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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못 정한 책 - 사운드 디자이너 김벌래의 전투일지
김벌래 지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07년 8월
평점 :
<제목을 못 정한 책>
책 제목치고는 참 애매모호하다. 제목이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니... 하지만 이는 정말 이었다.
저자는 제목을 정하지 못했고, 고심끝에 제목을 정하지 못한채 출간한다는 것을 알리며 독자들로 하여금 책의 제목을 정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채택된 제목으로 2쇄 출간시 제목을 사용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책은 저자인 김벌래씨의 소리와 삶에 대한 한편의 인생철학이다. 학벌에 연연해하는 우리나라의 사회에 대해 비꼬기도 하고, 무모하게 도전하던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가 사랑하는 소리에 대한 예찬도 있고, 극단에서 방송국에서 오디오인으로 등 자신의 삶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읽으면서 저자가 제목을 정하지 못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것도 같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해온 소리의 다양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어찌보면 광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생각들을 구구절절 적어놓았기에 제목을 정하는게 애매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읽으면서 느낀 저자의 성격상 무엇인가에 얽매이기 보다는 다양한 흥미거리를 추구하고 도전정신이 있는 창의적인 면을 중시하는 인물이기에 새로운 시도로 독자와의 참여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일단 책의 제목이라는 것을 보고나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 제목이 내포하는 내용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나름이고 자칫 잘못하면 책의 내용과 억지로 연관시키며 읽게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로는 더없이 좋은 발상이었다. 실제로 이책을 읽으며 나는 참 많은 제목들을 떠올렸었다.
'참소리, 소리벌레 김벌래, 소리벌레 김벌래의 세상살이, 소리벌레 세상에 나오다, 김벌래 파헤치기, 소리쟁이 김벌래, 소리철학, 소리이야기, 김벌래이야기, 괴물의 인생, 괴물의 소리이야기, 소리계의 이단자, 소리괴물의 반항, 김벌래의 반항일기 - 소리편 , 맛깔나는 소리이야기 등...'
무엇보다도 광고음향에 있어 독특한 아이디어와 소리탐구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었던 그이기에 - 풍선소리와 콘돔소리의 비교라거나 광고소리를 따기 위해 맥주파티를 벌였던 일 등 - 소리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노력했던 그의 이야기들에서 '소리계의 이단자, 소리괴물의 반항, 김벌래의 반항일기-소리편' 등의 제목을 떠올리며 혼자 웃기도 하고, 읽으면서 다소 철학적인 느낌을 받은 부분도 있어서 '소리철학' 이라는 제목을 떠올려보기도 했었다.
제목이 없으니 읽으면서 마음껏 제목을 지어보는 재미를 가져 읽으면서 좋았던 책이다. 저자처럼 다양한 창의력을 발휘해보는 시간이었다고 해야할까?
김벌래, 그의 책은 한마디로 표현해 맛깔나는 소리이야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