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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엄마처럼 격려 + 질문으로 답하라 - 하브루타로 세계 최고의 인재를 키워낸
전성수 지음 / 국민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유대인의 어머니상이 궁금해졌다. 알다시피 유대인 관련 문헌은 너무 많다. 유대 교육법도 이미 포화지경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유대 엄마라는 키워드로 보면,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내가 알기로 곽은경, 박기현, 사라 이마스 그리고 전성수 등 네 사람의 책이 전부다. 그렇기에 고(故) 전성수 선생의 <유대인 엄마처럼>을 집어드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전성수 선생은 유대인 교육법의 대표적인 전문가들 중 한 명이다. 더욱이 저자는 초등교사 10년, 대학교수 20년으로 강단을 떠난 적이 없다. 또한 상당히 많은 책을 남겨서 지금도 여전히 읽히고 있다. 엄마, 어머니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유대인 어머니를 모델로 교육법을 제시한 <유대인 엄마처럼>에 눈길이 가게 된 것도 이상하지 않다.
1장의 제목이 "엄마는 집안의 영혼이다"이다. 탈무드에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유대인은 집안에 엄마가 없으면 그 집안에 영혼이 없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유대인만큼 엄마의 존재를 강조하고 존중한 민족은 아마 없을 것이다."(15쪽) 물론 얼마나 엄마에게 큰 짐을 지우면, 이 정도로 띄우나 싶다. 하나 그만큼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아우라는 확연하다.
그리고 1장의 첫 부분은 "창조주 대신 엄마를 보내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이 또한 탈무드의 구절에 기초한다. 어머니를 신을 대신하는 존재로 거론하고 있다. 엄마라는 히브리어 단어 '엠'이 에무나(신앙), 에메트(진리), 아멘의 어원에 해당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신앙과 진리, 아멘의 역할을 담당한다."(18쪽) 그렇게 보면 탈무드의 다음 구절이 이해가 간다.
"하나님은 이 세상 어디든지 있을 수가 없어 대신 엄마를 보내었노라.
나는 등이 없기에 엄마를 보내서 너희들을 업게 하였노라.
내가 가슴이 없으므로 엄마의 가슴으로 너희들을 품에 안았노라.
내게 생명의 젖줄이 없기에 엄마를 보내어 생명의 젖줄로 너희를 길렀노라.
내가 따뜻한 손으로 너희들을 보살필 수 없기에 엄마는 보내어서 엄마의 손으로 너희들을 기르도록 했느니라."(16쪽)
모두가 주옥같아서 문장마다 끊어서 배열해보았다. 구절구절 곱씹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탈무드에서 아내에 대해 사용하는 표현들이 여럿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내는 가정을 의미한다. [...] 남편의 가정은 아내라는 것이다."(21쪽) 자식 없는 가정이나 아빠 없는 가정은 있을 수 있지만, 아내 혹은 엄마 없는 가정은 없다는 것이다.
이건 어떤가. "탈무드에서는 '아내는 남편의 집'이라고 했다. [...] 남자는 아내가 없으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가 없다."(21쪽) 저자도 지적하듯 대부분 가정에서 대부분 문제에 대해 남편은 아내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아내도 남편의 생각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로부터 지성과 감정을 통해 갑절로 영향 받는다. 이는 자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엄마와 아내가 가정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인 것이다. "가정은 엄마 하기 나름이다. 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이다. 자녀 역시 엄마 하기 나름이다."(29쪽) 다른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가정의 빛은 여자가 밝히는 것이다. 특히 엄마가 가정의 빛이다."(3쪽) 이 정도면 유대인 엄마가 유대인 가정에서 차지하는 입지에 대해서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
이런 맥락을 고려할 때에서야 역시 유대인 교육 전문가로 유명한 현용수 박사가 유대인 여학생들과 나눈 문답(26-27쪽)을 수긍할 수 있다(그와 함께 LA의 유대인 여학교를 방문했을 당시의 목격담이다). 무려 현모양처가 꿈이란다. 우리가 볼 때에는 시대착오적이다. 이는 가정에서 엄마와 아내가 갖는 권리와 책임을 상기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한국 상황에 겹쳐보면, 확연하게 드러나는 점이 있다. 물론 옛날 같지는 않겠지만, 한국 가정에서 딸과 며느리에 대해 얹어놓는 부당한 짐이 있다. 일을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유대인 가정에서도 엄마와 아내는 일을 많이 한다.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내에게 부여되는 위치다. 자존감과 책임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3장의 제목이 와닿는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아멘.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 아내가 행복해야 한다. 그러니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하고, 아내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첩 하갈과 아들 이스마엘을 보내라는 아내 사라의 요구에 난감해 하는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그녀의 말을 들으라."(30쪽) 성경(창세기 21장 12절)으로 봐도 동일하다. "사라가 네게 이른 말을 다 들으라." 실로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진리구나 싶다.
분명 자녀 교육법에 대한 책이지만, 유대인의 어머니상에 대한 내 호기심을 채우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너무 충분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오늘 당장 아내에게 충성해야 할 것 같다. 아, 괜히 읽었다. 나만 죽을 수 없다. 여러분도 함께 읽길 권한다. <유대인 엄마처럼>, 참 좋은 책이다. 꼭 읽으시길 바란다. 두 번 읽고, 세 번 읽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