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비밀 - 통증에 관한 오해와 진실,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몬티 라이먼 지음, 박선영 옮김 / 상상스퀘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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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통은 중요한 화두이다. 붓다는 세상을 가리켜 고통의 바다(苦海)라고 했다. 고통의 인생의 본질인 것이다. 사성제(고-집-멸-도)가 이를 다루는 핵심 교의다. 
당연히 기독교에서도 고통을 중요하게 다룬다. 인생의 고통에 대해 기독교적 맥락으로 진단하고 처방한 것이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이다(저자는 이 책을 쓰다가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이번에 본 [고통의 비밀]은 고통을 과학적 맥락에서 규명하고 해석한 흥미로운 저서다. 당연히 본서가 주목하는 대상은 주로 신체의 고통이다(물론 마음의 고통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
본서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서 제목은 역서 제목보다 과감하다. The Painful Truth, 즉 [고통의 진실] 혹은 [고통에 대한 진리]가 그것이다. 
저자 몬티 라이먼은 의사이자 옥스포드대학 소속 연구원으로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 그가 고통(통증)에 대해 제시하는 설명은 우리 몸이 손상된 정도를 알려주는 기준(11쪽)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궤를 달리 한다. 그에 따르면, 고통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34쪽)이다. 
심지어 이를 통증의 정의가 아니라 통증에 관한 절대적 진실이다라고 단언한다. 지금 그는 원제 그대로 통증의 정의가 아니라 통증의 진실, 그것도 절대적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차라리 절대적 진리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3.
통증이 없으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만일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몸에 난 상처를 돌보지 못할 것이고 예기치 않은 죽음에 이를 수 있다.(70쪽)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한센씨 병이 무서운 것은 통각신경이 마비되어 몸을 보호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통증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상황을 알려주는 중요한 시그널로 작용한다. 
또한 통증은 사회적이다(202쪽). 한 사회의 문화적 맥락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통증을 인식하고 전달하는 방식의 문화적, 민족적 차이(208쪽)가 있다. 가령 가톨릭 신자가 이콘(성화)을 볼 때. 통증의 강도가 낮아진다고 한다(209-210쪽). 믿음이 통증을 다스리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fMRI 영상 결과로 확인된 것이다. 혹은 요통(허리 통증)과 관련한 특정 신념(허리는 약한 부위->요통이 이를 보여준다)은 서구인들의 근대적 믿음이다. 놀랍게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그 믿음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 요통과 허리 손상의 관계가 매우 느슨하다.

대부분의 만성 요통은 척추를 보호하려는 뇌의 과잉 반응이 원인이다. 그 통증이 가짜라거나 심각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어쨌든 뇌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통증이 조직 손상을 의미한다고 믿으면 통증 완화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 희망, 정보를 제공하는 치료법은 도움이 될 수 있다.(217쪽)
 
이는 자연히 통증이 심리적이라는 부분과도 연결된다. 무슨 말인가? "통증이라는 경험은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우리의 믿음과 기대로 조작할 수 있다.(106쪽)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법한 위약(플라세보) 효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위약 효과를 넘어서 위약임을 환자들이 인지한 채로 사용해도 효과가 있다. 요약하면 환자들이 위약으로 알고 먹어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위약 효과기 작동하기 위해 환자를 속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환자가 알든 모르든 마음의 치유 능력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고통의 비밀]에 담긴 많은 내용들을 다 소개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여기서는 책의 초점을 밝히는 데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 만으로도 충분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저자의 논지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통증이라고 하는 것이 인간의 몸과 마음, 문화와 사회 등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통증은 인간의 전체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통증을 줄이고 뇌가 안정감을 느끼게 하려면 인간 경험의 모든 측면을 다룰 필요가 있다. [•••] 통증에 대한 현대적 이해는 인간을 단순히 수용체와 신경 다발로 보지 말라고 가르친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라고 가르친다. 통증을 이해하려면 우리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282쪽) 

그러니까 통증은 우리를 알게 이끌어주는 훌륭한 인도자라 할 수 있다. 통증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를 구성하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드러난다. [고통의 비밀]은 바로 이 사실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설득력 있게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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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 교회는 왜 성령을 잃어버렸는가
스탠리 하우어워스 & 윌리엄 윌리몬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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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에 대해 다루는 이 얇은 책자에는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윌리엄 윌리몬의 교회론이 잘 반영되어 있다. 총 다섯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첫 장 마지막 문단 직전 문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성령과 교회의 관계를 탐구할 준비가 되었다."(56쪽)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침례를 받고 나오실 때, 그 분의 몸에 성령이 임하신 것처럼, 교회(그리스도의 몸)에도 임하신다고 천명하며 이후 논지를 전개한다.


