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흔히 접하는 소설은 우리문학과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문학이 주를 이루고, 요즘들어 조금씩 우리나라에 퍼지고 있는 중국소설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소설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작품과, 기욤뮈소의 작품, 그리고 어린시절 읽은 어린왕자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조금은 낯설고, 난해한 문학으로 생각되어지는게 프랑스 소설이었다.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라는 작품을 통해 프랑스 유머를 이해하려 노력했었지만, 쉽게 공감이 가질 않고 조금은 지루한감이 있었기에, 더더욱 프랑스문학을 멀리하려 했었다.  그러다가 접하게 된 <고슴도치의 우아함>!

이 책은 프랑스 아마존 30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임과 동시에 해리포터의 마지막 시리즈를 제쳐버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수위아줌마의 박학다식함과 어린소녀의 자살계획 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수위'라고 하면 어떠한 생각이 떠오를까..?

대부분의 수위들은 남자, 그리고 아저씨나 혹은 할아버지이면서 공동주택을 관리해주면서, 입주자들의 손발이 되주고, 입주환경을 보다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을까...?

내 기억속에는 두가지 형태의 수위의 모습이 존재한다. 하나는 지금 살고있는 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있었던 아파트의 수위아저씨! 그 아저씨는 젊은 시절에는 동네의 최고 멋쟁이이자 (80~90년대 백바지에 백구두, 화려한 옷을 입고 멋진차에 좋은것만 먹던 사람이었다.) 많은 부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재산을 탕진해 아파트의 수위가 되었다. 하지만, 젊은시절의 화려함이 몸에 베어있기에 수위활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고, 자신을 가꾸듯 아파트를 가꿔나가 부지런한 사람 = 수위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지금 아파트의 수위!

지금 아파트는 대단지이기에 많은 수위들이 존재하는데, 그들 대부분은 아파트 입주민과 자신을 동등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들 역시 사람이기에, 누구는 귀하고 누구는 천하다...는 식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지만, 입주민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하기에 자신의 직무인 아파트관리를 제대로 해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은 건설회사에서 집어넣은 수위들이기에 일하는게 엉성했다. 책임감이 없다 해야할까...의욕이 없다고 해야할까...? 

서민아파트가 단합이 잘되고, 아파트관리인(수위)도 열심히 하려한다던 말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위들의 행동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터치를 하지 않으니 그들이 안하무인 해질수밖에....

내 기억속에 있는 수위의 모습을 꺼낸 이유는, 이 책의 두 주인공 중 한명인 르네(미셸부인)가 수위아줌마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보통 사람들이 '수위'라고 하면 떠올리는 인식 - 책을 읽지 않고, 텔레비전이 주는 오락성에만 빠져들고, 입주민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궤뚫어보기에는 눈치가 부족하고, 시키는 대로 일할뿐 - 을 갖추기에는 적합하다. 

 
 “내 이름은 르네, 쉰 네 살이고, 고급 아파트인 그르넬 가 7번지 건물의 관리인 아줌마다. 나는 과부고, 못생겼고, 오동통하고, 발에는 못이 박혀 있고, 나를 혐오하는 자들의 말을 믿자면 아침엔 가끔 입에서 매머드 냄새가 풍긴다고 한다."

 
라는 책의 내용에서 보여지듯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광범위한 독서 경험자라면 맞장구 칠 만큼 다방면으로 독서를 즐겨 예술과 철학, 문학, 회화, 영화, 음악 등 다방면에 박학다식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는데 주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자의 틈새에 껴서 살아가는, 빈자의 의미없는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녀의 내면은 지식과 감성으로 풍만하다.  내 기억속에 첫번째로 자리잡은 수위아저씨의 모습처럼 말이다.

 
또다른 주인공인 팔로마는 르네가 관리하는 아파트에 살고있는 부유한 집안의 자녀로 12살 된 소녀이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영특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래와는 다르다. 자신의 삶이 빈자들이 보기에는 마냥 부러울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자살을 할 계획을 세워놓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찌보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르네와 팔로마.
그들은 같은공간에 있으면서 다른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닮은듯하며 다른 이 둘의 시각으로  문학과 철학, 예술과 세상사는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르네가 자주 철학을 언급하기에, 이름은 자주 들어 알고있는 철학자들이라 낯설음이 없어 읽으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녀의 생각, 사상이 조금은 난해한 것 같기도 했었다. 르네의 이야기 = 저자의 생각 이기에 문화적 차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쨌거나 조금은 난해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이 있음을 알게해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해준 책이었다.
 

인기가 있다고, 무조건 재미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물론 이야기 곳곳에서 독특한 발상으로 인해 펼쳐지던 유쾌함들도 있었지만, 난해함도 있었고, 공부하는듯한 느낌을 받게도 한 책이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생각의 틀을 확장시켜주고,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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