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자본 귀족으로 태어난 황금쥐에게서 귀족적 면모가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궁핍과 가난과 어려움을 모르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가히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가난과 소외, 억압, 끝없는 절망속에서 자라난 사람만큼이나 그는 위험한 존재였다........  -p.44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이라는 독특한 일이 벌어지는 이 책의 표지를 보면 묘하다.

핏빛의 느낌이 묻어나는 빨간 바탕에 한 남자와 한 아이가 유령마냥 흘러가는듯 한 느낌을 준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것은 핏빛의 하늘과 구름, 그 리고 해인지 달인지 모를 그 무엇인가를 까맣게 가려버린 물체가 전부이다.

어쩐지 정처없이 떠도는 유령의 모습같아 무서움도 느껴진다.

그런데 가만히 표지를 살펴보면 지하철 입구에 이상한 문구가 있다. 바로 "꿈과 희망 발전소"라는 문구인데

우리에게 어느순간부터 잊혀져가던 꿈과 희망을 되찾아주겠다는 의미일까...?

표지의 색상과 문구가 조금은 매치가 덜 되는듯 싶지만 어쩐지 호기심을 당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과연 다양한 생각을 갖게만드는 표지를 넘기면 어떠한 일이 펼쳐질까?

 

철수.

이책의 시작은 철수라는 한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린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아 지하철역 노숙자 신세가 된 철수.

하지만 그곳에 있는 다른 노숙자들과 달리 철수는 엄마가 자기를 찾으러 올 것이라고, 자기가 엄마를 찾을것이라는 희망을 지니며 살아간다.

그러한 철수의 모습에서 황금쥐라는 인물을 찾아내는 송이사. 송이사는 철수의 보호자이자 지하철역에서 많은 노숙자들의 신임을 얻는 사람이다.

가진것은 없지만 희망을 지니고 살아가는 철수와 부족할 게 없지만 희망이 무엇인지 모르며 살아가는 황금쥐. 이둘이 닮았다라...

저자는 과연 앞부분부터 서로 다른 둘을 내세워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었던 것일까...

희망이 있다가 희망을 잃어버리면 변모하는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부장판사.

청렴결백한 인물로 꼽히던 부장판사.

황금그룹의 눈밖에 나서 확실한 적군 혹은 확실한 아군의 입장에 서야하는 기로에 서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하기 어려워한다. 어른이 되어버려서, 책임감이 있어서,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기 때문인걸까....

 

황금쥐.

황금쥐라는 인물의 독특한 탐욕때문에 지하철역의 모든 이정표가 사라지고, 이를 통해 갈길을 잃은 부장판사는 철수와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이들은 꿈과 현실사이를 오가며 묘한 일들과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조금은 난해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나의 꿈과 희망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었다.

황금쥐는 그의 식탐을 앞세워 지하철역의 모든 이정표를 없애버렸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은 갈길을 잃고 목적없이 배회하며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렸다. 그런 사람들을 지배하려 하고 돈으로 모든것이 해결된다 생각하는 그의 생각은 현대에 팽배하게 자리잡은 물질만능주의를 떠올리게 만들어 씁쓸했었다.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현실감있게 와닿았었고, 세월이 흐른 미래에 현실로도 일어날 수 있을법한 일이란 생각이 들어 오싹했었다.

 

민주주의 사회가 점점 퇴색해져가고 다시금 과거로 회귀한다면 황금쥐와 같은 인물이 나오고 세상이 변해가지 않을까..?

그때 우리사회에서 꿈과 희망 발전소를 재가동시킬, 이책에서의 철수나 부장판사와 같은 인물이 나올까..?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가며 읽다보니 책에 푹 빠져버렸었다.

 

엄마를 찾겠다는 철수의 희망과 가족을 위한다는 부장판사의 희망.

그 희망을 찾아,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처럼 나에게는 어떠한 희망이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의 꿈, 나의 희망... 사랑하는 이들과 행복하게 걱정없이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희망인데 그동안 이는 잊어버리고 돈만 추구했었던 듯 싶다. 돈이 목적이 되는것이 아니라 희망을 이루는 수단이 되어야하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 이책을 읽으면서 점점 퇴색해져가던 내 희망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었고, 황금쥐와 은색쥐, 철수, 부장판사, 우체통 들을 보면서 그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들의 대표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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