 싫어했다. 국사 공부를 멀리하게 된 거야말로 주입식 교육의 대표적인 피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성인이 되어 이런저런 상황을 대하면서 조선 시대에 대해 우리 시대를 깊숙이 들여다보기 위한 가늠자로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 특유의 정신구조가 현대에 그대로 영향을 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조선 문화가 살아있다.

 

신동욱의 <조선 직장인 열전>을 들여다 보면, 흡사 조선시대 미생 스토리 같다. 그 시절에도 직장인의 삶은 신산했구나 싶다. '주식회사 조선'의 복잡한 세계를 저자는 한올한올 풀어낸다. 사내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렇게 잘 보여주는 책이 달리 또 있을지 모르겠다.

 

왕을 만든 남자 홍국영은 보스(정조)와의 관계에서 선을 넘어 결국 유배지 강릉에서 생을 마쳤다. 금수저 출신에 시대를 앞서간 천재 허준은 조직 내 평판 관리에 실패하여 급기야 정치적 무리수를 두기에 이른다. 행동하는 지식인 정인홍은 조직이기주의와 맹목적 충성으로 파멸했다.

 

조선시대 대신들이 직장생활에 관해 알려주는 선배라니, 생각도 못했던 지점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는 조선시대나 우리시대나 도긴개긴이라는 것이다. 서문("들어가며")에는 두 개의 중제가 있다."나는 직장인이다." "그들도 직장인이었다." 이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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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의 생애와 저서들
불페르트 더 흐레이프 지음, 황대우 옮김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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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칼빈의 저작을 살펴볼 일이 있었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 내가 필요로 하는 텍스트 하나가 있어서다. 인텆넷 웹서핑을 포함해 이런저런 노력을 했으나 지금 와서 보니 지극히 소모적이었다. 마침내 <칼빈의 생애와 저서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 책 한 권을 몰라서 헤맨 시간이 정말 아깝다.

 

칼빈의 신학과 경건을 통해서 선한 배움을 얻고자 한다면, 그가 얼마나 많은 많은, 얼마나 위대한 작품을 썼는지에 대해 찬양할 게 아니라 그가 쓴 작품들을 직접 읽어야 한다. 그러나 워낙 많은 작품을 써낸 지라 그가 쓴 모든 것을 읽기는 어렵다. 전문가라도 다 읽은 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상황에 잘 맞는, 적절한 텍스트를 잘 골라야 한다. 모든 성도가 다 <기독교 강요(최종판)>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차라리 초판을 읽는 편이 낫다. 하나 실은 초판조차 양이 많다. 자신의 형편못지 않게 역량도 고려해야 한다. 마침 칼빈은 정말 다양한 독자를 고려하여 썼다.

 

<기독교 강요(최종판)>을 통해 만나는 칼빈을 그의 전부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는 위대한 설교가요, 예리한 논쟁자이기도 하다(<칼빈의 생애와 저서들>을 읽고, 그의 설교를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튼 그의 다층적 면모(교의학자, 주석가, 논쟁가, 목회자 등)를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칼빈이 어떤 작품들을 썼는지 살펴보는 편이 낫다. 이 점에서 <칼빈의 생애와 저서들> 만큼 도움이 될 참고서도 많지 않다. 일찍 만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만난 덕에 그나마 혼란을 줄였다. 칼빈이라는 광할한 지적 세계를 만나기 위한 최상의 지도가 아닐 수 없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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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성경 인물, 지리, 사건
크리스토퍼 D. 허드슨 지음, 이기연 옮김 / 선한청지기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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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깊이 있게 알고 싶다. 이게 내 소원 가운데 하나이다. 성경의 (인물과 사건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잘 알고 싶다. 성경의 지리도 또한 잘 알고 싶다.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마침 <한 눈에 보는 성경 인물, 지리, 사건>을 집어들었고, 여기서 내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눈에 보는 성경 인물, 지리 사건>은 31,000개가 넘는 성경의 구절을 이해하도록 도울 것이다. 이 책은 성경의 주요 인물과 지리, 사건들을 시각적으로 안내한다. 여기서 사용하고 있는 인포그래픽은 간단한 개요와 함께 주요 정보를 요약한 짤막한 글을 제공한다."(8쪽)


성경의 방대한 정보를 축약하는 다채로운 그래픽(인포그래픽)과 이를 친절하게 풀어주는 명료한 텍스트가 한데 결합되어 있다. 이를 통해서 이해를 도모하고, 기억을 강화시켜준다.