"획일화되고 조직적이며 따분하기 짝이 없는 교회와 이른바 초연하고 거칠 것 없는 성령을 대비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나는 영적일 뿐이지 종교적이진 않다'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성령은 몸 위에 임한다. 먼저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몸 위로, 그다음에는 두들겨 맞아 상처투성이인 그리스도의 몸, 곧 교회 위로 임한다."(56쪽)


오래 전에,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을 출간한 두 공저자는 그 책을 통해 뭔가 잘못되어 있는 세상을 향해 교회를 답으로 제시하던 그들의 판단에 한 가지가 더 강조되었어야 했다고 반성한다. 세상에 비전을 제시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성령님이시다. 


"그리스도인들이 담대하게 증인으로 일어서고, 세상의 경쟁적인 사랑 대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날마다 결의를 다지며, 죽음의 전쟁에 휩쓸린 세상에서 비폭력적으로 증언하고, 활기 넘치는 참된 예배를 드리는, 이런 모습의 교회가 가능할까? 담대하게 일어나 '오소서, 성령이시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능하다."(136쪽)


오랜 만에 읽은 하우어워스와 윌리몬의 책인데, 교회에 대한 나의 사랑을 돌아보게 만들어 좋았다(특히 교회의 거룩에 대한 성찰이 와닿는다, 내가 아래에 인용해놓은 90쪽과 113-114쪽의 문장들을 보시라)담백하고 깔끔하고 평이하게 서술되어 술술 읽히지만, 곱씹을 수록 맛이 우러난다. 

획일화되고 조직적이며 따분하기 짝이 없는 교회와 이른바 초연하고 거칠 것 없는 성령을 대비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나는 영적일 뿐이지 종교적이진 않다"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성령은 몸 위에 임한다. 먼저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몸 위로, 그다음에는 두들겨 맞아 상처투성이인 그리스도의 몸, 곧 교회 위로 임한다. (56쪽)

그리스도인들이 담대하게 증인으로 일어서고, 세상의 경쟁적인 사랑 대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날마다 결의를 다지며, 죽음의 전쟁에 휩쓸린 세상에서 비폭력적으로 증언하고, 활기 넘치는 참된 예배를 드리는, 이런 모습의 교회가 가능할까? 담대하게 일어나 "오소서, 성령이시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능하다. (136쪽)

지나칠 정도로 세상에 휩쓸린 삶을 살기에, 우리 대부분은 우리가 거룩하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거룩함은 전체 교회의 첫째이자 가장 중요한 속성이지 경건한 개인들의 특성이 아니다. 교회가 거룩하다고 고백하는 것은 우리의 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을 긍정하는 것이다. (90쪽)

