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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길 - 한기만 목사 1주기 추모집
여의도침례교회 엮음 / 선한청지기 / 2015년 1월
평점 :
이제 한국교회는 더 이상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 이유는 많지만, 핵심은 언행 불일치이다. 앎과 살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이유도 역시 많지만, 핵심은 따를 모범이 부재해서가 아닐까?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좀 과하고, 매우 드물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양에 비헤 목자가 너무 없다. 목사가 많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참된 목사가 얼마나 있는 지를 말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하간 21세기의 한국교회의 불행은 바로 참목자를 찾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에서 못 찾으면, 과거에서라도 찾아야지 않겠는가. 우리가 영적 고전을 읽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교계의 큰 어른에 대해 기억을 더듬는 작업조차 소중하다. 여의도침례교회 원로목사 고(故) 한기만 목사님을 추모하는 <오직 한 길>을 주목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현 여의도침례교회 담임 국명호 목사가 쓴 머리말(5쪽)에 소개되어 있고, 전 미국 남침례교 한국 선교사 빌 훠지의 글에도 간명하게 소개된 지미 카터 대통령과 만났을 때의 간증(99쪽)은 꼭 살펴보시길 바란다. 그는 주한 미군 철수 결정을 철회시키도록 강력하게 요청했고, 이는 주한 미군 철수의 철회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1943년에 태어난 분 답게 보수적 정치성을 보이시더라도 이것인 단순하고 역동적인 보수적 신앙과 결합될 때에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나라의 평안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단 그의 설교에서 마지막 문단 가운데 일부를 인용해보자.
"저는요, 노무현 대통령이 통치할 때도, 그분이 통치 잘 하라고 기도했어요. 김대중 대통령께서 통치할 때도 저는 그분이 통치 잘 하도록 기도했고, 김영삼 대통령께서 통치할 때도 기도했고, 노태우 대통령께서 통ㄷ치할 때도 기도했고, 전두환 대통령께서 통치할 때도 기도했어요. 여러분, 기도하면 하나님이 지혜 주시고, 통치나는 하나님이 인도하시니까.하나님, 막을 건 막으시고, 내 생각과 같지 않더라도 그 분이 이 나라의 통치자라고 한다면, 하나님이 지혜를 주시고 리더십을 주셔서 통치를 잘 해서 이 나라가 평안해야죠."(230쪽)
정치색을 넘어서는 이런 단순한 믿음을 지닌 목회자이기에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맡긴다.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유명한 배우이자 여의도침례교회를 어릴 적부터 출석한 신현준 집사가 소개하는 다음 내용이다.
"그리고 그날 목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이 공로금 전액을 은퇴한 목사님들과 은퇴 선교사와 목회자 미망인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사용하라며 교단에 모두 기부하셨다고."(59쪽)
하나님이 삶을 책임져주신다는 확신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을 선택이다. 물론 이는 "청빈하게 사셨던" 모습을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박성근 목사(로스앤젤레스 한인침례교회 담임)가 들려준 얘기도 일맥상통한다. 남가주침례교 연합집회 때, 3일간 집회하면서 내내 단벌 양복으로 단상에 섰다. "3일 동안을 짙은 곤색 양복 하나만으로 버티셨습니다."(143쪽) 이는 그의 청빈한 삶의 한 단면이자 오직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만 드러내고자 하는 그의 열정적 삶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 집회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이렇다.
"그분의 메시지는 심플했고 순수했습니다. 여느 부흥사처럼 웃기지도 않으셨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휘어잡지도 않으셨지만 그가 선포한 십자가의 복음은 어느 누구보다 강렬했습니다."(143쪽)
말씀의 사역자는 곧 복음의 전도자이다.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목사)은 복음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뜨거운 영혼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한목사의 전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후 여의도침례교회를 개척하시면서 저는 종종 그분이 여의도 아파트 한 집 한 집을 노크하고 방문하시며 전도하시고 그렇게 예수님을 영접한 분들을 양육하고 계시는 영웅담을 듣고 함께 기뻐하곤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그분의 애정이 이제 구체적인 교회 사역을 통해 열매를 맺는 것을 보고 내 일처럼 기쁨을 나누었습니다."(134쪽)
한기만 목사의 전도에 대한 열정은 "복음을 증거하려면"이라는, <오직 한 길>의 말미에 수록된 첫 번째 설교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어느 귀신 섬기는 집안을 전도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도 그분의 열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이런 모습이 있기에 여의도침례교회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리라. 영혼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면, 어디서나 한결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불신자 앞에서는 전도자로서 사랑을 보여주고, 신자 앞에서는 목회자로서 사랑을 보여줄 것이다. 다시 신현준 집사의 회상에서 인용하기로 한다.
"예배 중에 떠들고 장난도 심했던 장난꾸러기 꼬마 녀석을 혼 한 번 안내시고 항상 좋은 말씀으로 천천히 지켜봐 주셨던 목사님. 그런 장난꾸러기 꼬마 녀석이 목사님의 가르침으로 성경공부도 하게 되었고, 성경공부 끝나고 나오는 복도에서 목사님을 만나게 되면 "현준 형제! 하나님이 기뻐하시겠어요! 하나님 기뻐하시는 큰 일꾼 되세요!" 이렇게 목사님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에도 해 주셨던 말씀들이 어느 순간부터 나도 꼭 그렇게 되고 싶다는 절실함이 되었고, 꼭 나를 사랑해주시는 목사님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간절한 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57쪽)
바로 이런 목사들이 다시 마을마다, 교회마다 기도하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 좋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믿고 따를 목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