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함과 가슴뭉클한 일상

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이세상을 살 수 있는 시간이 3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그러하다면...
즉, 3년후에 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슨 말도 안되는 헛소리냐는 사람, 끔찍한 소리 하지 말라는 사람, 버럭 화를 내는 사람 등 다양한 말들을 내뱉겠지만 책 [종말의 바보]에서는 그것이 현실이다.
소행성의 폭발로 인해 3년후면 종말이 온다는 커다란 주제아래 남은 3년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종교의 구원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 겁에 질러 자살한 사람들,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공포스럽지만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살아가려는 사람들 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원해가던 가족관계를 회복시켜보려는 가족, 못다한 복수를 하려는 형제, 새로운 생명을 낳느냐의 여부, 동면에 앞서 함께할 연인을 만들려는 소녀나 망루를 만들어 최후를 지켜보겠다는 노인 등 다소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살아남는다는 건 말이야, 그렇게 논리정연하게 '선택'이니, '선택될 조건'이니, 그런게 아니고
보다 필사적인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필사적인것?"
"발버둥치고, 몸부림치고, 아등바등하고, 살아남는다는 건 그런 걸거야, 분명히"

                                              - 노인의 망루 中-

 

나라면 어떨까? 내 가족이 공포를 견디지 못해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3년동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 아마 직접 재배하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함께 할 것 같다. 혹시 아는가...? 3년후 가까스로 종말을 피할지...
 
책을 읽으며 이와 비슷한 영화 한편이 떠올랐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속의 영화이지만...
일본영화 '무지개여신'을 보면 그 안에서 주인공들이 찍은 영화 한편이 나온다.
'지구 최후의 날'...최후의 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자 하는 여인,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현상을 마지막으로 담고자하던 여인의 연인. 최후의 순간에 가까스로 만나 함께하던 그들...
그때의 가슴뭉클함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이책의 저자를 잘 알지는 못한다. 책의 뒷편에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한 이야기를 다룬다던데 그가 쓴 작품들은 '죽음'을 마냥 무거운 것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한다. [종말의 바보]에서의 죽음이라는 소재도 그러했다. 무섭다기보다 평온하고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당장이 아닌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는데,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지만 않는다면 3년이라는 시간동안 세상을 즐길 수 있고, 모든이들이 공평하다는 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실제의 상황이 아니고 허구적인 이야기이기에 여유로웠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읽으면서 훈훈하고 가슴뭉클함이 많이 묻어나온 책이었다.