성경을 읽기 전에 (방대한 성경의 세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큰 그림을 그리고, 성경을 읽흔 후에 (방대한 성경의 세계를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요약해줄 것이다. 

 

가령 64-5쪽은 예수 그리스도를 다루고 있다. 물론 집약적으로 서술한 텍스트(64쪽)도 중요하지만, 이 텍스트가 가리키는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구현하는 인포그래픽(65쪽)이다.

 

이렇듯 깔끔하게 정리된 도표 한 장의 힘은 백 마디 말보다 더 강하다. 말과 달리 그림은 한 눈에 본다. 단번에 입력된다는 뜻이다. 매번 말로 설명들을 필요 없이 한번 보는 것만으로 정리된다.

 

따라서 결코 한 번 읽고 치워버릴 책이 아니다. 성경을 공부하거나, 질문이 생길 때에는 언제든 반복하여 참고할 책이다. 너덜해질 만큼 뒤적거려보라. 어느덧 성경이 여러분의 손에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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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사람들의 마을 믿음의 글들 155
김요석 / 홍성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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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석 목사님의 간증을 강력하게 추천받았다. 간증을 선호하지는 않으나 간증 녹음을 들어보았다. 간단히 정리하면, 재밌고, 감동적이다.


너무 정리했나 보다. 다시 말해보자. 저자는 무려 독일에서 신학박사 학위 받고 한국에 돌아와 교수생활하던 이다. 그런 그가 신학 이론과 하나님 체험 사이에서 고민하다 소록도 인근 나환자 정착촌, 영호로 들어간다. 나환자들이 목회자를 찾지 못해 기다리던 처지라 환영 받았다그곳에서 목회하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영호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다이나믹한 이야기들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대부분이 나병에서 치유되어 소록도를 나온 이들이다. 그들의 몸이 아픈 만큼 마음도 아프다. 타인들이 혐오하는 만큼 자기 스스로도 혐오한다. 그들이 예수를 만나 내적으로 치유되고, 영적으로 성장한다. 


더 나아가 여기에는 나환자가 아니지만, 마음이 병들고 영적으로 죽어있는 이들도 등장한다. 그들 또한 나환자들을 혐오하고, 또한 자신들을 혐오한다. 이들도 예수를 만나 마음이 치유되고, 영혼이 소생한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저자 김요석 목사일 것이다. 독일 유학파 신학교수가 나환자를 상대로 목회하고 있다. 그가 변화됨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도 변화된 것이다. 그는 학자에서 목자로 거듭난 것이다. 여든 일곱의 할머니는 이렇게 부탁한다.


"목사님, 절대 여기를 떠나지 마셔유. 목사님이 떠나시면 우리는 죄다 목자없는 양떼가 되버릴 거구만유."(97쪽)


<잊혀진 사람들의 마을>은 바로 이 영호 마을 주민들이 다채로운 간증의 축약판이나 다름 없다. 이들의 변화가 모이고 모여 열아홉 개의 이야기를 이룬다. 


아마도 원서가 독일어본인 탓인지 문체도 단순하고 서사도 비교적 담담하게 풀어냈다. 어딘가 수묵화를 보는 것처러 차분하고 서정적이다. 동양적인 노스탤지어를 자아낸다고 해야 하나? 


반면 김요석 목사가 구술하는 간증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좀 더 파토스를 건드린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것 같고,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다채로운 인생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펼쳐진다. 


책보다 강의가 더 좋다는 뜻이 아니라, 각자의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가능하다면, 여러분이 책도 읽고, 간증도 듣기를 권한다. 특히 <잊혀진 사람들의 마을>에 소개된 열 아홉개의 소박하고 짤막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어렵지 않게 금방 읽힌다. 아무쪼록 그 작고 묵직한 이야기들 속에서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고, 외로운 사람들과 동행하는 예수님을 만나게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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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도서관 2022-02-1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ㄴSophia님, 등록했습니다.

