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큼의 애정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만큼의 애정>...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책은 연애소설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연애소설뿐이 아닌 인간의 심리를 깊숙하게 파고들어간 심리소설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이책에서는 주인공인 아키라와 마사히라의 연애와 더불어 마사히라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다양한 심리변화를 선보여준다.

남자주인공인 마사히라는 멋진 남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162cm라는 남자치고는 작은키에 50kg의 몸무게를 지니고 있는 그는 성격까지 소심한지라 잘나가는 상점의 사장님이라기에 멋진 남성의 모습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더군다나 그가 사랑한 여자 아키라는 호스티스였다. 뭐랄까.. 처음부분에서는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었다. 더욱이 이들은 사귀다가 헤어졌다는 설정이어서, 헤어진 남녀간의 이야기는 무거우면서 씁쓸하지 않을까..?
싶어 조금은 읽기가 두려웠던 책이었다.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사랑이야기는 내가 잊으려 노력해도 잊지 못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애써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젯밤이 바로 100번째야. 마사짱과 내가 길에서 마주친 횟수...5년 만에 100번.
1년에 스무 번이라는 횟수도 상당한 거지. 한 달에 두 번 가까이나 되니까."


책을 읽다보면 헤어진 연인 아키라에게 전화가 오게되고, 받을까말까 고민하다 받은 마사히라에게 아키라가 불쑥 내던지는 말이다.

헤어진 후 마주친 100번째를 기념하기 위해 연락했다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횟수가 잘못됨을 속으로 생각하는 남자. 그 혼자만 봤었던 횟수나 서로 마주쳤던 횟수는 100번을 훌쩍 뛰어넘었다는것을 생각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아키라를 잊지 못하던 마사히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그런 세세한것에 신경을 쓰는만큼 그녀에 대한 애정과 애증이 깊을것이라 생각했었다. 

<얼마만큼의 애정>은 헤어졌던 남녀가 서로를 얼마나 아꼈는지에 대해 독자로하여금 생각해보게 만들고, 남자가 여자의 진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다루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키즈선생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조금은 애매모호한 세계 -신의 영역이라 해야할까..? 과학으로 발견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 와의 만남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게끔 만들어준다.
키즈선생과 마사히라와의 대화속에서 이것저것 생각해볼 수 있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도 있었다.

인간은 매일 함께 있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게 되는게 아니다.
역으로 서로 떨어져 산다고 해도 설사 죽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했다고 해도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생각하는 감정이 남아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사랑할 수 있게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구절이다. 위의 말은 참 어렵다.
함께있다고 해서 계속 사랑하는것도 아니고, 떨어져있다고 해도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다라는 말...
맞으면서도 틀리기도 한 모순적인 말.
사랑하는 이가 늘 함께라고 해서 매번 좋은일만은 아닐것이다.
너무 익숙해져서 때로는 지치기도 하고 익숙해서 좋기도 하고..
그리고 떨어져있다 해서  추억을 떠올리며 사랑하기도 하고 눈에서 멀어진만큼 마음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결론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늘 함께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리라.

매번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는 없지만, 그리고 항상 같이 있는다고 좋고, 떨어져있는다 해서 나쁘다.
라는 단정적인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우리의 마음에 사랑이 머무를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문득 내 사랑에 대해 생각해봤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사랑이 한결같지는 않다. 때로는 좋았던 모습이 싫은 이유가 되기도 하고, 싫었던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져 좋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의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옛날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랑이 거짓이 되는것도 아니다.
그때의 사랑에도 진심이었으니말이다.
사랑과 이별... 담담한 문체속에서 깊이있게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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