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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빌리 성경공부 1 : 신념편 - 건강한 소그룹 모임을 위한 ㅣ 주빌리 성경공부 1
유은주 지음 / 동연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1.
주빌리 성경공부 교재의 장점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중 가장 큰 장점은 결코 진부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신념, 관계, 신비, 헌신 등 네 권 모두 그 구성 상으로 전형적으로 예측되는 틀을 넘어서기에 주목할 만 하다.
큰 틀은 리처드 아스머가 제시한 신앙의 네 가지 차원을 고려한 것이다(각 권의 74쪽을 보라). 원래 그
구도는 인간 인격의 기본 요소인 지(신념), 정(관계), 의(헌신)를 거쳐 그 너머(신비)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교재의 구조를 보면, 저자의 독자적 사유가 반영되어 있다. 가령 일례를 들자면, 신비(3권)를 헌신(4권)에 앞세운다. 이건 굉장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가톨릭 영성신학에서 수덕신학 다음에 신비신학을 배치하는 것처럼 아스머도 헌신 다음에 신비를 내세운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뒤집는다. 이렇듯 그 구성에서부터 이미 저자의 깊은 숙고가 드러난다.
2.
더욱이 그 3권(신비)의 목차를 보니 여행, 휴식, 고난 등이 등장한다.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신비편에서는 영적인 측면에서 인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기독교 신앙이 어떤 점에서 세속적 가치관과 차이가 있으며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고난의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등에 대해 고찰한다.”(각권 74쪽)
신비라는 개념에 대해 편향되게 이해되어 왔던 흐름을 바로잡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가 드러난다. 저자는 하늘과 땅을 하나로 연결시켜 신비에 대해 균형잡힌 접근을 제안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각 교재의 목차와 내용에 반영된 저자의 치밀한 구상을 엿보게 된다. 신학 연구자로서의 이론적인 전망과 교회 사역자로서의 목회적인 관점이 절묘하게 결합된다.
3.
이런 점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마지막 권(헌신 편)의 예를 들고 싶다. 이 4권의 마지막 주제가 “섬김”인데, 그 마지막 과에서 ‘강요된 희생’을 다루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서 무얼 다룰지 나름의 추측을 하며 펼쳤는데, 기분좋은 배신을 당했다.
회복을 사랑보다 우선하고, 사랑을 섬김보다 우선하며, 섬김의 마지막 항목에서 강요된 희생에 대해 경계하는 방식은 과연 대학의 연구자이자 교회의 사역자의 양자를 아우르기에 가능한 접근이다. 앞서 말한대로 절묘한 결합이 아닐 수 없다.
4.
이 인상적인 구성은 각 과의 구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본문은 설명이 아니라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방적으로 주입하고자 하는 대신에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설명을 배제하고 질문으로만 구성된 교재가 있던가? 솔직히 질문 자체가 특정한 방향으로. 참여자를 이끌도록 기획된다(저자의 설명을 빌리자면, ‘닫힌 질문‘이다). 최소한 각 과의 서론 혹은 결론에서라도 설명하지 않던가? 이 교재는 그런 설명을 일절 배제하고 ‘열린 질문’(각권 6쪽)으로 참여자의 개방적 성찰 역량을 키워주고자 한다.
5.
이 놀라운 교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다. 하지만 너무 많은 말은 이 간명하게 구성된 교재에 실례일것이다.
나로서는 그저 이 혁신적인 교재를 많은 교회와 단체에서 활용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램을 피력할 따름이다. 한국 교회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나는 이 교재에서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