거룩하다는 것은 우리가 아는 그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월해진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거룩하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을 의지해, 함께 삶을 가꿔 가는 공동체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거룩하게 된다는 것은 맡겨진 책임을 다 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책임을 지우는 것이요, 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듯이 우리도 서로//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113//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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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과 실재
워치만 니 지음, 한국복음서원 번역부 옮김 / 한국복음서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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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워치만 니의 책자를 읽었다. 얇지만 알차다.
핵심은 간단하다. 성령 안에서 인도 받아 누리지 않으면 모든 게 헛되다는 것이다. 감사든, 용서든, 기도든, 묵상이든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성령님의 조명하심과 연단하심이 필요하다. 후자는 환경을 통한 단련을 가리킨다. 내가 생각하기에 성경 속으로 깊이 들어가 빛비춰주심을 누린다면, 반드시 고난의 수렁을 지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튼 성령님의 인도에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 그러면 머리의 지식(교리)이 영의 실재가 된다. 모든 영적 진리는 영으로 만져야 한다. 영적 실재를 만져야 영적 생명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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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1 : 하나님의 시공간 -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의 원리 카이로스 1
고성준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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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 하나님의 시공간]은 고린도전서를 기초로 영적 세계의 원리를 기술한 책이다(9쪽). 한국 교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책으로 저자 고성준 목사님의 깊은 영성을 보여준다.
중국의 영성 작가 워치만 니의 [영에 속한 사람]의 영향이 보이는데(9,42쪽),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으나(이분설과 삼분설에 대한 세간의 논란은 덧없기 그지없다) 한 가지 부분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워치만 나는 우리의 영이 타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물론 영을 지나치게 특권화하는 잘못된 주장이다.
그런데 고성준 목사님의 주장(131-132쪽)에서 그(즉 영을 과하게 높이는) 흔적이 엿보인다. 우리의 영이 하나님의 영, 즉 성령을 받는 순간 영적으로 완전해지므로 영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영적 훈련은 영을 개발하거나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며, 혼과 몸을 변화시키고자 훈련시키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혼과 몸을 통해 영을 훈련시키는 것은 맞지만(로마서 12장 1-2절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영 자체가 성장한다. 그리고 영은 중생의 순간에는 갓난아이와 같이 어리고 미숙하다. 하지만 올바른 신앙생활을 거친다면, 차츰 그 영이 성숙해가게 된다.
영적 성장은 지적 성장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많은 영적 지식이 곧 깊은 영성의 표지는 아니다. 그리고 인격적 성숙과는 다소 겹치지만(가령 사랑이 없다면 영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구별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정리된 작품이며, 영과 갈망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원리 4)은 특히 탁월하다. “모든 이데올로기가 다 영에서 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데올로기와 영 사이에는 미묘한 경계가 있다.”(103쪽)
이런 식으로 평가하다 보니 마치 내가 저자보다 더 깊은 영성을 지닌 양 폼잡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다. 결코 그렇지 않다. 고성준 목사님의 영성과 헌신에 비추어보면 본 평자의 처지는 초라하다. 그저 워치만 니 등 여러 영성가의 저술을 삼십년 이상 꾸준히 읽어와서 어느 정도 영성에 대한 입장이 지적으로 정리되었을 뿐이다.
책에 대해 내 ‘판단’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겠다. [카이로스 : 하나님의 시공간]은 영계 여행을 위한 입문서로 유용하다. 쉽게 읽히지만, 그 안에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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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님의 임재를 연습하라 - 최신 개정증보판
조태성 지음 / 베다니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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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한국의 기독교 영성이 세계에 내놓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령운동의 크고 깊은 영향 속에서 한국교회 특유의 영성이 확립되었다.

1907년 대부흥과 20세기 후반의 기도원 운동 속에서 형성된 이 영성은 깊이있고, 강력하다. 물론 여러 모로 불완전하지만, 애초에 그렇지 않은 영성이 어디 있겠는가. 약점은 후세대가 보완하면 될 것이다.

조태성 목사님의 저작은 바로 그 약점을 보완하며 장점을 부각하는 집필로 주목받을 만 하다. 예전에도 [하나님과 친밀한 연애와 결혼]을 보면서 그런 판단을 했었지만, 이번에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된 [성령님의 임재를 연습하라]는 그러한 판단에 확신을 더했다.

한국적 영성이라면 역시 통성 기도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조태성 목사님의 기도 훈련 이력을 들여다보면 묵상 기도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성령님은 “균형 있는 기도의 훈련이 필요” (84쪽)하다고 말씀을 주시고, 묵상 기도를 우선할 것을 말씀하시되 인도자가 통성 기도를 명하면 이를 따르라고 지시하신다(85쪽). 이런 균형감각은 참으로 소중한 미덕이다.

2.

조태성 목사님의 진솔하고 소박하게 서술된 간증을 잘 들여다보면, 그가 조용기 목사님의 영맥을 이은 제자 가운데 한 명임이 드러난다. 그의 간증 속에서 "성령님, 함께 갑시다 렛츠 고~!"하던 조목사님의 음성이 메아리친다.

이와 조태성 목사님을 동시에 한국의 로렌스 수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실제로도 [하나님의 임재 연습]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물론 나도 이 책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깊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철저하게 읽지는 않았다. 한문장 한문장 성령님과 대화하면 읽어내려는 이런 방식이야말로 바로 한국적인 깊이 읽기의 한 사례가 아닐까? 이게 바로 K-영성의 적절한 예시일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부분으로 적용할 부분들이 나에게 숙제로 주어졌다. 그런 끌림이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은 나 또한 K-기독교인이어서일 것이다.

3.

한국의 소중한 영성의 유산, 즉 K-영성을 지키고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오늘 [성령님의 임재를 연습하라]를 읽으면서 바로 그 K-영성의 지킴이 한 명을 만났다. 저자를 더 알고 싶어졌다.

매우 깊은 울림을 준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장 먼저 확실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호칭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앞으로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가능한 한 성령'님'이라 불러 드리려 한다.

성령님, 환영합니다! 오소서, 성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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