babido 2022-03-1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책과 관련한 아래 출판사의 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shop.hongsungsa.com/product/%EC%9E%8A%ED%98%80%EC%A7%84-%EC%82%AC%EB%9E%8C%EB%93%A4%EC%9D%98-%EB%A7%88%EC%9D%84/
 
법정에서 만난 예수 - 의심에서 확신으로 가는 기독교 공방
데이비드 림보 지음, 이기연 옮김 / 선한청지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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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은 기독교 출판 컨텐츠로서는 비교적 매력이 떨어진다. 변증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요새 유행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변증은 죄가 없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가?) 변증 바깥에 있는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하나는 교회와 메시지의 불일치 때문이다. 입으로 복음을 변증해도, 삶으로 복음을 부인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세상은 변증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 도리 없다. 교회 공동체가 바로 서는 수밖에. 하지만 하나 여기에서 그 부분을 다룰 수는 없다.

다른 하나는 교회의 반(反) 지성주의 혹은 비(非) 지성주의와 연결된다. 교회는 복음을 (지성에 기반하여) 변증하기보다 (믿음에 기초하여) 선포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교회도 변증을 선호하지 않는다. 교회에 대해서는 좀 더 다뤄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교회의 반지성적 태도와 비성경적 태도는 궤를 같이 한다. 성경에 기초해서 바로 생각하지 않으면, 비성경적인 가르침에 휩쓸리고 만다(논리와 상식에 근거하여 바로 생각해야 무논리와 비상식의 풍랑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맞다).

성경을 바로 알려면, 바로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지성에 기초하여 성경을 올바르게 읽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성경을 제대로 읽는 사람은 다른 책자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그 역도 성립한다. 책을 이해하려면, 지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성과 믿음은 반대되는가? 아니다. 지성을 주신 창조주가 동시에 복음을 주신 구원자이시다. 그러므로 복음의 변증과 복음의 선포는 모순관계가 아니다. 기독교의 복음, 즉 케리그마는 선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게 변증을 거부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에 데이비드 림보의 <법정에서 만난 예수>를 보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생각보다 잘 쓰였다. 저자 데이비드 림보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자 유명한 변호사이다. 그의 믿음과 그의 지능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이 한 권의 책에 집약되었다.

<법정에서 만난 예수>는 비기독교인보다 차라리 종종 의심이 들거나, 믿음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더 유익할 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인용과 요악 이전에 숱한 성구 제시가 눈길을 끈다. 성구를 빼느니 차라리 집필을 중단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내 삶의 방향을 성경[과] 하나님께 돌리게 한 일들, 성경 예언과 통일성 그리고 역사적 신뢰성과 성경이 진리라는 내외적 증거 그리고 내게 엄청난 변증 가치를 주었던, 성경을 가르치는 매력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따. 이 많은 주제가 성경 자체에 직접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눈여겨보라."(36쪽)

 

그러니까 성경을 중심으로 논의하되, 여러 간증과 교리, 경건 등 다채로운 내용을 조화롭게 배열해놓았다. 변증서에서 경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이상으로 주목할 만 한 전략이다. 저자는 이 변증서를 통해 독자의 머리만 아니라 마음을 공략하고자 한다.

또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단히 집약적이다. 방대한 자료가 저자 데이비드 림보의 충실한 인용과 성실한 요약으로 소개된다. 한 장에서 다루는 내용이 사실상 책 한 권에 버금갈 정도다. 숨이 찰 정도다. 저자의 명민한 두뇌와 집요한 노력이 도처에서 비집고 나온다. 

압축적으로 전개되는 논의의 방대한 범위는 각주의 수로도 간접 증명된다. 장마다 5-60개는 기본이고, 100개가 넘는 장도 두 개다. 그가 섭렵하는 자료의 폭도 넓다(가령 쉐퍼와 길키가 연달아 같이 인용된다, 327-8쪽을 보라). 감사의 글을 보니 로고스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했다.  

이런 놀라운 책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기독교 변증에 대해 단시간에 충실하게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이 한 권을 숙독하면 된다. 건성으로 넘기지 말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시길 바란다.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수준이 놀랍게 향상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이 책은 번역이 좋다. 명료하고 깔끔해서 눈에 확 들어왔다. 역자 소개를 보니 첫 번역이다. 그런데도, 이런 노련함을 보여주어 놀랍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역자다. 여러 좋은 번역으로 계속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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